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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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진실을 말하는 것.

작은 어촌에서 평생 어부로 사는 노인이 있습니다. 열 마리를 잡으면 세 마리를, 스무 마리를 잡으면 여섯 마리를 촌장에게 바치며,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워 장가도 보냈습니다. 어느 날 노인이 볕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데, 외지 사람이 찾아 왔습니다. 그 사람은 노인에게 어촌에서의 생활과 작황 등을 묻고 배우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외지 사람이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 어르신.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다른 마을은 열 마리를 잡으면 두 마리를 걷습니다. 적게 잡히면 더 덜 걷기도 해요. 그 마을의 촌장은 여기 촌장보다 덜 부유해 보였지만, 그 마을의 주민들은 어르신보다 형편이 나아 보였어요. 이건 뭔가 옳지 않은 것 아닙니까?" " 글쎄,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겠지만 서도, 난 지금..

단상 2009.01.09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개발.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개발이 과연 옳기만 한 일일까? 어릴적 내가 살던 강경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보다 포장되지 않은 곳이 더 많던 곳이었다. 한창 " 새벽종이 울렸네~" 가 울려 퍼지던 시절이라, 여기저기 맨땅이 아스팔트 길이, 조금 덜 중요한 길은 시멘트로 포장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며 컸다. 그 때 난, 빤빤하고 비가 와도 깔끔한 아스팔트 길이 깔리면 깔릴 수록, 그게 살기 좋은 마을, 행복한 나라가 되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커서 서울로 이사오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러 선산에 찾아 갔을 때, 여간해선 개선될 것 같지 않았던 선산 앞의 깡촌 시골마을까지도 드디어 포장도로가 깔린 것을 보고서, ' 이야 여기도 이제 많이 발전했네.' 하고 생각했다. 그 시절 난, 자연적인 것에 인..

단상 2009.01.03

달랏-호치민. 다시 올 거라는 걸 알기에 담백하게 떠난다. ~끝~

달랏을 떠나는 날 아침은 오랜만에 해가 보일듯 했다. 이제서야 해가 나와서 아쉬운 마음보다는, 그냥 그것도 좋았다. 비가 오든 맑든 달랏은 그냥 그 자체로 좋았다. 아주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떠나는 마음은 따듯하고 차분했다. 분명 다시 올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 때문이리라. 달랏을 떠나기 전 연락하여, 호치민에 도착해서 C와 다시 만났다. 베트남에서 마지막 식사이니 적당한 곳이 있다며 데려간 곳이... Quan An Ngon. 다이아몬드 플라자 근처였나 호치민 박물관 근처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 하다. 가격은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베트남 각 지방 음식들을 한 곳에서 맛 볼 수 있고, 맛도 제법 좋다고 한다. 유명한 곳이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나. 다 맛있었다. 다만 음식이 미지근하거나 차가..

달랏. 소소한, 느긋한, 하지만 소중한 기억 속의 하루 하루들

아침 식사로는 반미가 최고!! 베트남 바케트는 프랑스만큼 맛있다. +_+b 어느 날 아침, 차려준 조식. 그냥 빵에, 계란말이, 찍어 먹기 좋게 썬 오이, 그리고 미역국... 이 조합은 뭥미...? ㅠ_ㅠ 이모에게 아침으로 샌드위치나 반미가 좋다고 했는데, 아마도 일하는 친구들이 잘못 이해해서 차려준듯... -_-;; 케찹이나 토마토 소스 없냐고 했더니 없단다. 그러면서 간장에 고추 썰어 넣은 것을 가지고 오더군... -_-;;;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방에서 사진기 가져와 한 컷. 오이만 먹고 롹이라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빵은 포기하고 계란말이 먹고 미역국 마시고, 디저트로 오이 먹었다. 로비의 디비디장에서 찾아낸 레어템. 박상면 씨는 언제 이런 영화를 찍었다냐. 달랏에 있는 열 몇일 ..

달랏. 피자와 나짱반미, 그리고 기웃거렸던 골목길

피자는 달랏 시장 앞의 여행자 까페에서 안주로 팔기는 한다. 이모님이 손피자 잘 하는 집이 있다 하여 사먹어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배달 피자같은 분위기라고 한다. (물론 배달은 아니다. 이 나라는 그렇게 오토바이는 많은 주제에 배달이란 개념이 없다.) 에에... 길을 설명하긴 애매하다. 달랏 시장 뒷편의 언덕을 넘어 내려가면 저런 길이 나온다. 저 길에서 오른 편으로 가면 된다. 참고로 Bale 라는 아이보리색 간판의 미용실이 달랏에서 제일 기술이 좋은 집이래나 뭐래나... 믿거나 말거나. (참고로 난 믿는다. 현지인 정보다. ^^) 저 'PX'라는 표시가 보인다면 맞게 찾아온 거다. 훈제 닭다리나 양념 꼬꼬이 같은거 안파니까 찾지 말자. 내부 전경. 보아하니 원래 호텔 1층의 로비인데 리모델하여 활용..

달랏. 밤나들이도 안전합니다.

