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띠루후르 댐 Bendungan Jatiluhur] 1/2. 가는 길

명랑쾌활 2018. 12. 3. 09:24

5년 전 요맘 때 쯤, 자띠루후르 댐에 가보려 했다가 허탕친 적이 있었지요. (http://choon666.tistory.com/421)

그 후로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겠지만, 도통 맘이 먹어지질 않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기 때문에도 그랬고, 언젠가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딱히 꼭 가야 할 만큼 대단한 곳이 아닌 이유도 있었고요.

그 게 벌써 5년 전 일이네요.

문득 문득 느낍니다만, 인니는 계절 변화가 거의 없다 보니 시간 감각이 잘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충 떠올릴 때는 2~3년 전 일 같은데, 어쩌다 날짜를 헤아려보면 그 두 배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걸 깨닫고 "허허 참..."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곤 합니다.

그와 함께, 그 때의 내가 꿈에도 몰랐던 일들을 이미 지나온 지금의 내가, 기억 저편에 있는 그 때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하지요.

아직까지는 언제나 지금의 내가 좋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것 보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또 뭐 어쩌겠어요. ㅎㅎ

어쨌든 이번엔 목적지까지 잘 갔다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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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띠루후르 댐 Bendungan Jatiluhur 은 자카르타와 반둥의 거의 중간 쯤에 위치한다.


사실 저번에 갔을 때도 자띠루후르 저수지에는 갔던 건 맞다. (화살표 지점)

하지만, 가고 싶었던 곳은 댐이었다.


<사진 출처 : 인터넷에서 막 퍼옴>

요런 걸 보고 싶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길로 갔다.

시골길 한참 들어온 지역에 논을 메워 주택단지를 짓고 있다.

최근 몇 년 들어, 노후화된 주택 수명과 맞물려 농촌지역 서민주택단지 건설 붐이 한창이다.

서민주택단지는 공장에 비해 허가가 까다롭지도 않고 수요도 짭짤하다.

게다가 국가 보조금도 있다. (장사 중 최고는 역시 세금 장사!)

이런 건 화교가 놓칠 리가 없는데, 거의 대부분 그들이 손 대고 있다고 한다.

역시 부동산은 중국인이 짱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띠루후르 방향에 가로놓인 야산 꼭대기에 대형 위성 안테나와 통신시설이 보인다.

인니 이동통신 3위 업체 인도삿 Indosat 의 본부가 저 곳에 있다.


인니 여기 저기를 다니다 보면, 그 많은 강과 하천에 비해 다리가 드문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리는 미관 따위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모양새다.

그만큼 인프라에 투입되는 비용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피티는 왜 그리 좋아하는지, 별별 곳에 낙서 그림이 있다.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락카 살 돈은 있나 보다.


시골 풍경 너머로 저 멀리 화학섬유 공장이 신기루처럼 떠있는 풍경에서 <은하철도 999>를 떠올리는 뜬금없는 상상력. ㅋ


목적지 초입

댐이 있는 곳이 대개 그렇듯, 여기도 지대가 높은 곳이라 인니에서는 보기 드문 침엽수가 보인다.

인니인들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이겠지만, 오히려 내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자띠루후르 지역 입구


댐 지역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또 입장료를 쳐받는다.

인니는 지역에 뭐 좀 볼 건덕지만 있으면 차단막 설치하고 돈을 받는다.

지역의 폐쇄성과 자치제가 인니의 보편적인 문화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스토라 자띠루후르 Istora Jatiluhur 라...

Istora 는 ISTana (궁전, 큰 건물) + OlahRAga (운동, 체육) 의 줄임말로 '경기장', '체육관' 개념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Jatiluhur 지역에 이름 붙인 거 보면, '레저 스포츠 구역' 이라는 뜻으로도 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말이라는 게 같다 붙이기 나름이고, 같다 붙여서 많은 사람들이 쓰면 정말로 뜻이 그렇게 변하기 마련이다.


리조트인데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입장료 1인 1만 루피아

웨딩사진 찍는다면 평일 30만 루피아, 주말 40만 루피아

상업적 목적의 촬영은 평일 100만 루피아, 주말 150만 루피아

뭐 저딴 걸 돈 받냐 싶기도 하겠지만, 인니에 좀 살면서 느낀 것이, 저렇게 한적하고 경치 좋은 곳이 드물다.

드문 곳이니 돈을 받을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다.

역설적으로, 입장료를 받으니까 한적함이 유지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인니인들은 차단봉 설치하고 경비가 입장을 통제하지 않으면, 스스럼 없이 경계선이나 울타리를 넘어 다니는 경향이 강하다. (다 그런 건 아니다.)


길 저편 2차선 한 편을 막아 차 한 대 드나들 정도로 만든 곳이 입장료 받는 곳이다.


탁 트여서 경치가 시원하다.

지대도 좀 높고, 물가라 그런지 공기도 신선하다.


방갈로도 운영하는 모양이다.

바로 뒤편이 사람과 차 지나다니는 길이라 그다지 호젓해 보이진 않다.


요즘 인니 관광지 비스무리한 곳이라면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지명 간판도 빠지지 않는다.


수상 레스토랑

나중에 보니, 윗 쪽 레스토랑은 한적한데, 저 곳은 손님이 거의 꽉차서 바글바글 했다.

좋은 경치 내려다 보이는 곳 놔두고 왜 굳이 물가까지 가는 걸까?

바닷물에 최소한 발이라도 적셔야 바닷가 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걸까?


측면에서 보니... 이거이거 방갈로는 갈 곳이 못된다 싶다.

여기저기서 훤히 보여서야,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방갈로 옆에 놓인 파이프는 크기로 보아하니, 비상탈출용 미끄럼틀인 거 같다.

다 내려와서 땅바닥에 1차로 충격 완화 하면서 오시 시네루 먹고 대굴대굴 굴러서 저수지에 퐁당~


결혼 피로연 준비가 한창이다.

하객들 여기까지 불러서 연회를 한다는 건 돈이 꽤 많다는 뜻이다.

단순히 연회 뿐 아니라, 숙박도 준비해줘야 할 거다.


생후 한 3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아기 고양이와 엄마 고양이


높은 곳에서 배 앞머리를 찍으면 물 위 공중에 뜬 배에 탄 것처럼 보이는 모양...일 리가 있겠나.

놀러 온 김에 맹숭맹숭 하니 저런 데에서라도 사진 찍는 거지.


표시된 산은 구눙 름부 Gunung Lembu 라고 한다.


<출처 : 구글맵에서 막 퍼옴>

구눙 름부에서 바라본 풍경은 이렇다고 한다.

표시된 곳이 자띠루후르 댐이다.

보통 정상까지 2시간 걸린다고 하니, 보통이 아닌 나는 3시간 이상 걸리겠다.

왕복 6시간 이상이라면 무리다.

나중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면 꼭 올라보고 싶은 산이다.


발리 양식으로 나무에 천을 둘렀다.


저렴한 가격대

맥주도 판다! +_+b


나무가 가려 전망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나무 덕분에 시원하니 바람도 솔솔 불었다.


일행이 먹은 나시 띰블 Nasi Timbel

바나나 잎에 쌓인 것은 밥

인니식 백반 개념이라고 보면 적당할듯.


나시 고렝 맛은 중상

방금 튀겨 따듯한 끄루뿍 Kerupuk 이 정말 맛있었다.

방금 튀겼기 때문에 기름도 번들번들 했고.

볶음밥 먹으면서 기름이 어쩌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신기하고 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 물고기가 나를 꼴아본다.

뭐 닮았나 싶었는데, 식칼 비슷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