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한국 17

Gim Bori 후리카케

한류가 주류로 올라서면서, 드디어 후리카케에 김이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까지 나왔다. (한국에는 밥에 뿌려 먹는 양념가루를 뜻하는 단어가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 부득이 원조인 후리카케라는 단어를 쓴다.) 원래는 음식 카테고리에 올릴 포스팅이었는데 하필 Gim Bori, 까딱 하면 짐보리라고 읽게 되는 제품명 덕분에 애매해졌다. 짐보리라고 하면 상당히 언짢아 할 사람들이 있겠구나 싶어서 시사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정치적 문제를 연상할 수 있는 단어를 침묵하지 않는 사람은 비난 받아 마땅한 게 소위 자유민주주의라는 한국의 독특한 이념 아니던가. 정치 문제를 거론하는 행위를 죄악시 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요지경 세상이다.

시사 2023.10.13

[한국 방문 2023] 4. 이것 저것. 복귀

이번 한국행 저녁 술자리는 거의 대부분 광명사거리에서 가졌다. 철산 상업지구는 맛집들이 거의 사라지고, 몰개성한 프렌차이즈 체인점들이 대부분이라 땡기는 곳이 별로 없다. 배추밭이었던 구역에 하나 둘 건물이 들어서던 시작부터 함께 해왔던 단골인데 안타깝다. 친구 소개로 알게된 맛집 주인 할머니가 예전에 철산 2동 쪽에서 닭한마리 칼국수 가게하셨던 내공 깊으신 분이다. 닭한마리에 칼국수, 후식으로 남은 국물에 죽 만들어 먹으면 예술이다. 닭갈비는 그냥 흔한 닭갈비.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시다. 고생 많이 하셔서 무릎, 허리, 어깨 안아픈 곳이 없는데, 워낙 일상적으로 통증을 달고 사셔서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하시는 게 당연해져버린듯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맞이하시는데, 정겹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

여행기?/한국 2023.09.13

[한국 방문 2023] 3. 외국인 서울 관광

일요일 낮 한강공원, 아직 쌀쌀한데 사람이 다글다글 하다. 아내는 상당히 좋아했다. 수도를 가로지르는 강이 엄청 넓고, 깨끗하고, 강변도 깔끔하게 정리된 게 특별해 보인다나. 나로선 '아니 여길 왜 굳이 이렇게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 듬뿍 문어 듬뿍 왕타코야키는 맛있었다. 기념품 사러 남대문 시장도 갔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인니인들은 어디 여행 가서 기념품을 챙겨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풍습이 있다. 한류 기념품들을 파는 점포들을 때문에 할 수 없이 가긴 했는데, 확실히 시장은 나랑 정말 상극인가 보다. 5만원 어치를 사고 현찰로 계산하면서 웃으며 "깎아주시고 그러진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장사꾼 아주머니가 난감하다는 얼굴로 "요즘은 그냥 정찰제예요. 다 가격표 붙어 있잖아요..

여행기?/한국 2023.09.06

[한국 방문 2023] 1. 아내의 첫 한국 방문

다시 5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아내와 함께다. 2019년 초, 관광비자가 거부되지 않았다면 아내는 진즉 한국을 가봤을터다. 직후 코로나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봉쇄됐다. 작년에 다시 한 번 신청한 관광비자가 받아들여졌다면 그때 방문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진국에 대해, 예전 미국이 개발도상국인 한국에 대했던 것보다 더 거만한 나라가 됐다. 주인니 한국대사관이 요구한 모든 서류 요건을 충족시켜 제출했지만, 가타부타 뚜렷한 사유도 없이 아내의 관광비자는 거부됐다. 혼인신고 전 한국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려는 계획은 그렇게 무산됐었다. 그리고 처음 비자 신청을 했던 2019년으로부터 만 4년이 넘어, 아내는 드디어 그 대단하신 대한민국에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한국인의 배우..

여행기?/한국 2023.08.23

[한국 방문 2022] 3. 복귀

안양에 갈 일이 있었다. 마치 섬처럼 혼자 허름했던 낡은 건물.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재개발이 늦어지는 건물인가 보다. 도로를 경계로 한 편은 신식 건물들이, 반대편은 몇 십 년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보행자 도로 한복판 전동 킥보드가 놓인 걸 자주 봤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어느 날, 전동 킥보드를 탄 고등학생이 걷고 있는 나를 추월해 10여 미터 가다가 보행자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더니, 그대로 두고 학원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버리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머뭇거리거나 주변 신경 쓰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수도 없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다. 차라리 껄렁거리는 티라도 있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그저 교복 입은 차림새가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었다. 평범한 학생, 여기저기 흔하..

