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Flores Indonesia] 6/18. Pulau RInca & Pnatai Manjarite & 둘쨋날 저녁

명랑쾌활 2019. 8. 29. 10:23

언덕을 오른다.

느낌상, 아까 국립공원 입구 들어오면서 봤던 언덕 꼭대기 정자로 가는 것 같다.

초단거리 코스가 맞나 보다.


어제 오늘 아주 그냥 오르막의 향연이다.

하루하루 몸뚱아리가 건강해지는 느낌이 너무 기뻐 절로 욕노래가 나온다. 아이 신나라 시발랄라~


단거리 코스와 중,장거리 코스가 갈라지는 팻말이 서있다.

아마 아까 봤던 건 옛날 코스 팻말이고, 코스를 새로 바꿨나 보다.

중,장거리 코스로 가는 방향엔 길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단거리 코스만 도는 모양이다.


드디어 정상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게 과연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선착장 바다


저곳에서 지금 서있는 이곳을 보면서 싸한 느낌이 들었었지...


둘이서 배를 빌려 투어를 하는 부르조아 커플이라도 이 언덕은 두 발로 걸어 올라와야 한다.

돈이 아주아주 많지 않은 이상, 낙후된 지역의 투어는 거기서 거기다.


하산하는 발걸음이 룰루랄라 가볍다.

이제 더이상 힘들게 오르내리는 코스는 없다.


나무 밑에 코모도 도마뱀이 있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정말 잘 안보인다.

앞서 갔던 일행들도 모르고 지나쳤다가, 우리가 멈춰서서 보고 있자 다시 돌아왔다.


이러고 가만히 있으니 보일리가 있나.


원숭이도 서식한다.

코모도 도마뱀의 사냥감 중 하나지만, 잡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베이스 캠프의 화장실에 왔는데... 엥?


사람만 한 코모도 드래곤 한 마리가 여자 화장실 입구를 점령했다.

변태라서 그런 건 아니고, 서늘한 타일 바닥에 몸을 붙이고 있는듯.


투어가 끝나면 드디어 매점을 이용할 수 있다.

시원한 캔콜라 하나 원샷하니 좀 살 것 같다.

캔맥주도 판다!


건물 바닥 밑 공간에 코모도 도마뱀이 보인다.

하도 여기저기 있어서 방심하다가 사고나겠다.

사지에 힘이 넘쳐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쑤시고 다니는 애들 데리고 오면 위험할듯.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관리 사무소 건물 밑에는 뿔이 제법 크게 자란 사슴이 엎드려 쉬고 있었다.


나무 그늘 밑에도 사슴


귀여운 새끼 물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지만...


그 옆에 엄마 물소가 있어서 가까이 가지 않았다.

'내 새끼 이뻐서 쓰다듬어 주는구나~' 하고 내버려 둘만큼 이해심이 넓어 보이지는 않았다.


원숭이 한 마리가 공터를 가로질러 바쁘게 뛰어간다.

여자친구랑 약속 시간이 늦기라도 한 모양인듯.

시골 원숭이라 그런지, 그럴 경우엔 차라리 꽃이나 백, 보석 등등 먹지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선물을 사들고 가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린짜섬은 자급자족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야생 그 자체인 구역이다.

딱히 외부의 도움이 필요 없다.

사람 통제하고 내버려 두면 된다.

하긴, '자연스럽다'라는 표현도 있듯,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곧 자연 보호다.

자연을 인격화하여 인식하니, 보호하기 위해서 구체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그래서 한국은 자연 보호가 어렵다.

독립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면적을 '그냥 내버려 두기엔' 한국의 땅덩어리가 너무 작다.

그리고, 값을 매길 수 없는 갯벌을 메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필지로 만들려고 하는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의 탐욕은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걸 참을 수 없다.

구불구불한 자연 하천을 일자로 만들고 강둑을 공구리를 때려 덮어, 그렇게 해서 생긴 강변 땅을 다져 도로와 건물을 올린다.

한국인은 통제되지 않은 상태의 자연을 거북해한다.

