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띠루후르 댐 Waduk Jatiluhur] 2/2. 오는 길

명랑쾌활 2018. 12. 10. 09:59

드디어 자띠루후르 댐을 직접 보게 됐다. ㅋ


배 모양으로 꾸민 까페

이 곳에서도 맥주 판다.

밤에 오면 분위기 꽤 좋겠다.


까페 밑

뭘 하라고 만든 곳인지 모르겠는데, 바람이 솔솔 지나가서 사랑의 레슬링을 해도 별로 덥지 않겠다.

뭘 하라고 만든 곳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문득 레슬링 생각이 났다.


낙서가 있는 거 보니, 더더욱 레슬링이 떠오른다.


옷을 걸어두고 카메라맨이 구도 잡고 사진 찍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 신부 의상인듯.


한국 같으면 장식 망친다며 다 내쫓았겠지.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로 가지 않고, 댐 하류 쪽으로 가봤다.


<출처 : 구글에서 막 퍼옴>

요런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일반인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수력발전소라서 저런 전기장치들이 있는듯


Utamakan Sholat dan Keselamtan Kerja

기도와 작업 안전을 우선시 하시오


...들어가기 전에 기도가 필요한 곳이었어? @_@;


언젠가 봤던 사슴이 거의 내 키만큼 커서, 사슴이 실제로는 흉악한 동물이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렇게 작은 사슴도 있나 보다.

그래도 뿔은 흉악하다.

저 걸로 별로 세지도 않게 푹푹 들이 박으면 사람 몸에 구멍 나는 건 일도 아니겠다.

들이 박고 고개라도 살살 휘저으면 기분 삼삼하겠다.

누가 가녀린 사슴이 어쩌고 그랬던가.


초식동물이 도망만 다니는 약자라는 건 단어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이다.

적어도 사람에게 불쌍한 취급 받을 정도로 약하진 않다.

채식주의자가 평화를 사랑하고 순할 거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그들은 그저 고기를 먹기 싫어하는 거고, 그런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기 위해 오히려 더 전투적이고 예민할 수도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 착할 거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애초에 자기 이웃을 자기처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교회를 갈 필요도 없다.


낚시하는 원숭이가 도대체 왜 저기 있는지 뜬금없다.


수력발전소 터빈 부품인듯

저런 건 어느 공장에서 만들까?


내가 어렸고, 이 동네에 살았다면, 분명히 저 불탄 벽 잔해를 기를 쓰고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거다.

그리고 옷에 온통 검댕이를 뭍히고 집에 들어가 엄마에게 궁뎅이를 두드려 맞았겠지.

지금은 그저 풍경을 쳐다보며, '건물에 화재가 난 모양인데, 보험은 들어뒀으려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패션모델 화보 촬영 배경으로 꽤 그럴듯해 보이네 그려.' 하는 생각이거나.

올라가거나 손 대 볼 생각 따위는 전혀 없다.

사람은 변한다.

변하는 게 순리다.


샛길로 빠져 들어 왔다.

구글맵으로 보니 댐 하류에서 멋진 전경이 보이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았다.


짜잔~

구글맵으로 여행 루트 짜보는 취미가 생겨서 자주 살피다 보니, 이제 안가본 곳도 지도로만 봐도 대충 포인트를 알 것 같다. 하하~


여기가 바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염도가 심각하다는 찌따룸 강 Sungai Citarum 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점이다.


내 인니 첫직장 정문에서 스무 걸음만 가면 찌따룸 강 중류 강변에 닿았다.

회사 주소에도 찌따룸이 들어가 있어서, 솔로 강 Bungawan Solo 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알게 된 인니 강 이름이기도 하다.

뭐 이제는 별 상관 없는 일이지만.


이 날이 인니 독립기념일 당일이라, 길가 여기저기 움불움불 umbul-umbul (형형색색 길게 줄줄이 매단 깃발) 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도시는 그래도 덜한데, 시골의 경우 독립기념일에 국기 안달면 괜히 쫓아와서 시비 거는 경우가 있다.

평소 마음에 안들었던 걸 애국심을 들먹이며 집적거리는 걸테다.

국뽕의 부작용이다.

종교도 마찬가지인데, 애국심이나 종교를 자기 우월감의 도구로 이용하는 인간들은 어딜 가나 있게 마련이다.


시골길 가에 있었던 시멘트 공장

누가 봐도 시멘트 공장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일부러 벽에 칠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정문에 간판 비스무리한 쪼가리도 없고.

이런 경우, 중국계 소유의 공장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좁다란 시골길 가에 있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집

단순히 개인 저택이라고 하기에는, 이슬람 회당 건물이 따로 있어서 애매하다.

보통 외부인들이 많이 들락 거리는 회사나 관공서 같은 공공장소에 회당 건물이 따로 있다.

새로 신축한 이 동네 동장 사무실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당연히 있어야 할 간판이 없다.

정문 앞에 연못이 있고, 따로 정문과 이어지는 길이 없다는 점도 해괴하다.

어쩌면 저게 정문이 아닐 수도 있겠고...

모기들 알 낳기는 좋겠다.



자띠루후르 댐은 인근에서 바람 쐬러 가기엔 괜찮은 곳이지만, 멀리서 일부러 찾아 올만 한 곳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뭐 그만큼 인니에 바람 쐬기 적당한 곳이 드물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저로서는 몇 년 전 미결로 남겨뒀던 건(?) 하나 해결한 거 같아 후련하네요.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언젠가는 되는가 봅니다.

좀더 맘 놓고 게을러져도 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