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뜰이 잘 보이지 않게 막은 건 의도적인 연출인 것 같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털이개들도 운치있다.
왼쪽으로 돌아서 가라는 친절한 안내 표시
활기찬 엉덩이가 관람객을 반긴다.
취향이 S쪽인 누나인듯
자매였군
이토 준지가 떠오르는 괴어
대형 차량이 출입할 수 있는 뒷문인듯 하다.
건물과 뒷뜰 사이에 시야를 가린 벽을 돌아 나오면 울창한 수목에 둘러싸인 넓다란 공간이 펼쳐진다.
왜 Museum 이라고 하지 않고 Park 라고 했는지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품들 못지 않게, 수목들을 정성들여 배치했다.
뒷뜰은 수목들이 주역이고, 그 안에 작품들을 배치한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
땅을 뚫고 오르는 고래다.
좀 떨어진 곳에 꼬리가 보인다.
사진 속 관람객과 비교하면 크기가 짐작이 될 거다.
이 곳 전시물 중 공동 1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비록 고래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익숙함을 넘어서는 스케일로 거대하면서도 유순한 생물을 가까이서 본다면 느꼈을 것 같은 경외감 비슷한 감동이 느껴졌다.
Horizon은 내 서재 책상 옆에 두고, 서재 창문 너머로 보이는 뒤뜰에 저 고래가 있다면, 멋진 집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물론 서재겠지만.
깊은 밀림 속 나무를 은밀히 타고 내려오는 표범
작품들을 돋보이게 하지 않고, 넉넉한 수목들 사이에 어울리게 배치한 게 마음에 든다.
전시장도 좋았지만 뒷뜰이 더 마음에 든다니, 정말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
원래 있는 나무를 베지 않고 피해서 건물을 지었다.
계단도 나무를 피해 이리저리 꺾어서 올렸다.
왜 굳이 손에 시계를 채웠을까?
무슬림이었다면 돼지를 나타낸 작품을 다루지 않았겠지.
신앙은 보호하는 울타리기도 하지만, 가두는 우리기도 하다.
가끔 이종격투기 시합도 개최하나 보다.
작품명 : Rush Hour II
속도감 멋지다.
하지만 저게 정말 4명이 타고 있는 거였다면?
락스미 레스토랑은 뒷뜰 끝에 있었다.
관람하느라 출출해졌을테니 지갑을 열라는 거겠지.
지붕을 받치는 기둥을 봐도 공들여 지은 티가 난다.
돈 벌겠다고 지은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명은 당연히 Borobudur
뇨만 아저씨의 작품들이 레스토랑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저 곳이 흡연석인듯
밤에 오면 분위기 끝내주겠다.
작품명 : Gelora III(격랑, 대홍수)
내 맘대로 작품명 : 자부심 대결
화장실 옆에도 작품이 있다.
포커라도 한 판 때려줘야 할 것 같은 테이블
면적을 전혀 아끼지 않고 테이블을 넓직 넓직 배치했다.
손님 한 팀이라도 더 받으려고 테이블을 최대한 붙여 배치하는 업소들만 가봤던 나로서는 황송하기까지 하다.
효율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한' 상황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효율을 고려하는 습관이 고정관념화 된 사람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도 효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효율의 굴레를 벗어난 상대에게 - 이를테면 특출난 예술가나 사상가, 억만장자 등 - 주눅, 혹은 찬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걸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했다는 건, 그만큼 좁은 세상에 살았다는 거니까.
흡연을 할 수 있는 바가 레스토랑 뒷편에 따로 독립적으로 있다.
회를 먹고 싶으면, 작은 수조에 있는 물고기 중에 골라서 직원에게 말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시켰다고는 하지 말고.
화장실 출입구 옆에 전시된 동상
내 맘대로 작품명 : 룰루~
레스토랑 밑으로 작업장이 보인다.
철을 재료로 한 작품이니, 작업장이 철공소와 다르지 않을 거다.
한참을 앉아 선들선들 지나가는 바람을 감상했다.
감상했던 작품들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작품과는 상관 없는 얘기도 나누고...
작품들 감상하는 시간만큼이나 좋았다.
아니, 그 편안한 분위기는 긍정적인 기억으로 더 인상깊게 남았다.
나무 사이로 좁다랗게 올린 계단도 마음에 든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그만큼의 운치를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