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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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차선의 선택이 아니라 증오의 역선택이다

'OO 지역에서는 XX당 후보라면 강아지도 공천 받으면 당선된다'는 말이 있다.폭력, 사기, 성범죄 전과자들의 당선으로 실제 증명되기도 했고.이런 일들을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부패했지만 유능한 OO당 후보, 깨끗한척 하지만 무능한 XX당 후보, 이념 갈등, 정부 예산, 지역 홀대...다 개소리다. 머리 좋은 보수 언론들이 프레임으로 뿌린 새빨간 거짓말이다.애초에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틀렸다.투표 행위를 차선을 뽑으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건 완전 착각이다.투표 행위는 감정이다.그리고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미움, 즉 증오다. 증오의 대표적인 예가 백인 우월주의자의 흑인에 대한 증오다.OO 지역에서 YY당 후보가 당선되는 건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 후..

시사 2024.12.19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11. 각서로 돌려막기의 장인

케빈이 퇴사할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장은 즉시 케빈과 관련된 대금 미수금 건들을 조사했다.케빈 입사 후 1년 간 발생한 미수금 건들을 연말 회계 마감 때문에 완결 지으라 지시한지 2년이 다 되도록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어져 왔고, 오히려 그 후 몇 건이 더 추가된 상황이었다.사장은 그 동안 케빈의 보고만 믿고 기다렸던 건들을 직접 거래처에 확인했다.사장은 참담한 얼굴로 그 결과물을 내게 보여줬다. 가장 눈에 띈 건, 케빈의 자필 변제 각서 복사본이었다.글로벌 업체 납품 위탁 생산을 했던 업체의 회사 공식 용지(레터지)에는 만난 장소, 시간, 참석자가 명시되어 있었고, 그 아래로 항목별로 변제 이유와 금액, 변제 약속 기한이 케빈의 자필로 적혀 있었다.항목 중에는 '케빈의 잘못'이라고 분명히 명시된..

소오~설 2024.12.15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10. 뱀의 심장

나는 사장과 면담 자리에서, 케빈을 사적으로 만나지 않고 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장 역시 기다렸다는듯, 그렇다면 확인을 좀 하고 싶은게 있다고 화답했다.내가 케빈이 추천해서 입사한 사람이다보니 그동안 묻기 꺼려졌던 모양이었다. 사장은 라이언이 도대체 누구인지 아냐고 물었다.공장장이 직통으로 오더를 주고 받았다니, 누구인지 궁금할 게 당연했다.케빈의 전 직장 출신이라고 말했다.사장은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의문이 풀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덧붙여, 케빈이 내년 초 쯤에 사직할 생각인 것 같다고 말헀다. 다음 날, 고문에게도 사장에게 말한 내용들을 밝혔다. 아울러 사직 의사도 밝혔다.나 추천한 사람 모함해서 살 길을 도모하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싶지 않으니, 사직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고문..

소오~설 2024.12.12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9. 그럼 나도 참을 이유가 없지

그대로 뒀으면 진실은 묻히고 끝날 이야기가 범인의 설레발로 인해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일은 꼭 영화의 과장만은 아니다.물론 범인도 그런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이유는 있다.  직원 파업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난 이후의 첫 주간회의였다.여러모로 어수선한 시점이라 사장은 특이사항이 없다면 보고서를 서면 제출하고 회의를 끝내자고 했다.케빈은 굳이 반드시 보고해야 할 사항이 있다며, 반쯤 일어난 사람들을 다시 앉게 했다.케빈은 최근 발생한 로컬 신규 오더 품질 불량 건을 지적하며, 이 건 때문에 로컬 시장 쪽에 회사 이름이 안좋게 퍼져 자신이 진행하는 신규 오더는 커녕 받은 오더도 취소 당하고 있다고 했다.'내가 영업 실적 낮은 건 니들 본사 잘못이야' 라고 맥이는 거다. 사장 면..

