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뉴 아트 조형물 전시 공원 Nu Art Sculpture Park 3/4

명랑쾌활 2019. 1. 14. 10:33

뒷뜰이 잘 보이지 않게 막은 건 의도적인 연출인 것 같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털이개들도 운치있다.


왼쪽으로 돌아서 가라는 친절한 안내 표시


활기찬 엉덩이가 관람객을 반긴다.


취향이 S쪽인 누나인듯


자매였군


이토 준지가 떠오르는 괴어

대형 차량이 출입할 수 있는 뒷문인듯 하다.


건물과 뒷뜰 사이에 시야를 가린 벽을 돌아 나오면 울창한 수목에 둘러싸인 넓다란 공간이 펼쳐진다.

왜 Museum 이라고 하지 않고 Park 라고 했는지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품들 못지 않게, 수목들을 정성들여 배치했다.

뒷뜰은 수목들이 주역이고, 그 안에 작품들을 배치한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


땅을 뚫고 오르는 고래다.


좀 떨어진 곳에 꼬리가 보인다.


사진 속 관람객과 비교하면 크기가 짐작이 될 거다.

이 곳 전시물 중 공동 1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비록 고래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익숙함을 넘어서는 스케일로 거대하면서도 유순한 생물을 가까이서 본다면 느꼈을 것 같은 경외감 비슷한 감동이 느껴졌다.

Horizon은 내 서재 책상 옆에 두고, 서재 창문 너머로 보이는 뒤뜰에 저 고래가 있다면, 멋진 집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물론 서재겠지만.


깊은 밀림 속 나무를 은밀히 타고 내려오는 표범


작품들을 돋보이게 하지 않고, 넉넉한 수목들 사이에 어울리게 배치한 게 마음에 든다.

전시장도 좋았지만 뒷뜰이 더 마음에 든다니, 정말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

원래 있는 나무를 베지 않고 피해서 건물을 지었다.


계단도 나무를 피해 이리저리 꺾어서 올렸다.


왜 굳이 손에 시계를 채웠을까?


무슬림이었다면 돼지를 나타낸 작품을 다루지 않았겠지.

신앙은 보호하는 울타리기도 하지만, 가두는 우리기도 하다.


뭔가가 돼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가끔 이종격투기 시합도 개최하나 보다.


작품명 : Rush Hour II

속도감 멋지다.

하지만 저게 정말 4명이 타고 있는 거였다면?


락스미 레스토랑은 뒷뜰 끝에 있었다.

관람하느라 출출해졌을테니 지갑을 열라는 거겠지.


하지만, 메뉴 가격은 적당한 편이다.


지붕을 받치는 기둥을 봐도 공들여 지은 티가 난다.

돈 벌겠다고 지은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명은 당연히 Borobudur

뇨만 아저씨의 작품들이 레스토랑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저 곳이 흡연석인듯


밤에 오면 분위기 끝내주겠다.


작품명 : Gelora III(격랑, 대홍수)

내 맘대로 작품명 : 자부심 대결


화장실 옆에도 작품이 있다.


포커라도 한 판 때려줘야 할 것 같은 테이블

면적을 전혀 아끼지 않고 테이블을 넓직 넓직 배치했다.

손님 한 팀이라도 더 받으려고 테이블을 최대한 붙여 배치하는 업소들만 가봤던 나로서는 황송하기까지 하다.

효율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한' 상황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효율을 고려하는 습관이 고정관념화 된 사람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도 효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효율의 굴레를 벗어난 상대에게 - 이를테면 특출난 예술가나 사상가, 억만장자 등 - 주눅, 혹은 찬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걸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했다는 건, 그만큼 좁은 세상에 살았다는 거니까.


흡연을 할 수 있는 바가 레스토랑 뒷편에 따로 독립적으로 있다.

회를 먹고 싶으면, 작은 수조에 있는 물고기 중에 골라서 직원에게 말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시켰다고는 하지 말고.


화장실 출입구 옆에 전시된 동상

내 맘대로 작품명 : 룰루~


레스토랑 밑으로 작업장이 보인다.

철을 재료로 한 작품이니, 작업장이 철공소와 다르지 않을 거다.


한참을 앉아 선들선들 지나가는 바람을 감상했다.

감상했던 작품들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작품과는 상관 없는 얘기도 나누고...

작품들 감상하는 시간만큼이나 좋았다.

아니, 그 편안한 분위기는 긍정적인 기억으로 더 인상깊게 남았다.


나무 사이로 좁다랗게 올린 계단도 마음에 든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그만큼의 운치를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