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li 뒷풀이 휴식 여행] 4/8. 발리 남부, Jimbaran

명랑쾌활 2019. 12. 16. 08:04

숙소 아주 만족스럽다.

에어컨 덕분에 선선했고, 침대 매트리스도 적당히 푹신했다.

모기도 없어서 아주 편하게 푹 잤다.


간밤에 방 안에서 케잌과 초코바를 안주 삼아 먹다가 그냥 두고 잤는데 개미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벌레가 방안에 들어올 수 없도록 방역 조치를 한 모양이다.

발리 서비스업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아침에 나와보니 내 오토바이 좌석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인기척을 느끼고 오토바이에서 내려서더니...


대나무 깃대와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다.

사랑엔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없으며, 종은 물론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뛰어 넘기도 한다.

평화로운 아침이다.


조식 메뉴는 프랜치 토스트 한 가지다.

아침 8시에 먹겠다고 어제 얘기했는데, 정확하게 8시에 갖다 줬다.

아주 프로페셔널하다는 느낌이다.

인니는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시간 관념이 약해서 정확히 시간을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 몇시에 아침 먹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시간에서 얼마 지나서야 와서 아침 먹겠냐고 또 묻는 경우도 있다.


토스트 안에 달걀이 꽉꽉 차있다.

적당히 잘 익혀서 계란빵 비슷한 맛도 난다.

이정도면 식당에서 최소 2만 루피아 이상 받을 퀄리티다.


오렌지 쥬스도 제대로 직접 짠 거다. (싸구려는 오렌지 분말 타서 나오는 곳도 있다)

이것도 식당에서 최소 2만 루피아 이상은 받을 퀄리티다.


객실 안에만 못들어오도록 방역을 했는지, 다 마신 빈 잔 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미가 끓는다.

저 녀석들 막 무는 것들이니 조심해야 한다.


오늘은 우붓에서 발리 남부의 짐바란 Jimbaran 지역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오토바이로 2시간 정도 걸릴 여정이라 숙소에서 좀더 쉬어 둔다.


출발하기 전 우붓 시내 라 미엔 La-Mien 이라는 식당에 가서 약간 이른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국물을 마시고 싶어서 시킨 미소 라멘

뭐 그냥 그저 그런 미소 된장맛이다.


일행이 시킨 히야시 추카 Hiyashi Chuka

중화(추카)풍 냉면이라는 일본 음식을 발리에서 파는 것 답게 소비에트 연방 남서부 어느 시골 마을 음식점에서 파는 아프리카 세네갈 향토 요리 맛이 난다. (...정체성이 모호한 맛이라는 뜻이다.)

맛 없어서 도저히 못먹겠다는 건 아니다.

파는 파맛이 나고, 오이는 오이맛이 나고, 면은 면맛이 나고, 소스는 새콤한 맛이 난다. (...따로 논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건 인니어로 쭈까 cuka 가 식초를 뜻한다.

새콤한 맛의 음식이니 Hiyashi Cuka 라고 해도 뜻이 그럭저럭 맞겠다.


우붓에서 12시 정각에 출발해서 별다른 사건사고나 길 헤매는 일 없이, 예약해둔 꾸부 짐바르 Kubu Jimbar 호텔에 2시쯤 도착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30분 정도 쉰 거 빼면 1시간 반 걸린 셈이다.

오토바이로 1시간 반은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쌩쌩 다니는 도로를 지나 와서 긴장이라도 했는지 몸이 여기저기 쑤신다.


가루다 위스누 끈차나 Garuda Wisnu Kencana 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 신축 호텔이다.

홍보기간인지 비수기라서 그런지, 에어컨+핫샤워+냉장고+조식 조건에 1박 30만 루피아로 저렴하다. (최근 다시 검색해 보니 26만 루피아다.)


신축 호텔답게 방도 깔끔하고, 객실도 넓어서 마음에 든다.


세탁 서비스와 오토바이 렌탈 서비스


뷰는 그냥 평범하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6시 좀 넘어서 저녁 먹으러 나섰다.


