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발리 아메드 Amed] 1. 자카르타에서 아메드로

명랑쾌활 2023. 9. 20. 11:25

친구 동생이 발리 여행 오겠다고 일정을 보내왔다.

일전 한국행 때 친구와 함께 발리 여행 오면 일정 맞춰서 같이 다녀 주겠다고 했었는데, 정작 친구는 오지 않고 동생만 오게 됐다.

그런데 꾸따 지역 숙소를 이미 1주일치 예약 확정했다며 캡쳐를 보내왔다.

친구 동생은 예전에 첫 동남아 여행으로 발리에 온 적이 있었다.(https://choon666.tistory.com/605)

그때 꾸따와 우붓을 데리고 다녔는데, 해양 레저, 서양인, 비치 클럽 좋아하는 평범한(?) 취향이라 꾸따는 아주 마음에 들어했지만 우붓 Ubud 은 지루해 했었다.

혹시나 이번 여행에 내가 꾸따 가지말고 우붓 가자고 할까봐 나름 머릴 썼나보다. ㅋ

 

어허... 꾸따는 이미 쇠락해가고 있는 지역이다.

나랑 상의했으면 짱구나 스미냑에 괜찮은 숙소 추천해줬을 거다.

예전 여행 때는 취향을 몰랐던 거고, 설마 싫다는데 나 좋다는 곳으로 억지로 끌고 갈까.

본인 선택이니 알아서 할 일이다.

바이어 접대 여행도 아니고, 원래도 싫었지만 이젠 더 후져진 꾸따 쫓아갈 생각 없다.

친구 동생 꾸따 일정 끝날 때를 맞춰서 합류하기로 했다.

 

여행지는 아메드 Amed.

공항 - 우붓 보다 3배 떨어진 발리섬 북동쪽 끝 지역이다.

발리에서 길리섬이 가장 가까운 지역이기도 하다.

원래대로라면 팬데믹 터지기 1년 전 발리 일주 여행 때 가려고 했다가 미뤄졌던 곳이다.

스노클링, 스킨 스쿠버에 대부분 서양인 여행자들인 곳이니 친구 동생에게도 괜찮을 거다.

 

숙소는 가성비 따져서 Titi Sedana Warung and Homestay 라는 곳을 친구 동생 방까지 예약 잡았다.

문제는 공항에서 아메드까지 교통편이다.

 

공항에서 100km. 꽤 멀다. 서울에서 청주 거리다.

숙소에 픽업 문의하니 65만 루피아랜다. 일반 택시는 80만 루피아, 셔틀 버스도 1인당 20만 루피아다.

자카르타 - 발리 항공 편도가 70만 루피아인데. 와씨 ㅋㅋㅋ.

한국 물가에 비해 약간 저렴한 편이라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발리는 다른 물가에 비해 관광객 대상 내륙 교통비가 상당히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차량+기사 렌트를 하면 기름값 포함해서 10시간 50만 루피아인데, 좀 망설여진다.

10시간 렌트면 10시간 동안 어딜 가든 시간 내에 차를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는 게 한국식 개념이지만, 인니는 개념이 다르다.

먼 곳을 가면 기사 비용이 추가된다는 암묵적 규칙이 있다. 기사가 피곤하대나 뭐래나.

먼 곳의 기준은 꾸다에서는 우붓까지, 우붓에서는 낀따마니 Kintamani 까지다. 아메드는 무조건 먼 곳에 속한다.

괜히 렌트해서 아메드 갔다가 기사가 땡깡 부리면 여행 기분만 망친다.

 

꾸따에 이미 도착한 친구 동생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그쪽에서 차량 1일 렌트로 아메드까지 가는 거 흥정 좀 해보라고 했더니...

자기가 공항으로 합류할테니 숙소 픽업 같이 타고 가잔다.

내가 픽업 예약한 거 묻어 가겠다는 거겠지. 도움이 안되는 눔. ㅋㅋ

한 열흘 쓸데 없이 고민했던 걸 친구 동생이 간단하게 해결해줬다. 허허...

 

자카르타 공항에서 아침 식사로 바소 Bakso 를 먹었는데... 국물이 짜다 못해 쓰다.