물론 여기서 안전하다는 것은 으슥한 곳이나 험한 지역도 다 안전하다고 보장은 못한다. (한국도 똑같다.) 그런 곳도 시험삼아 돌아 다녀 볼 만큼 진취적이지도 무모하지도 않다. (예전에 프라하에서 그 유명하다는 야경보러 나와서, 호기심에 뒷골목 걷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이후로 절대 철칙이다.) 신변의 안전을 배제한 호기심 충족을 모험과 스릴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낯선 곳을 돌아다닌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그 이상은 무모함와 만용일 뿐이다. 가뜩이나 외진 곳의 외국 여행자는 걸어다니는 지갑이다. 돈이 아주 조금 쪼들릴 뿐인 선량한 현지인에게, 공연히 견물생심의 자제력을 테스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평소 다니던 산책 코스는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걷기 불편하다. 낮이..

달랏. 반갑다 춘향호수.

달랏 중앙에 위치한 호수의 이름은 Xuan Huong. 한국식 표기로는 '쑤언흐엉' 이라고 얼레벌레 통일된듯 하지만, 사실 저런 식으로 발음하면 베트남 사람들 죽었다 깨도 못알아 듣는다. (작년에 있었던 일. 호수 바로 옆에 서서 손으로 가리키며 해도 못알아 듣더라. ' 파랗다는 얘기야. 경치좋다는 얘기야?' 거의 이런 표정?? -ㅂ-;;) 굳이 표현하자면 '허쓴흥' (허는 호수를 뜻하는 베트남 말, 흥 부분을 올려서 발음)이 좀더 가까울듯. 그냥 귀찮아서 나는 춘향호수라고 한다. Xuan은 春, Huong은 香 이라는 뜻이다. (베트남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자의 영향을 받았다.) 비가 살짝 오다말다 하는 날씨. 우산 하나 털레털레 들고 길을 나섰다. 좋아하는 코스는 달랏대와 골프장 사이의 길로 내려가 ..

달랏. 느긋하게... 느긋하게...

느지감치 일어나 나오니 일행 두 분은 골프치러 나가셨다. 야오와 못보던 아가씨가 있길레, 야오에게 아침을 달라 했다. 된장국과 미역국이 있는데 무엇을 먹겠느냐 묻는다. 된장국을 달라 했는데... 미역국이 나왔다. ㅋㅋㅋ 자알 먹고 카페다 한 잔 마시며 하릴없이 앉아 거리를 바라본다. 호수나 나가볼까 하는데 왠지 귀찮다. 야오와 아가씨를 불러다 놓고 얘기를 나눴다. 작년의 직원들 중 야오 말고는 다 바뀌었다고 한다. 아가씨 이름은 트 Thu (베트남어로 편지라는 뜻) 전형적인 날씬하고 호리호리한 베트남 아가씨다. 영어는 거의 안통하다시피, 예스나 노 정도다. (베트남에서 대학생이 아닌 사람이 이정도면 대단한 것) 한글을 떠듬떠듬 읽을 줄 아는게 신기했다. 작년에 뵈었던 나도 아는 한국분이 트에게 좀 가르쳐..

달랏. 1년간 재회를 기다려온 그곳. ~부록 : 팰리스 골프장 18홀 사진들~

작년에 어찌어찌하여 오게 된 중남부의 고원도시 달랏. 오는 순간부터 너무나 마음에 들어버린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곳이다. 화창한 푸른 하늘의 사진을 올려야 겠지만... 첫 날부터 흐리더니, 체제하는 내내 흐리고 비오고 그랬다. 그래도 좋다. 비가 오던 말던. 한국에선 비 오는 거 싫어하는데... ㅋㅋㅋ 사시사철 가을 날씨에 태풍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곳. 북부를 제외하고는 베트남 전역에서 유일하게 고랭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곳. 덕택에 대체적으로 생활이 윤택한 탓인지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 베트남 신랑 신부가 신혼 여행지로 가장 가고 싶은 곳. 이 곳에서 지낸 이후로, 파리와 스위스를 제치고 달랏이 제일 살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 작년에 묵었던 한인 미니호텔에 갔다. 2주 가까이..

호치민-바올록. 피곤한 버스를 타고 바올록으로

5시에 눈이 번쩍! 떠진다. C가 오전에 호치민 인사대 구경가자 했는데... 에잉 귀찮다. 그냥 잔다. 7시에 배가 싸르르 해서 일어났다. 방콕에서 먹었던 레드커리때문에 난 배탈이 아직도 여파가 남았다. 자연(?)을 벗삼아 수첩에 끄적거리기도 하고, 음악 들으며 뒹굴거리기도 하다, 12시가 다 돼서 짐 챙겨 나왔다. 쿨한 직원은 없고, 연세 좀 있으신 한국분 두 분이 로비를 지키고 계셨다. 아마 그 중 키가 훤칠하신 분이 XX님이 안부 전하라는 이사님인듯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묻지 않고 넘어갔다. " 그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라는 얘기는 또 들었다간 피부가 녹색이 되고 옷 찢어질까 걱정된다. C가 데리러 왔다. 잘 쉬고 간다며 꾸벅 하고 나오는 등 뒤로 " 예! 안녕히 가세요!" 싹싹한 답례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