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과연 포장 때문일까요?

명랑쾌활 2020. 7. 22. 09:32

인니의 모 한인 마트의 자체 생산 가래떡과 떡볶이떡 포장이 바뀌었네요.

예전엔 떡집이 흔히 하는, 스티로폼 접시에 담아 랩으로 포장하는 식이었는데, 비닐 봉지에 담아 열처리로 밀봉하는 포장이 되었습니다.

비록 가장 저렴한 단색이지만 상표와 로고도 포장 위에 그럴듯하게 인쇄되어 있고요.

한국에서 수입해오는 종가집 브랜드 제품(사진 좌측 빨간색)에 비해 가격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떨어지니까 그 대책으로 포장을 비슷하게 리뉴얼한 모양입니다.

흠... 매출 감소의 원인이 과연 포장 때문일까요?


전 가래떡을 좋아합니다.

설탕이나 조청, 꿀이 앞에 있어도 그냥 맨가래떡만 먹을 정도로 가래떡 자체를 좋아합니다.

떡볶이나 떡국도 좋아하는데, 가래떡으로 한 음식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지요.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반드시 가래떡을 넣다 보니, 냉장고에 떨어지는 적이 없습니다.

제가 워낙 좋아해서, 엄마가 명절이면 집에 있는 쌀 가져다 방앗간에서 떡을 한 다라 뽑곤 했습니다.

좋은 쌀로 한 것, 약간 안좋은 쌀로 한 것, 묵은 쌀로 한 것 다 먹어 봤는데, 그 맛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요.

가래떡 재료는 어차피 쌀, 물, 소금이 전부니까요.


그렇다 보니, 인니에 와서 살게 되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건 김치도 아니고 된장도 아니고 가래떡이었습니다.

라면이야 한국에서 잔뜩 가져 오면 되고, 시중에서 구하려면 못구할 것도 없지만, 가래떡은 그러기 어렵지요.

그런 상황에 당시 모 한인 마트에서 가래떡을 팔았던 건 참 고마웠습니다.

어쩌다 한 번 자카르타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모 한인 마트에 들러 가래떡을 서너 봉지씩 사다가 냉동실에 보관하며 두고두고 먹었습니다.


이 한인 마트 창업주의 회고록에 따르면, 사장님의 실직으로 인해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사모님이 떡을 만들어 주변 교민들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했던 게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교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재료나 상품들을 조금씩 수입해다 팔다가 (보따리 장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점차 규모가 커져 정식으로 상품을 수입해 파는 한인 마트가 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공하게 된 겁니다.

가래떡은 모 한인 마트의 모태가 된 상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각별한 신경을 썼는지, 당시의 가래떡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외국이니 아쉬운대로 사다 먹은 게 아니라, 한국에서 팔았더라도 충분히 맛있을 수준이었지요.


그러던 게, 언제부턴가 당최 맛이 떨어지기 시작하더군요.

맨 가래떡 자체의 맛을 좋아하는 입맛이다 보니,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대번에 느꼈습니다.

이전엔 냉동실에 보관한지 3주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2주 보관했던 걸 라면에 넣으면 불어 터져 흐물흐물 풀어지더라구요.

재료 중 뭔가가 변해서 그런 걸텐데, 가래떡이란 게 어차피 쌀, 물, 소금이 재료의 전부입니다.


매일 만든 따끈따근한 떡이 있는데도, 한국에서 수입한 공장 생산 제품이 잘 팔립니다. 가격도 더 비싼데도요.

이 게 과연 포장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