그냥 문득 한국식 치킨이 먹고 싶어서 치르치르에 갔다.

뭐 발리까지 가서 치킨이냐고 하겠지만, 난 인니에 산다. ㅎㅎ


Movenpick 이라는 고급 리조트 앞에 조성된 쇼핑가 안에 있다.

이 곳에서는 저녁 때면 발리 전통음악을 연주한다.


야외 홀 구석 손님 테이블에 주인으로 보이는 한국 사람이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인 걸로 보인다.

하지만 인테리어나 배너로 보아 중국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발리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율이 가장 높고, 중국인들이 한국의 치맥을 좋아하니 그런듯.


치르치르가 인니에 6곳이나 오픈했던가!?


한국 치킨... 반갑다... 근데 비싸다... =_=


생크림을 올린 맥주라니, 한국에는 이런 게 유행인가?


냉큼 시켜 마셔 봤는데, 내 입맛에는 꽝이다.

맥주의 쓴맛과 생크림의 단맛이 따로 논다.

차라리 맥주 한 모금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따로 먹는 게 나을듯.

하여간, 술에는 섣불리 뭔 짓을 하면 안된다.


일행이 시킨 요상한 칵테일 역시 꽈광이었다.

도대체가 뭔 맛인지 정체성도 모르겠고, 코로나 맥주병 꼽아 놓은 것도 인스타 사진 찍기나 좋지 당최 불편하다.

이름이 레이디 킬러인데, 적당히 마시다가 기회를 봐서 저 맥주병으로 여자 뒤통수를 내리치라는 뜻인가 보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식 양념치킨이 반가워서 감탄~

맛있긴 한데 양이 더럽게 적어서 더 감탄~


사람들이 비싸서 잘 안시켜서 그런지, 냉장고에 시야시 된 소주가 없어서 얼음통에 담아 나왔다.

하긴, 소주 한 병에 15만 루피아라면 인니 사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국에서 여행 온 사람들에겐 오히려 물가 충격이 크겠다.

한국 사는 사람들에게 소주는 돈 없어서 마시는 술이지만, 인니에서는 돈 많아야 마시는 술이다. 돈 없는 사람은 맥주를 마신다.


맥 앤 치즈 맛은 뭐 그닥그닥

일행이 시킨 거고, 어차피 난 기대도 안했다.


대망의 바베큐 치킨

주문 받으면서 한 30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겠냐고 한 건데, 1시간 만에 나왔다. ㅋㅋ

메뉴에 패밀리 뭐 어쩌고 저쩌고 써있었는데, 그 패밀리가 음식 양을 뜻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니면 2인 가족 패밀리?)

맛은... 요리가 오래 걸린다고 해서 꼭 맛있는 건 아니다.

너무 탔고, 바베큐 소스도 너무 인색하게 발려졌다.

피클이나 무 대신 나온 채소는 현지화 한 건가 본데, 맛은 음... 이 업소의 주요 대상 고객이 한국인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줬다.


빰빠라밤빰~~ 치킨집에서 둘이 먹었는데 7만원이 나왔다. ㅋㅋㅋㅋㅋ

격조와 품격이 있는 고급 치킨집(?)이니 생수 한 병에 2천원 정도는 받아야 하나 보다.

서비스 차지에도 부가세를 붙이는 신기한 계산법도 감탄스럽다.


발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발리에 있는 어지간한 중고급 레스토랑 스테이크 보다 비싼 편이다.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거니 누굴 탓하겠나.

운영하시는 분도 고충과 이유가 있겠지 싶지만, 저래서야 오래 버틸 수 있겠나 싶다.

뭐 혹시 내 오지랖일 뿐, 외국인들에게는 스테이크보다 더 비싼 값어치로 받아 들여질지도 모를 일이고.


치킨집에서 샛길로 100m 정도 가면 짐바란 Jimbaran 해변이길레 들러 봤다.


해산물 굽는 연기로 자욱하다.