주인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길고양이가 눈에 뜨이면, 일단 적대감부터 갖는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길고양이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미워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갖다 붙여 합리화 한다.

한국인은 내버려 두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혼자 조용히 점심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고, 저녁 회식 참가하지 않고 집에 가서 쉬겠다는 사람을 배신자라고 미워한다.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것을 대적행위로 받아 들인다.

한국인에게 자연은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린짜 섬에서 2시 반에 출발하여, 1시간 쯤 걸려 마지막 코스에 도착했다.

원래는 만타 포인트에 가야 하는데, 역시나였다.


라부안 바조 항구로 가는 길에 있는 만자리떼 해변 Manjarite Beach 라는 곳으로 데려갔다.

느린 배로 최대한 기름값 아낄 수 있는 코스로 구성한 투어란 얘기다.

역설적으로, 빠다르 섬 말고 다른 곳에는 딱히 흥미가 없던 내게는 만족스러운 코스였다.


경치 좋고, 물 맑은 곳이다.

금방이라도 와장창 무너져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질듯한 큰 바위절벽 풍경이 멋지다.


배 가이드가 뭍에 코모도 도마뱀이 사니 조심하라고 했는데, 좀 믿기 힘들었다.

저긴 코모도 섬이나 린짜 섬처럼 분리된 지역이 아니라, 플로레스 본섬 지역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다리 끝까지 가봤던 지인이 해변 나무 밑에 코모도 도마뱀이 있는 걸 직접 봤다고 한다.

방치된 땅이 널리고 널린 나라답구나 싶다.


얼마 후, 아야나 리조트 로고가 찍힌 스피드 보트를 타고 온 서양인 가족이 리조트 직원의 안내를 받아 해변 쪽으로 갔다가, 약 20분 쯤 후에 다시 돌아왔다.

아마도, 도마뱀을 보고는 싶지만 굳이 코모도 섬까지 가기는 싫은 관광객들을 위한 대안 코스인 모양이다.


여기 바다는 산호초는 없지만 형형색색 물고기가 많아 스노클링하는 재미가 있다.

니모도 있다.


오늘 1일 투어를 했던 배 내부


배는 낡고, 느리고, 소음도 심했지만, 간식으로 먹으라고 커피와 차, 보온병, 바나나를 비치해뒀다. (팁박스도)

전부 다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닌 배도 있는 모양이다.

다른 투어 배 여행자가 자기네는 이런 거 없다며 부러워 하길레 바나나 하나 건네줬다.

뭐 꼭 그 여행자가 비키니를 입은 금발 미녀라서 준 건 아니다.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흑발 미녀라도 줬을 거다.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건 좋지 않다.


배 지붕 차양막 원단이 한국산이다. ㅋㅋ

한국 연예인이나 가수의 문화상품 보다 이런 게 눈에 띄면 더 반갑다.


한 시간 정도 스노클링을 하고, 라부안 바조 항구로 출발한다.

원래 4시 반에 출발하려 했으나 엔진에 이상이 있는지, 정비하느라 15분 늦게 출발했다.


플로레스 해안가의 작은 마을

본섬에 있지만 육로가 이어지지 않아서 섬이나 다름 없다.


라부안 바조 항구 지역 전경

흔히 여행자들이 '라부안 바조'라고 하는 지역은 사진에 보이는 게 전부다.

물론 저 산 너머에 공항도 있고, 그 근처로 사진 속 항구 지역의 네 배 정도 되는 면적 역시 라부안 바조 시에 속하지만, 거긴 관광과는 상관 없는 깡시골이다.


항구 앞 바다 한 켠에 숙식을 할 수 있는 배들이 줄줄이 정박해 있다.

일대 바다가 파도도 없이 워낙 잔잔해서 배에서 먹고 자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듯.


5시 36분 항구 도착

숙소 차량이 이미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다.

새벽 6시에 출발했었으니 꼬박 12시간 짜리 투어다.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아웃 계산을 미리 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루뗑으로 넘어갈 예정이라, 경황이 없을 것 같았다.

