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li 뒷풀이 휴식 여행] 8/8. 여행 끝, Jakarta 복귀

명랑쾌활 2020. 1. 13. 11:01

여행 마지막 저녁식사는 와룽 올라스 Warung Olas 라는 곳에서 먹었다.

트립 어드바이저에 페루 음식점이라고 하길레, 궁금해서 가봤다.


페루 스타일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테리어는 별로 남미스럽지 않다.

주인으로 보이는 서양 아주머니가 아기를 안고 어르고 있었다.

아마 발리에 가게 내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건물도 같은 식당이다.


그리고 골목길 안쪽은 꼬스 Kos (인니식 하숙집) 였다.

주로 근처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이 거주하겠지만, 초절약 배낭 여행자가 묵을 수도 있겠다.

형태로 보아 딱 방 한 칸에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숙소일 거 같다.

지역마다 시세가 크게 달라서 추정하기 어렵지만, 아마 싸면 월 5만원, 비싸도 월 10만원은 넘지 않을 걸로 보인다.


매뉴 가격대는 중고가다.


플라가 Plaga 라는 발리 현지 생산 와인을 취급하는데, 한 병에 2만원 대 초반이다. +_+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사이에 오토바이 기름이라도 넣을까 해서 종업원 아주머니에게 근처 기름 파는 곳을 물어보는데... 어라? 아주머니 얼굴이 낯익다.

어제 오후에 이 근처에서 기름 넣었었는데, 그 아주머니다.

반갑게 아는체 하니, 아주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던 눈치다.

투잡 뛰는 거냐는 내 농담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죠"라고 웃으며 대답하신다.

고맙게도 아주머니가 집에서 기름통 가져와서 주유해주신 덕분에 오토바이 타고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튜나 타르타르 Tuna Tartar

중고가라는 거 취소다.

이정도 양이 6천원도 안된다면 무지 싼 거다.

새콤짭짤하게 양념한 참치회와 아보카도의 조합이 정말 맛있었다.

참치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근데 


참치 스파게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식사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노르 아저씨네 꼬치집 Warung Sate Pak Nor 에 들러 닭꼬치를 사고, 맥주도 두 캔 사서 숙소에서 부족한 2%를 채운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비행기 출발 시간이 1시간 늦춰졌다는 문자가 왔다.

아마 승객이 적어서 두 대를 한 대로 합친 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여유있게 식사하고 느긋하게 출발할 수 있어서 좋았다.


렌탈 오토바이 반납하러 인수했던 곳에 왔다.

이미 한 시간 전에 약속시간을 정했었는데, 역시나 20 여 분 늦게 나타났다.

시간으로 보아, 아마 도착했다는 내 연락을 받고 나서야 출발한 걸로 보인다.

그럴 거 감안해서 약간 당겨 잡았기 때문에 탑승 시간엔 문제 없었다.


시간 관념은 인니 서비스 발전의 한계다.

한국도 예전엔 '코리안 타임'이라고 해서 시간 관념이 약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만, 인니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 삼가하는 문화라 앞으로도 개선되긴 힘들 걸로 보인다.


국내선 청사로 걸어가는 길

공항 외부의 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걸어 나오는 현지인들이 꽤 많다.


나비 그림을 이용해 직관적으로 좌측통행을 유도하는 센스가 감탄스럽다.


저 멀리 가루다 동상이 우뚝 솟아 발리를 떠나는 여행객들을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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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2주 간의 장기 여행이었습니다.

원래 1달 정도 예상했는데, 역시 세상일은 맘대로 되지 않네요.

뭐 어쨌든 간간히 이런 짬이 난다는 건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게 마련이지요.


여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급 휴가를 통보했던 회사에서 근로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통보가 다시 왔습니다.

예상했던 일이라 딱히 별 느낌은 없었어요.

대비는 미리 해뒀었고요. (딱히 예상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늘 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월급쟁이 모가지는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기 여행은 그 회사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회사 멀쩡하게 잘 다니는 중에 장기 여행 가겠다고 때려 치는 결심이 쉬운 건 아니지요.

회사가 그런 결정을 해줬으니, 그 참에 하고 싶었던 일 한 거겠지요.

지금은 대비해뒀던 일 하면서 여전히 인니에서 그럭저럭 먹고 살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나쁘고 좋고 할 것도 없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건 신경 끊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에 충성을 바쳐 뼈가 부서져라 일해봐야, 미국발 금융 위기니 소련발 군사 분쟁으로 인한 불황 여파로 회사 사정 안좋아져서 잘라야 하면 뎅강 잘리는 건데 아등바등 할 필요 있을까요?

미국발 금융 위기가 자기 잘못도 아닌데 그렇게 되는 게 월급쟁이 처지지요.

그러니 회사에 아등바등 에너지 너무 쏟지 마시고, 그 에너지를 잘릴 때 대비해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데 쓰는 편이 낫습니다.

가끔 여행 가는데도 쓰시고요.

여행 좀 가끔 다닌다고 해서 인생 파탄 나고 그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