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안쫄 Ancol 르 브릿지 레스토랑 <Le Bridge>

명랑쾌활 2018. 3. 28. 11:05

자카르타의 해변 휴식처, 안쫄 Ancol 에 갔습니다.

지역에 들어가는 것만도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이지요.

차량 입장료 25,000 루피아, 1인당 입장료 역시 25,000 루피아 입니다.

해변과 같은 자연 자원을 사유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인 정서에서 보면 참 요상한 곳입니다만, 인니는 원래 그래요.

사유지가 아닌 곳도 돈을 받지요.

마을길 지나가기만 해도 차단봉으로 가로막고 통행료를 받는 나라입니다.


한국도 원래 돈을 안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불과 10여년 전 만 해도 해수욕장 같은 곳에 놀러 가면 '마을 청년회'라는 사람들이 와서 돈을 걷어가곤 했어요.

그러던 걸, 한국인들이 워낙 기가 세다 보니까, 그걸 당신들이 뭔데 걷냐고 옥신각신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싸워와서 없어진 거지요.

물론 그렇게 싸움이 났을 경우, 출동해서 가급적 공정하게 정리를 해준 공권력의 힘도 컸고요.

그 관점에서 본다면, 인니는 아마도 한국처럼 되기는 거의 힘들 것 같습니다.

이 나라의 문화 자체가 불합리에 대해 항의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배타성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편이거든요.

시골은 아직까지도 아닷 adat 이라는 지역 규칙(한국어로는 향토규약 정도?)이 법에 우선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공권력이 공정하지가 않아요. 통행료 문제로 싸움이 붙으면 100% 지역 주민의 편을 듭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인니가 반드시 한국처럼 되어야 읋다는 법은 없지요.

어디까지나 한국인의 시선일 뿐, 이 나라 사람들이 그에 대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면, 뭐가 문제겠어요.


소박하다.

보통 가족 단위로 와서 조용히 놀고, 음식도 근처 노점에서 간단하게 먹는다.


한국같으면 이런 곳에 술판이 쫙 펼쳐졌을 만도 한데...


다리 입구에서 손님을 모객하고 있는 작은 유람선 아저씨들


인니 초보 시절에는 저렇게 불량한 자세로 담배 피우면서 장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불성실해 보였던지. ㅎㅎ

저 사람들은 남들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로 저러는 게 아니라, '원래 그냥 그런 거'라는 걸 이해하게 된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다.

타인은 그런 뜻이 없는데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건 내 마음에서 비롯됐을 뿐이다.

좀더 공손한 자세로 손님을 모객하지 않는다고 나쁘게 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공손한 모객 활동은 권장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해변 풍경


사진에 보이는 흰색 천막 같아 보이는 레스토랑에 가려고 안쫄에 온 거다.


안쫄에 오면 반다르 자카르타 Bandar Djakarta 에 가곤 했는데, 최근 접객 방식이 바뀌면서 가지 않는다.

예전엔 예약석을 제외한 자리는 아무데나 앉아도 됐는데, 이제는 입장하면 '안내 종업원'이 지정하는 자리 이외에는 앉지 못한다.

얼마전 갔을 때, 좋은 자리 앉으려고 오후 5시에 가서 좋은 자리가 여기저기 비어있는데도 안내 종업원이 별로 좋지 않은 자리에 앉으라고 지정했다.

게다가, '저기 다른 자리에 앉으면 안되나', '저 빈 자리들은 예약석 표지도 없는데 왜 못앉나? 예약이 있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무슨 방침이 있는 건가', '당신이 지정한 이 자리 말고 다른 자리는 없나' 등등의 질문에 전혀 대답을 못하고 그냥 자기가 지정한 자리에 앉으라고만 말하고 가버리는 거다.

아마도 새로 내부 규칙 바꾸면서 직원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인데, 안가면 그만이다.


해변에서 출발해서 다시 해변으로 이어지는 '3'자 모양의 다리

무려, 즘바딴 찐따 (jembatan 다리 cinta 사랑) 라는 오글거리는 이름이다.


레스토랑 이름부터가 '다리', 아이덴티티의 명확함이 흘러 넘친다.


금요일 7시, 토요일 8시에 라이브 공연도 있댄다.


입구 프론트 데스크 뒷편에 대형 메뉴판

해변 레스토랑치고는 가격은 착한 편이다.


레스토랑이지만 주문 방식이 좀 특이하다.

메뉴판이 따로 없고, 입구의 프로트의 대형 메뉴판에서 시킬 것 고르고 바로 계산을 한다.

그러면 번호표를 주는데, 그 번호표를 갖고 앉고 싶은 자리에 가서 앉으면 주문한 것들을 가져다 준다.

여기까지면 그냥 패스트푸드점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추가로 맥주나 음료 정도는 (아마도 음식 종류도 메뉴에 있는 걸 기억만 하고 있다면) 자리에 앉은 채로 웨이터에게 시킬 수 있고, 그건 후불로 계산하면 된다는 점이 다르다.


르 브릿지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콜롬부스 까페 Columbus Cafe 가 나온다.

밝고 분위기도 더 좋아 보이는데, 저기는 까페 주제에 맥주를 안판댄다. (인니에서 Cafe 는 맥주를 파는 곳이란 뜻임)

사진 왼편에 보이는 건 아쿠아 펀 Aqua Fun 이라는 물놀이 시설

저것도 재미있을 거 같긴 한데, 바닷물이 똥물이라... =_=


콜롬부스 카페 메뉴는 대충 이런식이니 참고하시길.


르 브릿지 내부 모습


왜 메뉴판이 따로 없는지 알 것 같다.

바닷가라 바람이 사방팔방에서 세게 불어 닥친다.

모기는 없어서 좋다.


안쫄 내부에 있는 아파트 안쫄 맨션 Ancol Mansion

야경이 정말 멋질 거 같다. 안쫄 들어오는데 입장료도 안낼테고.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인데, 1998년 자카르타 폭동 이후로 화교 부유층들은 바닷가에 아파트를 짓고 그곳에 모여 산다고 한다.

폭도들의 진입을 막기에 용이하고, 여차하면 배 타고 피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데, 그럴듯한 얘기다.


반다르 자카르타에서 운영하는 유람선인듯

애초에 홍보를 목적으로 만든 모양이다.

배를 보는 사람은 좋지만, 배에 탄 사람들은 보여지기만 좋겠다.


인니 연인들은 한국인보다 더 커플티를 좋아한다. ㅋㅋ


유람선 이름이 열반 Nirwana 이라니... 멋지다. +_+


좌측 세로열 위로부터 낚시 금지, 뛰어다니기 금지, 행상 금지

우측 세로열 위로부터 애완동물 금지, 쓰레기 투기 금지, 자녀 곁에 붙어있을 것

상식적인 내용이라 좀 실망했다.

오토바이 입장 금지라던가, 키스 금지 같은 내용이 있었으면 재미있었을듯.


술 안파는 게 아쉽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