어제 오토바이 빌릴 적에 짤없이 24시간 대여라고 했길레 어쩌나 싶었는데, 저녁 먹으러 시내 나가는데 오토바이 좀 써도 되겠냐니까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내일 루똉 Ruteng 으로 갈 교통편을 숙소 프론트에 알아봤다.

구눙 마스 버스편 예약 가능하며 루뗑 Ruteng 까지 1인당 11만 루피아랜다.

(구눙 마스 Gunung Mas : 플로레스 서쪽끝 라부안 바조와 동쪽의 가장 큰 도시인 마우메레 Maumere 를 정기 왕복 운행하는 시외버스 여행사)

그 외 차량 대절해서 갈 경우 시세가 차 1대당 1백만 루피아인데, 숙박하는 손님은 70만 루피아에 해주겠단다.

그냥 구눙 마스로 예약해달라고 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 숙소 프론트 매니저의 태도가 친절해서, 내친김에 오늘 저녁 식사로 현지식 메뉴 잘 하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아르또로모 Artomoro 라는 곳을 추천해 준다.


언덕길 지나며 석양 풍경 다시 한 번 감상

일방통행이라 시내 가려면 어차피 빙 둘러 여길 꼭 지나가야 한다.


<출처 : 구글에서 퍼옴>


뷰는 메디테라네오 레스토랑보다 좋았다.


현지식 + 서양식 짬뽕 메뉴였다.

숙소 매니저는 우당 뜰루르 아신 Udang Terlur Asin (udang 새우, telur asin 소금기 배어들게 찐 달걀) 을 꼭 먹어보라고 적극 강추했지만, 하루종일 투어하느라 힘들어서 고기가 땡긴다.

질겨서 후회할 거 각오하고 사삐 라다 히땀 Sapi Lada Hitam (sapi 소, lada hitam 흑후추) 을 시켰다.


우당 뜰루르 아신은 새우에 찐 소금 달걀, 마늘과 파를 섞어 밀가루 튀김 옷을 입혀 튀기는 요리로 인니 어딜 가든 볼 수 있다.

재료를 보면 알다시피,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인데, 좀 짠 편이다.


마실 물을 예쁜 유리병에 담아 나온다.


바꽌 자궁 Bakwan Jagung (bakwan 동글납작한 밀가루 튀김, jagung 옥수수)


자궁 바까르 Jagung Bakar (bakar 굽다, 타다)


맛있었다. 특히 소스가 일품이다.

인니 쇠고기는 물소 고기라 질긴 편이라 각오했었는데, 많이 질기진 않았다.

씹는 맛이 있다...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다.

일행이 시킨 뚜미스 붕아 쁘빠야 에비 Tumis Bunga Pepaya Ebi 도 괜찮았다고 한다.

어지간히 잘하지 않으면 맛 내기 어려운 음식인데, 제대로 맛을 냈다고 한다.


빈땅 맥주 큰 거 38,000 루피아

서비스 차지 없이 부가세 10%만 깔끔하게 붙였다.

이 정도면 가격도 적당한 곳이다.


다만, 통풍이 잘 안되어 좀 더운 편이다.

전망 좋은 테라스 가장자리들이 왜 비어 있나 했더니, 다른 손님들이 천정 팬 밑을 선호해서 그런 거였다.

더위 좀 탄다면 천정 팬 밑 자리에 앉길 권한다.


후식으로 젤라또 아이스크림 하나


숙소 도착

오늘 밤도 슈퍼문이 밤을 밝힌다.


2일 숙박비 59만 루피아

1일 투어 2명 1백만 루피아

오토바이 랜트 1일 7만 5천 루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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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안 바조에 온다면 거의 대부분 코모도 투어가 목적일 겁니다만, 2~3시간 정도 짬을 내어 공항 북쪽 방면을 한 바퀴 돌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볼 거 없는 시골 어촌 마을입니다.

낮에는 바람이 없어서 무지 덥기 때문에, 설렁설렁 느긋하게 쉬기도 적당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