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V

쁘라무디야 전시회

명랑쾌활 2018. 11. 19. 09:27

2018년 5월 경, 인니의 대문호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 Pramoedya Ananta Toer 의 전시회가 열린 디아.로.구에 Dia.Lo.Gue 전시장에 가봤습니다.


영문 철자로는 dialogue 이면서 동시에 dia (그, 그녀), lo (구어체로 너), gue (구어체로 나) 라는 재기 넘치는 뜻을 가진 곳입니다.


입구엔 전시 정보가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붙어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세번째 브로셔가 이번 전시회 것입니다.

전시회의 제목인 Namaku Pram (내 이름은 쁘람) 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쁘람 Pram 은 쁘라무디야의 애칭입니다.

인니는 이름을 줄여 부르는 문화가 있는데, 두 음절 이름처럼 줄일 필요가 없는 이름을 한 음절로 줄여서 부를 정도로 열심입니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 하군요.

방문객 대부분이 책냄새가 좀 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ㅋ

인니인의 독서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외였습니다.

책의 질도 후진 편이고, 가격은 물가에 비해 많이 비싼 편입니다. (한국 책값에 70~80% 수준)

하지만, 비율이 그렇다는 얘기고,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절대 숫자는 꽤 많은 편이겠지요.


사진에 보이는 공간 면적의 두 배 반 정도가 전체 실내 면적이니,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라는 점을 알게 되면, 갑자기 '이만하면 큰 규모'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겠지요.

자카르타 노른자 땅에 개인 갤러리라니... +_+


쁘람이 쓰던 물건들


뒷편 공간에서 발표회 비스무리한 것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강단 앞에 앉은 사람 중에는 일본인과 서양인이 있었고요.


뒷마당에는 프람의 글들을 프린트한 천을 널어 놨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있더군요.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수하르토 독재 정권 시절에 공산주의자로 찍혀서 오지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실제 공산당에 몸 담은 적은 있지만, 인니 독립의 방편이었습니다.)

수하르토는 쿠테타로 집권하여 전대통령인 수카르노의 지지기반 중 하나인 공산당을 숙청했는데, 쁘람 역시 그 여파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워낙 강단있고 입 바른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피할 생각도 없었겠지요.

독재 정권이 박살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쁘람을 거론하는 건 주류에서 터부시 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를 옹호하는 거냐고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겠지요.

그런 사회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는 의미가 큽니다.

인니 표현의 자유가 한 발짝 성큼 더 나아간 거라고 평가할만 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