컴플레인 하면 바꿔주거나 무슨 조치가 있겠지만 귀찮다.

이 나라 오래 살면서 현지화되면 이렇게 된다.

내가 재수가 없구나, 잘못 시켰구나, 그냥 바소만 건져서 국물 털어내고 먹었다. 그래도 짰다.
나만 먹는 게 아니고 나만 짠 게 아닐텐데, 다른 손님들도 항의를 하지 않는다. 원래 이런 나라다.

다시는 안먹으면 된다.

 

 

발리 공항 도착

눈에 익은 풍경이 반갑다.

만 4년 만이다.

 

친구 동생은 시간 맞춰 와서 바로 만났는데, 픽업 차량 기사가 안보인다.

숙소에 연락했다. 기사 공항에 기다리고 있댄다.

픽업 손님 이름이 외국인이라 국제선 청사 쪽에서 기다리는 거 같다는 촉이 온다.

숙소에서 기사 연락처를 받아 직접 연락했더니, 국제선 쪽에서 기다리는 거 맞다.

그럴 거 같아서 국내선이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비일비재한 상황이라 화도 나지 않는다. 일처리가 흐리멍덩한 사람 비율이 한국에 비해 매우 높다.

 

기사는 차를 끌고 오지도 않았다. 털레털레 걸어와서 우릴 국제선 주차장까지 데리고 갔다.

이 나라가 원래 실수했다고 미안해서 죽으려는 문화가 아니다. 자기 실수에도 쿨하다.

국제 수준 서비스 받으려면 한인 여행사나 4성급 이상 호텔 서비스 이용해야지.

발리 한인 여행사가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직접 찾는 거 보다 비싼 게 근거없는 바가지가 아니다.

 

픽업 차량이라지만 숙소에 딸린 차량이 아니라, 그냥 그 동네 택시 연결하는 거다.

1박 2만원 짜리 숙소가 따로 차량을 운용할 리 없다.

중간에 기름 넣고, 담배도 두 번 피우고.

길 막히는 곳 없이 숙소까지 오는데 3시간 반 걸렸다.

멀긴 멀다.

 

숙소 도착

딱 예상했던 수준

 

좁고 가파른 계단이 좀 빡세다.

독립된 숙소가 급경사 따라 계단식으로 한 채씩  1열로 배치된 구조다.

숙소 건물 반대편은 담이 쳐져있고, 그 너머는 다른 숙소다.

 

경사가 가파른 대신 각각 객실 전부 뷰가 끝내준다.

이 뷰에 가성비 따지면 오르막 감당할 만 하다.

 

총 4채가 이어져 있고 꼭대기는 2층 건물인데, 그 2층 객실은 침대에 누워서도 바다가 보인다.

근데 꼭대기까지는 오르막이 너무 길어서, 경치고 나발이고 저질 체력인 내게는 무리다.

이 객실은 스포츠맨인 친구 동생에게 떠넘겼다.

 

오후 5시 좀 안된 시각.

아침 먹고 따로 먹은 게 없어서 출출해서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나시 고렝 Nasi Goreng 을 시켜 먹었다.

인니 전국 어딜 가나 나시 고렝은 꼭 먹어본, 나름 전문가라 자부하는 내 입맛엔 별로였다.

채소 많고 슴슴하다. 투박한 맛이랄까.

현지인인 아내는 아주 맛있다고 칭찬한다. 요즘 식당에선 보기 힘든 옛날 소박한 맛이랜다.

게다가 발리 향토 음식은 보통 미냑 끌라빠 Minyak Kelapa* (코코넛 오일) 을 너무 많이 써서 향이 부담스러운데, 이 나시 고렝은 적당해서 좋댄다.

* 한국인이 흔히 알고 있는 비싼 코코넛 오일과는 제조 방법이 다른, 저렴한 기름이다.

한국의 시골 밥맛 뭐 그런 비슷한 건가 보다. 평소 내가 맛있게 먹는 나시 고렝은 MSG 팍팍 들어간 거고.

