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V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명랑쾌활 2019. 8. 9. 08:54

그라하 렉소 Graha Rekso 빌딩에서 바라본 끌라빠 가딩 Kelapa Gading 북쪽 방면입니다.


사진 중앙을 기준으로 오른편은 중상류층 주택단지입니다.

1년 임대료가 무려 천만원이나 하는 지역이지요.

왼편은 국유지인 늪지입니다.

늪지 저편 멀리 희끄므레 보이는 곳은 무허가 빈민촌이군요.


대략 이런 곳이지요.


늪지 위에 말뚝을 박아 수상가옥처럼 지은 오두막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구글도 참 대단하네요.

이 곳까지 들어가서 촬영을 했다니.


한국에 비해, 기본적인 법의 기조가 개발보다는 국민의 생존권을 우선시 한지라, 번화한 부촌 옆의 빈민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지역이 있다고 인니가 미개하다고 깔볼 게 아니라, 극빈층이 사는 구역을 보기가 힘든 한국이 야만적인 게 아닌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만약 한국에 극빈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럴 리가 없지요.

안보이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안보이는 곳으로 쫓아냈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보통' 사람들은, 일정 수준 이하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눈에 띄는 것은 물론, 설령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자기 집 근처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싫어합니다.

그 놈의 집값 떨어진다는 명분 하에요.

양심도 동정심도 인간애도, 부동산 앞에서는 다 개소리입니다.

누구는 뼈 빠지게 돈 모아서 집 짓고 샀는데, 누구는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국유지에 무허가 판자집을 짓고 사냐고, 상대적 불평등을 주장하며 기어이 쫓아 냅니다.

쫓겨난 사람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습니다.

자기는 '정의'를 실현한 것일 뿐입니다.

인류애가 결여된 정의라는 게 얼마나 냉혹한지, 사욕의 합리화 도구로 사용되는 정의가 얼마나 뻔뻔한지, 훌륭한 예를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