외국 관광객들이 발리 해산물 바베큐를 먹으러 오는 곳이다.

하지만, 여기 해산물들은 발리 근처 바다에서 잡힌 게 아니라, 대부분 수입이거나 더 먼 바다에서 잡아 온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디 인니 현지 회사에서 단체로 온 건지 인니 7080 가요를 떼창하며 떠들썩 하다. ㅎㅎ


뭐 별로 궁금하진 않겠지만, 꾸스 플루스 Koes Plus 라는 밴드의 부장안 Bujangan 이라는 노래다. (https://choon666.tistory.com/1239)

bujangan 은 미혼, 솔로라는 뜻이고, 노래 내용도 '나는 솔로고 돈도 없지만 마음 만은 즐거워 랄랄랄~' 뭐 이렇다. (즐겁다는데 나는 왜 이리 슬프게 들리나... 크흡...)


어쩌면 남자들만 바글바글 단체로 발리에 놀러 온 저 사람들에게 딱 맞는 노래일 수도 있겠다.

...유부남이라면 정말 진심으로 즐거워서 눈물이라도 줄줄 흘리며 저 노래를 부를 수도 있겠고.

자유로운 사람은 속박을 그리워 하고, 속박 당한 사람은 자유를 그리워 하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욕망한다.


짐바란 해변 남쪽 언덕 쪽을 보면, 그리스의 산토리니나 이탈리아의 아말피 같이 절벽에 걸친 마을 풍경이 연상되기도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코코 마트에 들렀다.

한국 라면의 인기는 정말 세계적이다.


가게 한 켠에 온수 급수대가 있다.

이게 뭐 신가하냐 싶겠지만, 인니는 이런 편의가 제공되는 가게가 아직도 드물다.


뭔가 코믹해 보이는 이 엽서 사진은 여아의 성인식 때 송곳니를 갈아내는 발리 전통의식의 모습이다.
발리 힌두교에서는 송곳니에 정욕과 악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하여 반듯하게 갈아내는 전통이 있다.
옛날에는 이가 빠져서 새로 나면 또 갈아내고 해서 반듯한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성인식 때만 갈아내고 다시 날 경우엔 그냥 두는 게 보통인데, 지역에 따라서 아직도 옛날식으로 계속 갈아내는 곳도 있다고 한다. (발리인 왈)


돼지고기 가공 제품들이 전면에 진열되어 있다니, 역시 발리라는 실감이 난다.

자카르타에도 맨 오른쪽 주황색 포장의 제품들은 유통이 되는데, 그 외에도 제품 종류가 저렇게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


아쿠아에서 출시한 100% 재활용 자재로 만든 페트병을 쓴 생수

일반 페트병 제품보다 세 배 가량 더 비싸다. =_=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상품을 기획했는지 모르겠다.

재활용 자재를 매집하고 세척 가공하여 페트병을 만드는 공정에 비용이 더 들어 가지만, 환경 보호 의식이 투철한 서구인 여행자들이라면 기꺼이 그 비용을 감수하고 선호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렇게 선한 일을 할 거면 그 비용을 공급자가 감수해야지, 왜 그걸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냐고 기분 나빠할 거라는 생각은 안드나?

환경 팔아 돈 벌려는 장삿속이라고 거부감 들 거라는 생각은 안드나?


* 인니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음용수 브랜드 아쿠아 Aqua 는 다국적 기업 다농 Danone 제품이다.


세계 각국 양주들 사이에 당당히 자리 잡은 한국의 과일향 소주!

가격도 다른 양주와 별 차이 안난다는 게 함정!!


발리 아로마 향과 받침

아무 생각 없이 샀는데 이거 요물이다. ㅋㅋ

꼽으면 저절로 기울어진 상태로 세워지는데, 향의 재가 정말로 거의 대부분 손바닥 안에 떨어진다.

집이 제사를 지내서 저런 향에 익숙한데, 한국의 향을 꼽는 단지는 향의 재가 3분의 1 정도는 단지 바깥으로 떨어져 지저분하고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