아내가 여기 음식 맛있다며 묵는 내내 매일 잔잔바리 슥슥 시키는 바람에 따로 6만원 정도 더 나왔다. (1박 2만원인데 룸서비스 6만원 ㄷㄷ)

 

주인 아주머니 성격이 차분하시고, 장삿꾼 때가 없다.

뭐 좀 팔아 보려고 지분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살갑지는 않은데 뭐 물어보면 상냥한 얼굴로 성심껏 알려준다.

외진 곳이라 오토바이가 필요하니 먼저 찔러볼만도 한데, 내가 물어 보니까 숙소에서 대여 가능하다고 말한다.

오토바이 렌트 1일 8만 루피아. 내일 아침부터 두 대 빌리기로 했다.

 

이제 좀 있으면 해 떨어지는데 오토바이 렌트해서 어디 움직이는 것도 애매하다.

주인 아주머니께 근처 걸어서 갈만한 곳 물어 보니 선셋 포인트 Sunset Point 를 추천하신다.

 

숙소가 번화가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한적하다.

 

 

오오, 뭔가 대단하다. 선셋 타이밍도 딱이다.

No entry Fee. 입장료 따로 없다고 붙어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는데, 입장할 때 1인당 10만 루피아를 선불로 내야 한다.

10만 루피아 이하로 주문하면 차액 돌려주지 않고, 그 이상 주문하면 추가 비용만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맥주 하나 시켜놓고 경치만 감상하다 튀지 말고, 최소 10만 루피아는 쓰라는 뜻이겠지.

 

발리에서 가장 높은 아궁산 Gunung Agung 이 보인다.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란히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자리도 있다.

아메드는 북독쪽을 향하는 해변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산자락이 서쪽 방향을 막고 있어서 선셋을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툭 튀어나온 높은 지대라야 서쪽 멀리까지 보이는데, 아메드 지역 중 이곳 포함해서 단 두 곳 뿐이다.

 

명당자리는 그 윗쪽에 있었다.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하면서 선셋도 감상할 수 있다.

수영장 옆자리라고 따로 자릿세를 받거나 최소 주문액이 비싼 게 아니어서 가장 먼저 자리가 찬다.

우리가 6시에 도착했을 때는 어지간한 괜찮은 자리는 다 찼다.

10만 루피아 걸면 원하는 자리 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내일 해지기 전에 다시 오기로 하고, 냉큼 예약을 걸었다.

 

분위기 시끄럽지 않고 딱 좋다.

아메드 어떨까 싶었는데, 이 경치에 시원한 맥주 들이키니 의구심이 싹 날라갔다.

 

메뉴판에 피자도 있는데 오븐이 고장나서 안된단다.

수리 기술자 부른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라나.

인니가 원래 그렇다.

 

7시 30분 경, 아까 왔던 길 따라 숙소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

산자락 바로 밑 해안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라 해가 일찍 진다.

그리고 아직 발전이 덜 된 곳이라 번화가만 벗어나면 불빛이 아예 없다.

차량이라도 지나가면 저렇게 빛이라도 있는데...

 

지나가는 차량 없으면 말그대로 깜깜하다.

휴대폰 후래쉬 켜지 않으면 발밑도 제대로 안보인다.

 

아쉬워서 Food & Friends 식당에 들러 한 잔 더

 

맛있다. 발리 피자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은데, 여기도 훌륭했다.

 

이건 퀘사디아였던가... 여튼 맛있었다. 감자튀김도 제대로고.

5~7천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해서 아주 좋았다.

다만 음식 나오는 게 너무너무 오래 걸린다.

주문 그닥 밀린 게 아닌데 1시간 걸렸다.

리뷰에도 오래 걸린다는 코멘트가 많은 거 보면 원래 그런가 보다.

그래도 1시간은 너무 하다.

음식은 참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다 좋은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부담 돼서 다시 가지 않았다.

 

불빛이 별로 없다 보니 별이 그야말로 쏟아진다.

휴대폰으로 찍었는데도 이정도다.

누워서 멍하니 한참동안 하늘만 쳐다봤다.

 

모기들이 많지는 않지만, 뒷산에서 내려온 산모기인지 독하다.

모기 기피제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