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V

인니 시골의 방문판매 저온살균 우유

명랑쾌활 2019. 8. 19. 10:00

보안을 중시하는 고급 주택단지는 잡상인 출입금지지만, 그 외에는 주택가에 행상이 돌아다닙니다.

채소장수야 한국에서도 드물진 않지만, 라면, 바소, 아이스크림, 빵 등등 별별 것이 다 있지요.

한국도 30년 전만 하더라도 뻔데기나 망개떡 파는 행상이 있었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인니는 아직도 그래요.

시골 깡촌에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수도 자카르타에도 여전히 있지요.

그 중 신기한 걸 봤습니다.


우유입니다.


그냥 우유가 아니라, 무려 파스퇴라이징! 저온살균 우유입니다. ㅋㅋㅋ

이 곳에서 360여 km 떨어진 스마랑 Semarang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네요.


인니는 냉장유통 체인이 취약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우유가 고온 멸균 제품입니다.

하긴, 한국도 1980년대 후반 파스퇴르 우유가 출시되기 이전까지는 우유라면 무조건 고온 멸균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죠.


뭔가 첨가물이 많네요.

원래 백우유를 사려고 했는데, 다 떨어져서 할 수 없이 딸기와 초코 우유를 샀습니다.


초코우유


둘 다 밍밍해서 맛 없습니다. ^^;

젖소 관리 수준이 낮아서 그렇겠지요.

한국의 낙농산업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새삼 느낍니다.


애초에 저온 살균이라는 말은 믿지 않았습니다.

저온 살균법은 고온 살균법에 비해 관리가 어렵고, 관리가 어렵다는 건 곧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의미지요.

그런 제품을 시골 마을에 방문판매를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뭔가 앞뒤가 안맞습니다.

아마 그냥 원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배탈 정도는 각오했었는데, 다행이 별 이상은 없었습니다.


포장에 찍힌 유통기한에서 딱 하루 넘겼더니, 상해서 요상한 신맛이 나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괜찮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니 가공 식품들은 당최 상하질 않아서 찜찜하거든요.

예전에 찌르본 Cirebon 지역 공무원이 제게 투자라도 받을 요량으로, 자기 부인이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어서 지역에 유통하는 케잌 제품을 소개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자기 부인이 만드는 케잌과 과자는 모든 원료가 천연 재료이기 때문에 일주일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는 희대의 개소리를 했었지요.

'천연 재료 = 좋은 거 = 상하지 않는 거'라는 논리였나 봅니다.

그런 수준 낮은 개소리에도 속는 순박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보니, 그런 순박한 사기꾼도 있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