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li 뒷풀이 휴식 여행] 7/8. Pantai Nyang Nyang, Pantai Suluban

명랑쾌활 2020. 1. 6. 09:17

냥냥 해변 Pantai Nyang Nyang 이라는 곳을 가본다.

뭐 대단한 게 있어서는 아니고, 이름이 웃겨서.


오토바이는 확실히 한적한 길을 달릴 때가 편하고, 재미있다.


약 200여 미터 정도 이어지던 나무숲 터널길.

메인 도로를 벗어나 뒷길로 다니다 보면 가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멋진 곳들을 만날 수 있다.


그닥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곳답게 주차장도 한적하다.

이 곳도 주차비 받는 사람이 없었다.

주차장 건너편에 조그마한 식당 하나가 보인다.


탁 트인 언덕에 아무 것도 없다.

누가 봐도 호텔이나 레스토랑 입지 조건이 딱 좋은 곳인데, 아무 것도 없는 게 신기하다.

몰라서 그냥 내버려 둔 건 절대 아닐테고, 무슨 이유가 있겠지 싶다.


한 켠에 패러글라이딩 하는 곳이 있다.

이미 한바탕 끝났는지 정리하고 있었다.


해수욕을 즐기기엔 그닥 적당하지 않다.

한가하게 바다 경치 즐기기에 좋다.


주차장 끄트머리 부분이 끊어져 있어서 가봤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뚫려 있다.

서프 보드를 실은 오토바이를 탄 서양인들이 간간히 오가고 있었다.


사실 냥냥 해변은 술루반 해변 Pantai Suluban 가는 길에 들른 것이기도 하다.

남부 발리를 대표하는 해변은 빤다와 해변 Pantai Pandawa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너무 개발된 바람에 이제 점점 퇴색하는 감이 있다.

술루반 해변은 더이상 개발하기 어려운 지형 여건 덕분에 히든 파라다이스의 명성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한다.


술루반 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

무슨 이유인지 주변의 널널한 장소들 다 놔두고, 좁다란 골목 양쪽 가에 오토바이를 다닥다닥 붙여서 주차해야 했다.

주차한 오토바이를 빼려면 사람도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통행로가 좁아 정체 아닌 정체로 복잡했다.

굳이 저 안쪽에 주차하지 말고, 30여 미터 전 도로변에 주차하는 편이 낫겠다.


입구 옆에는 중단된지 한참 되어 보이는 공사장이 있었다.

술루반 해변의 좁은 입구 주차장도 그렇고, 뭔가 복잡한 분쟁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원숭이들이 오가는 관광객을 노려보고 있다.

울루와뚜 Uluwatu 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그 악명 높은 울루와뚜 깡패 원숭이들의 일파일 수도 있어서 바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습격 받진 않았다.


술루반 해변에 가려면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진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처음 와보는 사람은 이게 뭔 해변 가는 길인가 당황하게 된다.

떨어지는 접근성은 술루반 해변의 단점 중 하나지만, 덕분에 과도한 개발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기념품을 파는 작은 상점이 좁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호객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술루반 비치 가는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조악해서 오히려 아기자기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른쪽 길은 언덕 위 레스토랑으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이다.


바지막 계단을 내려가면...


바위 사이에 모래가 깔린 좁은 공간이 나온다.

오른쪽은 서핑하는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작은 해변으로 이어지고, 레스토랑 계단 옆의 낮은 바위틈이 시크릿 해변으로 이어지는 통로다.


허리를 굽혀야 겨우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바닷물이 차오르면 자연스럽게 통로가 폐쇄된다.

그래서 때를 맞추지 못하면,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좁고 낮은 바위틈 사이를 10여 미터 정도 지나면...


거짓말 같이 해변이 펼쳐진다.


요런 작은 틈을 지나왔다.


수영을 즐기기도 하고, 모래사장에 눕거나 앉아 풍경을 감상하기도 한다.

작은 아이스 박스에 음료수를 담아 파는 행상, 눕거나 앉을 수 있는 천으로 된 깔개를 대여해 주는 사람도 있다.


술루반 해변의 명물인 부서진 배


예전에 봤던 사진에는 해변 가운데 쯤 있었는데, 파도에 밀렸나 보다.

사진 찍기 딱 좋은 각도로 놓인 걸로 보아 사람들이 옮겨 놓은 걸 수도 있겠다.


오른쪽 해변도 가본다.


파도에 깊숙히 깎여 들어간 절벽 밑에서 보면 동굴에서 바다를 보는 느낌도 든다.


해변 오른편에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가 보여 가본다.


사진 오른쪽의 선글래스 여성분들은 한국인들이다.

특유의 패션 스타일도 그렇지만, 유독 한국인들은 (특히 여성)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기 찍는 거 아닌가 과도하게 의식하고 경계하는 기색을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눈이 뜨인다.

튀어서 주목 받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부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자의식 과잉이 커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히려 왼쪽의 비키니 서양 여성분은 타인의 시선을 저언혀 의식하지 않는다.


아무렴, 아무 상관 없는 타인이 비키니를 입든 빤스를 머리에 쓰고 넥타이랑 양말만 걸치고 있든 뭔 상관이 있겠나.

억압을 느끼는 것도 느끼지 않는 것도 결국은 본인 마음에서 나온다.

자꾸 자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스스로를 속박하게 된다.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면 비로소 온전한 자신으로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아무 상관 없는 타인의 삶에서 당신은 정말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당신이 타인에게 귀한 존재로 여겨지거나 공격 대상이 되는 건 자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의식이 아니라, 그저 당신을 둘러싼 상황에서 비롯된다.

당신에게 세상을 구할 능력이 있어도 세상을 구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당신은 타인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노래를 잘 부르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당신이 음치이든 말든 타인은 아무 관심 없다.

경치 좋은 관광지에서 누군가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찍는다면, 당신이 누구인지 보다는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자.

설령 빤스를 머리에 쓰고 넥타이랑 양말만 걸치고 있는 당신을 누군가 찍더라도, 그 건 빤스를 머리에 쓰고 넥타이와 양말만 걸친 어떤 웃기는 사람을 찍는 것일 뿐, 당신이 누군지는 아무 관심 없다.


뭐 별 건 없었다.


바닥이 여기저기 둥글게 패여 있고 날카로와서 발밑을 보며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서퍼들이 끊임없이 오간다.


이런 곳에서 수영하면 재미있나?


돌아가는 길
뽕알대장 원숭이가 자신의 우람함을 뽐내고 앉아 있다.


아기 원숭이를 매달고 가는... 아니 아기 원숭이가 알아서 매달려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엔 뭣 빠지게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해서 덜 힘들어지진 않는다.

처한 상황을 받아 들이기 쉬워질 뿐이다.

자신이 자초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받아 들이면 쓸데 없는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


살다 보면, 어떻게 될지 미리 알았어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마련이다.

알아봤자 소용 없으니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자각하고 있었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사장 됨됨이가, 고난은 함께 해도 부귀영화는 같이 누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미리 느꼈다 하더라도 방법은 없다.

사장 됨됨이를 고칠 순 없는 일 아닌가.

그래도, 마침내 사업이 자리를 잡고 이제 좀 누려 보겠구나 싶은 때가 오니 같이 으쌰으쌰 고생한 당신을 뎅강 잘라 버리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배신감에 치를 떠느라 쓸데 없이 심력을 낭비하는 일은 적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