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li 뒷풀이 휴식 여행] 5/8. Jimbaran - Pantai Tegal Wangi, Pantai Balangan

명랑쾌활 2019. 12. 23. 08:54

꾸부 짐바르 Kubu Jimbar

숙소 잘 구한 거 같다.

신축이라 에어컨도 새 것인지 냉기가 빵빵하다.

밤새 틀어놓고 잤더니, 추워서 자다 깼다.

에어컨을 끄고 싶었지만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서 그냥 자다가, 추워서 다시 깨고, 에어컨을 끄고 싶었지만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서 그냥 다시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입에서 레리꼬~ 레리꼬~ 노래가 절로 튀어 나온다.

창문 바깥면에도 물기가 비 맞은 것처럼 잔뜩 맺혔다.


짜잔~ 조식을 먹으러 갔더니 직원이 어제 내가 사다달라고 부탁했던 아락 Arak (인니 전통 소주) 을 가져다 준다.

사누르에 있는 오리지널 아락 양조장에서 (뒷구멍으로)  사왔다고 한다.

척 보기에도 색이 투명한 것이 품질 좋아 보인다. (보통은 약간 누르끼리 하다.)

5만 루피아 정도면 가격도 거의 정직하다.


조식도 훌륭하다.

음료수로 오렌지 쥬스를 선택했는데, 즉석에서 짠 쥬스를 얼음과 함께 믹서기로 갈아서 내온다.

대만족이다.


어째 날씨가 좀 꾸물꾸물 해서 일단은 숙소에 대기한다.


12시 좀 넘어 날씨가 좀 개는 거 같아서, 길을 나선다.


숙소에서 가까운 뜨갈 왕이 해변 Pantai Tegal Wangi 로 간다.


도로 끝에 보이는 곳이 뜨갈 왕이 해변 주차장...


이라기 보다는 그냥 공터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라서 한가한 편이다.


원래는 주차장으로 쓰였을 것 같은 곳이 옆에 있는데, 담장을 둘러 폐쇄되었다.


그래서 담장 옆을 돌아 사원 사이에 나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원 지역이 경치가 더 좋아 보이는데, 외부인(이교도)에게 개방되지 않은 사원이다.

사원 너머 발리 공항이 보인다.


뭐 별 건 없다.
발리 남부 지역 전역에 펼쳐진 절벽 해안 중 하나다.


안전 시설 따위는 없는 것도 인니 관광지 거의 대부분이 그런 거고...


담장으로 둘러쳐 패쇄한 부지도 해안 쪽은 울타리 없이 열려 있고, 딱히 출입 금지 팻말 같은 것도 없다.

아마 매매가 진행되고 있는듯 하다.

레스토랑이나 빌라 같은 거 들어서기 딱 좋은 포인트다.


절벽 밑 해변으로 내려 갈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 앞에 살벌한 해골 그림이 그려진 위험 표지판이 있다.

출입 금지 표지판 같아 보이지만 수영 금지 표지판이다.

내가 보기엔 수영만 위험한 게 아니라, 내려가는 길도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발리는 어딜 가나 풍경 가장 좋은 포인트에는 이미 사원이 들어 선 거 같다.

하긴, 한국의 산 속 절들도 그 산에서 가장 좋은 포인트에 있긴 하다.

다른 점은 발리의 사원은 기도와 종교 행사만 하는 곳이라 풍광이 가장 좋은 곳에 있지만, 한국의 절은 종교인이 거주할 목적이기 때문에 사람 살기 적합한지도 고려되었다는 점 쯤?


뜨갈 왕이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발랑안 해변 Pantai Balangan 으로 간다.

직선 거리로는 가장 가깝지만 한참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근처에 있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샛길로 지나며 본 풍경은 저언혀 발리 같지 않다.

농사 짓기에 그리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라 주민들이 별로 없어서 방치되었던 게 아닐까 추측한다.


현지인 주택 단지도 발리스러운 점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냥 인니 어느 지역에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발리하면 떠올리는 동네 풍경은 우붓이 기준이라, 나도 모르게 발리하면 의례 다 우붓 같을 거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나 보다.

발리 특유의 가옥과 마을 풍경은 오래 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비교적 덜 개발된 중부와 북부에 주로 있고, 관광지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남부는 오히려 특색을 찾기 힘들다.


구도 잘 잡아 찍으면 멋진 사진 나올 나무 터널을 지나...


발랑안 해변 도착

발랑안 해변은 관광지로 조성된 곳이라 주차료를 받는다.


발랑안 해변 언덕


중국인 관광객들의 웨딩 사진 패키지로 유명한 곳이다.

유독 중국인들이 웨딩 사진에 환장 하는 이유가 뭘까?

