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베트남 0809

호치민-바올록. 피곤한 버스를 타고 바올록으로

명랑쾌활 2008. 11. 28. 13:37

5시에 눈이 번쩍! 떠진다.
C가 오전에 호치민 인사대 구경가자 했는데...
에잉 귀찮다. 그냥 잔다.
7시에 배가 싸르르 해서 일어났다.
방콕에서 먹었던 레드커리때문에 난 배탈이 아직도 여파가 남았다.

자연(?)을 벗삼아 수첩에 끄적거리기도 하고, 음악 들으며 뒹굴거리기도 하다, 12시가 다 돼서 짐 챙겨 나왔다.
쿨한 직원은 없고, 연세 좀 있으신 한국분 두 분이 로비를 지키고 계셨다.
아마 그 중 키가 훤칠하신 분이 XX님이 안부 전하라는 이사님인듯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묻지 않고 넘어갔다.
" 그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라는 얘기는 또 들었다간 피부가 녹색이 되고 옷 찢어질까 걱정된다.
C가 데리러 왔다.
잘 쉬고 간다며 꾸벅 하고 나오는 등 뒤로 " 예! 안녕히 가세요!" 싹싹한 답례 한 마디. 끝.
잘 있어요, 리멤버투어. 배우고 갑니다.

C는 보조헬멧으로 또 어제의 그 아담한 걸 가지고 왔다.
(고맙긴 한데... 싱글싱글 웃으며 헬멧을 내미는 폼이 왠지 즐기는거 같다. ㅠ_ㅠ)
버스 탈 곳 근처의 <퍼 24>에 갔다.

가격은 일반 쌀국수집에 비해 세지만, 아주 깔끔하다.
주의 사항! 저 물수건 공짜가 아니다. ㅋㅋㅋ
퍼 보(쇠고기 국수)에는 고수가 안들어 있었고, 퍼 가(닭고기 국수)에는 들어 있었다.
양도 제법 되고 맛있었다.
아마 외국인 수준까지 맞춰서 운영하는 모양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풍짱버스는 대우하고 합자하여 만든 운수회사로, 가격이 약간 비싸고 고급이라 한다.
전화나 직접 찾아가서 좌석을 예약을 해야 한단다.
전화 예약은 따로 돈을 지불하거나 하지 않는다. (베트남은 아직 은행거래가 일반화 되지 않았다.)
C의 친절한 배려로, 무사히 바올록행 풍짱버스에 탔다.

내 자리는 맨 우측 앞에서 4번째.
으잉? 옆 자리에 나이 지긋하신 스님이시다.
차가 출발하는데... 앞자리의 아줌마가 말도 없이 의자를 한껏 제낀다.
이... 이게 뭐야. -_-;;
다리가 긴 편도 아닌 내가 사진처럼 다리 하나는 옆자리까지 빼고, 다른 하나는 쭈그려 세워야 했다.
그나마 스님이 두 다리를 복도 쪽으로 비켜주시는 바람에 어찌어찌 수습할 수 있었다.

나중에 몇 번 더 버스를 타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원래 뒷자리 생각 안하고 의자 제끼는게 무례한 행동이 아니다. (아직 남 생각 하는 의식이 약해서 그런건지...)
뒤의 공간이 뒷 사람의 것이라는 개념보다는, 내 의자 제끼는 것은 내 맘이다... 이런 식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쨋든 다들 그러는 걸 본 후, 나도 버스타면 의자 마음껏 제치고 앉았다.
아무도 내게 뭐라하지 않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첫 번째 쉬는 곳에서.
저 노란 가사를 입고 계신 분이 내 옆자리의 스님.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서민들은 스님을 매우 공경한다.
두 번째 쉬었던 곳.
안전띠는 생명띠!!
동남아, 특히 베트남에서 한국 중고차는 인기 짱이다.
이것이 뭐냐 하면...
이렇게 물이 들어있는 냉장고다.
풍짱은 타면 물수건과 물 한 병을 준는데, 남은건지 여유분인지 이렇게 앞 냉장고에 몇 개가 들어있다.
가만보니 아무나 꺼내 마셔도 뭐라 하지 않는듯 했다.
내리는 곳 얘기하면 내려 주는데, 비코텍스 앞에서 내렸다.
비코텍스는 한국에서 진출한 섬유관련 업체다.
비코텍스 바로 옆에 서있던 현대 마크의 화물차.
비코텍스 소유의 것이 아니라 그냥 세워둔 차다.
다시 말하지만 베트남에서 한국차는 매우 흔하다.
내린 바로 건너편의 옷가게.
아오자이 맞추는 곳이 아닐까 싶다.
저런 베트남 특유의 건물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와 함께 물 건너 다니는 가방 형제.
그 너머로 비코텍스 공장의 벤치가 보인다.
이 나라는 의자가 어찌나 작은지...
묵었던 곳.
그 집 앞 풍경.
횅 하다.
개는 어딜가나 똑같다만, 베트남 개는 우리나라 개와 왠지 닮았다.
태국 개들 건방진 것 보면 나라마다 개들 성질도 다른 모양이다.
그래도 개 같다는게 썩 좋은 말이 아닌건 세계 공통인듯...
바올록의 작은 골목들.
시골스러운 풍경에 속으면 안된다.
바올록은 커피농사 알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아침 안개에 가려져 있던 곳에는 산이 웅크리고 있었다.
풍경이라는 것은 날씨에 따라 이리도 달라지는 것인지.

바올록은 일 때문에 간 곳이라 딱히 여행기에 쓸 만한 것이 없다.
다음 날, 만나 뵌 두 분과 달랏으로 향했다.

외국인 보기 귀한 곳이라 호치민보다는 좀더 시선 집중을 받았다.
아직 외국의 영향이 적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순박하고 한가롭게 느껴졌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람동성의 주도가 달랏에서 바올록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한다.
54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 선다는 얘기도 있다.
서서히 발전의 기류가 감도는 이 곳, 과연 ' 보다 나은 곳'이 되는 것일까?
개발과 발전은 긍정적인 의미만 함의하고 있을까?
' 보다 나은 곳'은 어디를 기준으로 하길레, 제멋대로 이곳을 ' 나아져야 하는 곳' 으로 규정하는 것일까?
발전은 곧 행복일까?
무엇보다도, 54홀 골프장은 바올록에 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