여행기?/한국 2023.07.28

[한국 방문 2022] 2. 인니 촌놈

80대 배경에 등장할 만한 양옥집과 90년대에 급격히 늘어난 다세대 주택, 그리고 전봇대. 서울에 아직도 이런 풍경이 남아 있구나. 안양천변 배추밭. 멋지다. ㅋㅋ 나이트클럽과 캬바레 스탠드바였던 곳이 이제 러브 호텔이 됐다. 터가 그런 건가, 건물주 취향인가. 중학생, 기껏해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3명, 남자 1명이 벤치에 앉아 대놓고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개인의 욕구를 한층 더 존중하는 분위기가 된 거 같아 흡족하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인니인들의 닭고기 선호도가 매우 높다보니, 저렇게 장작구이나 전기구이 기계를 한국에서 수입해서 장사 시도해봤던 한국인들이 좀 있었다. 그 사람들 전부 어떻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행기?/한국 2023.07.21

[한국 방문 2022] 1. 도착. 사랑니 발치.

3년 8개월 만에 한국 방문이다. 매년 한국에 가는데 갈 즈음에 국가 봉쇄가 시작됐고, 이런 저런 일로 미루다 드디어 간다. 한국 정부가 입국시 PCR 테스트 의무 규정을 해제해서 별다른 과정 없이 출국 대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 헤프닝이 하나 있었다면, 엑스레이 신체 검사대를 통과할 적에 주머니 속 라이터로 다시 통과, 허리띠로 또 다시 통과하자 공항 시큐리티가 짜증이 났는지, 라이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압수했다. 따져 봐야 나만 손해다. "오오~ 라이터 1개는 휴대할 수 있는 걸로 알았는데 법이 바뀌었나 보네요? 코로나 때문인가요?"라며 어벙한 표정으로 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경비대원은 날 쳐다도 보지 않고 "안된다"라고만 한다. 공항 시큐리티는 완장찼다고 갑질하기 딱 좋은 직업 중 하나이지 ..

여행기?/한국 2023.07.14

방역 최우수 국가의 역설

코로나 치사율이 2%라 치자. 누가 죽는지는 모르지만, 100명 중 2명이 죽는 건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다. 프랑스 1일 확진자 수가 20만을 넘어갔다느니, 미국은 50만명이라느니 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다. 감염 경로 추적이 불가능하고, 무증상자, 경증자 파악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믿을 수 있나. 한국과 몇몇 방역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이미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이 전국민을 휩쓸고 지나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래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묻을 묘지가 부족할 정도로 사망자도 많이 나왔던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100명 중 2명이 죽었으니까. 바꿔 말해, 누가 죽을지 모른다는 100명 중 2명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는 뜻이다. 그들이 이미 죽었으므로. 한국은 '정말로' 코로나에 한 ..

단상 2022.02.17

나이 서열이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결혼만 해도 위아래 3~4살 정도 여유는 줍니다. 안그러면 매칭율이 너무 낮아지니까요. 그런데 친구는 동갑만 먹어요. 심지어 동갑인데 기수로 나누기도 하고. 거기에 '빠른'까지 들어가면 개족보 꼬이고 난리도 아닙니다. 지랄도 참 개지랄이죠. 그깟 나이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1월1일생이 12월 31일생에게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건 지랄의 극치입니다. 그게 다 나이로 서열 가르는 군대식 문화의 대가입니다. 가장 가까운 인간 관계를 가족, 연인, 친구라고 하잖아요. 근데 나이 먹고 친구 먹을 사람 만나기 힘들죠? 동갑이라는 조건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친구가 될 사람 후보군이 확장되는 겁니다. 위아래 1살 터울만 허용해도 친구 후보군이 세 배로 늘어납니다. 쓰잘데기 없는 서열 문화만 버리면, 당신의 친구가..

단상 2021.06.17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라면볶음밥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라면볶음밥을 해먹어봤습니다. 한 입 먹어보는 순간, 우와! 이것 참!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그냥 '라면맛' 볶음밥이네요. 김치는 생으로 먹는 경우와 구워 먹는 경우의 맛이 완전히 다른데, 이건 딱히 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조리 방법이 간편한 것도 아니고, 유행 씩이나 할 건 아닌 거 같은데, 너무 심심하고 무료해서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혹시 제가 한국을 떠나온지 10여 년이 지난 사이 한국인의 정서가 변한 걸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