소오~설 2024.12.08

Indo Mie Rasa Empal Gentong 인니식 내장탕맛 라면

음빨 Empal : (소)내장, 겐똥 Gentong : 항아리음빨 겐똥은 서부 자와 찌르본 Cirebon 지역 향토 음식이다.인니식 소내장탕인데 토기 항아리에 푹 끓여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카레 베이스 국물에 각종 향신료가 들어가 매콤하고, 라임의 신맛이 독특하다. 이 라면 제품은 인니살이 초기 시절 먹어봤었다.(https://choon666.tistory.com/149)인니 향신료에 익숙치 않을 때라 거부감이 있는데도 묘하게 끌렸었다.몇 년 후, 찌르본에 살고 있던 친구네 집에 2주 정도 묵으면서 원조 음빨 겐똥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유명한 맛집이 아니라, 그야말로 현지인만 사는 마을에 손수레 끌고 다니면서 파는 거였는데 그 맛에 홀딱 빠져서 머무는 내내 거의 매일 먹었다.지금까지도 먹어 봤던..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8. 협정 파기

지사는 골칫덩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글로벌 업체와 연계했던 사업은 품질 기준을 확 낮춘 제품을 떠넘기듯 납품한 이후로 틀어졌고, 대금 문제로 위탁 생산 업체와 분쟁 중이었다.신규 오더도 장담했던 것처럼 늘지 않았다. 케빈은 오더를 따와도 본사 생산이 대응을 제대로 못한 탓에 떨어져 나갔다고 했지만, 샘플 단계에서 통과를 못하고 틀어지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새로운 매출을 일으켜 1년 내에 임대료, 관리비 지출을 자급하고 이익 구조로 돌아서겠다는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본사는 계속 자금 지원을 해야 했다. 케빈은 새로 들여온 설비에 맞는 최소 10만 달러 단위의 큰 오더를 이제 곧 따오네 마네 하며 버텼다.지사 직원들의 분위기도 엉망이었다. 출근해도 할 일이 없어서 멍하니 있는 일이 잦았고, 사기는 밑바닥..

소오~설 2024.11.27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4. 관대함의 탈을 쓴 체념

인니는 한국에 비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낸 것에 대해 너그러운 경향이 있는 것 같다.출근 지각, 약속시간 늦음 등에 정체 때문에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편이다.워낙 얘기치 못한 상황도 잦고 (트럭이 길 복판에 퍼진다던가) 해결도 느리다보니 소요시간 편차가 심하긴 하다.하지만 교통량이 한적해서 정체가 있을 리 없는 지역도 비슷하다. 한국은 지각은 지각이다.그건 니 사정이고, 정체로 늦었으면 안늦게 더 일찍 와야 한다는 게 한국식 생각이다.인니는 어떤 사유로 인해 못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었다는 쪽에 더 치중한다.(자기 방어를 위한 핑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리까지는 파고 들어가는 건 다른 얘기니 넘어가자)그냥 더 너그럽다는 쪽에 포커스를 맞춘다.해야 할 업무를 해내지 못했을 적에도 못했다는..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7. 파탄

전 직장 총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와 가장 오래 교류해온, 가장 신뢰하는 현지인이다.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에 오더를 연결하고 싶다고 했다.영업은 내 소관이 아니었고, 총무는 내 개인적 인연이다. 오해 받을 조금의 빌미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일단 사장에게 사실대로 보고했고, 전 직장 총무에게 케빈을 소개했다.둘이 있는 자리에서 비즈니스로만 상대하고, 내 친분 때문에 양보할 필요 없다고 했다.그 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전 직장 총무가 가져온 오더는 재활용 원료를 섞어서 만드는 신규 제품이었다. 재활용 원료는 공장에서 폐기물 처리하고 뒤로 풀리기 때문에 수급이 들쑥날쑥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취급한 적 없었다.케빈은 오더 규모가 매우 커질 수 있다며 진행을 건의했고, 재활용 원료 ..

소오~설 2024.11.21

[뱀의 심장을 가진 허깨비] 6. 맹신 - 눈먼 믿음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다

지사를 오픈할 수 있었던 명분이었던 글로벌 업체로의 시험 납품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위탁 생산 업체의 생산 결과물 중 품질 기준을 통과할 만한 제품의 수량이 너무 부족했다. 초도 생산임을 감안해서 목표 수량의 3배를 생산했음에도 그랬다.추가 생산은 할 수는 없었다. 납품 기한이 촉박한데다 위탁 업체 측도 이미 부담이 컸다.케빈은 해결책으로 이미 탈락한 제품들을 품질 기준을 낮춰 재검사해서 물량을 채워 넣는 방법을 택했다.한달 간 누적된 탈락 제품을 1주일 내에 전량 재검사하는 작업이었다. 가뜩이나 연말 휴가까지 겹쳐 검사원 3분의 1만 특근에 동의했다. 나까지 달라 붙어야 했다.12월31일에 케빈과 나, 단 둘이서 회사에 남아 철야 작업까지 했지만, 수량을 맞출 수 없었다.나는 며칠간 본사로 출근했다. ..

소오~설 202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