신혼의 행복한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래고 결혼의 지옥 같은 현실이 펼쳐질테니, 그 찰나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해변까지 내려가고 싶진 않았지만, 점심으로 뭐라도 먹으려니 레스토랑이 밑에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여기도 한 중국인 커플이 열심히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


목 좋은 위치의 레스토랑인 거 같은데 한산하다.


음식 맛은 그냥 평범했다.

그냥 맛보다는 목 좋은 위치로 장사하는 전형적인 식당 맛

오렌지 쥬스도 밍밍한 편이고, 감자 튀김도 그냥 냉동감자인지 그닥그닥.

플로레스 감자 튀김 때문에 입맛이 높아졌다.


한국의 관광지 시세가 감이 안잡혀서 이게 비싼 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인니 물가로 따지면 쬐꼼 비싼 정도다.


예전엔 젤라또 아이스크림 밖에 없었는데, 이젠 젤라또 아이스바를 파는 모양이다.

아이스크림보다는 팔기 편하겠다.

일일이 퍼담아 줄 필요 없이 냉동 진열대에 때려 넣어 두면 손님이 알아서 주섬주섬 골라 집고 돈만 받으면 되니까.

여담인데, 발리의 젤라또 아이스크림과 피자 맛이 괜찮은 이유는, 서양인 중에서도 유독 이탈리아인들이 발리와 롬복에 여행을 많이 오고, 아예 눌러 앉은 사람도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나저나 저 중국인 커플 대단하다.
난 그늘에 있어도 더워서 힘든데, 결혼 예복을 입고 저 땡볕 맞아가며 버티고 있다.
내가 레스토랑에 있었던 시간만 1시간이니, 최소 1시간 반 이상을 한 장소에서 포즈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거다.
나라면 아무리 예쁘고 돈많고 착한 여자와 결혼한다 하더라도 저렇게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웨딩 사진 찍어야 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털옷도 세 장 더 껴입고 콧노래를 부르며 찍겠지 뭐. 나라고 별 수 있겠어.

드림랜드 해변 가는 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와장창창 쏟아진다.

길 전체가 발목 깊이 시냇물로 덮일 정도다.

미련없이 포기하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 뜨듯한 물로 샤워하고 쉬었다.

예전 발리 첫 여행 때, 멋모르고 비 쫄딱 맞아가면서 시원하다며 오토바이 타고 돌아 다니다 감기 걸려 고생한 이후로 조심하게 됐다. (https://choon666.tistory.com/284)


비는 오후 4시쯤 되어 그쳤다.
시간이 애매해서 숙소에서 쉬다 저녁 먹으러 나섰다.
타코를 먹어볼까 해서 미라스 와룽 Mira's Warung 이라는 곳에 가봤다. (warung 소규모 식당)


저녁 7시가 좀 안된 시간인데 테이블이 텅 비었다.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발리 남부 일대는 Grab Food를 통해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여행 가서 호텔에서 짜장면이나 치킨 시켜먹는 셈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하긴, 딱히 뷰가 좋거나 한 레스토랑은 아니다.

그래도, 골목길 레스토랑 나름의 분위기도 좋다.


가격대는 중간 정도


맥주를 시키니 땅콩이 서비스로 나온다.

그게 뭐 대단한 거냐 싶겠지만, 외국에선 당연한 거 아니다.


비프 퀘사디야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맛은 담백하니 괜찮았다.


고기 아니면 안먹는 배부른 고양이 시키

때깔을 보아하니 제법 보살핌을 받는 모양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현지인들이 저녁을 먹는 일반적인 식당


밤이 되어 문 닫은 가게 앞에 차려지는 노점 식당도 주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장사한다.
우붓이나 꾸따 지역은 대로변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업소들은 거의 다 관광객 대상 업소들이고, 현지인 대상 업소는 좁은 골목 안쪽 잘 보이지 않는 곳이나 변두리에 있는데, 남부 지역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설마 관광객들이 다 배달 시켜 먹어서?


숙소 가는 길에 현지인들이 쉴 새 없이 들락 거리며 포장해가는 식당이 보여서 아무 생각 없이 들렀는데, 맛집이다!!


발리나 인니 전통 조리 방법이 아니라, 중국 요리의 영향을 받아 양념에 고기를 재웠다가 굽는 게 아닐까 싶다.

꼬치 10개에 2만 루피아로, 고기 크기가 작아 현지인 물가를 감안하면 약간 비싼 편이지만 (물론 관광객 물가에 비하면 매우 싸다), 충분히 납득할만큼 맛있다.

아니면 그렇게 장사가 잘 될리 없겠다.


식당 위치는 맥스원 호텔 근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