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한국 17

떠난지 오래 되어 잊고 있었던 한국의 계급주의 문화

새 회사로 옮기면서, 이전 회사보다 두 직급 낮춰 들어가게 됐다.내 입사 조건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팀장은 내게 직급을 낮추게 된 걸 양해해달라고 했다.나는 괜찮다고 했다.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오히려 그게 양해해달라고 할 일인가 의아했다.월급 액수가 중요하지 직급 따위 뭐가 중요한가?업무에 있어서도 중요한 건 직무와 권한이지 직급이 아니다.하지만, 내가 뭔가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원청 고객사의 부장은 차장인 나를 대할 때와 상무인 지부장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달랐다.나를 대할 적에 보이는 불손하고 강압적인 태도는 원청 갑질이려니 했었는데, 내가 속한 회사의 지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보니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상무의 나이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나이 대접..

한국 길거리 분식 컨셉의 매장

리뽀 찌까랑 몰 한복판에 고블린 치즈 핫도그라는 매장이 들어섰습니다.한국 길거리 분식 컨셉으로 떡볶이 판을 놓고 퍼담아 팔고 있습니다. 기본 핫도그가 약 1천3백원, 치즈 핫도그가 약 2천원, 가장 비싼 메뉴인 감자치즈 핫도그가 약 3천5백원입니다.제가 한국 물가를 몰라서 그런데, 상당히 비싸게 느껴지네요.물론 인니 물가로는 확실히 비싼 축입니다. 특히, 컵 떡볶이 가격이 2천원인 거 보고 놀랐습니다.사진처럼 수북히 주면 그럴만 하겠지만, 절반도 안채워 줍니다.전 비싸서 사먹어 볼 생각이 안드는데, 현지인들은 아주 가끔 사먹는 게 보였습니다.역시 쇼핑몰에 출입하는 현지인들은 부자네요. 테스트 매장이었는지 한 보름 정도 열었다가 철수했습니다. 아주 좋은 자세네요.비용이 좀 들더라도, 고객 반응이나 적정 가..

[한국 방문 2019] 3/3. 돌아가는 길

드디어 인니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일 매일 트렁크에 던져 넣었던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꼭 닫고 무게를 잰다. 아직 여유가 있으면 집에 있는 라면이라도 더 채워 넣어, 알뜰하게 무게 제한을 꽉 채운다.라면 한 개라도 인니에서 사는 것에 비해 최소 300원 이상 버는 셈이다. 집에서 공항버스 정류장까지는 10분 거리다. 인니 생활 초기엔, 엄마는 한국을 떠날 때면 매번 공항까지 배웅 나왔었다. 매번 난 나오지 말라고 했고.떠나는 사람이야 앞에 펼쳐질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떠나 보내는 사람은 떠난 사람의 빈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얼마나 휑할지.난 계속 배웅 나오지 말라고 했고, 결국 엄마는 정류장까지만 배웅했다.이번 방문 때는 떠나는 날 마침 엄마에..

여행기?/한국 2020.02.03

[한국 방문 2019] 2/3. 거리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글들은 거의 대부분 몇 달, 간혹 1년 넘게 묵혔다가 올립니다. 일필휘지로 글을 완성시키는 재주가 없어서 그렇습니다.아래 글도 2019년 초에 방문했었을 때 사진들인데, 그 중 한국... 하면 제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리워 하는 거리 풍경입니다. ============================================== 우리집... 아니 이제 본가라고 해야 할 곳이 있는 아파트 북쪽밤사이 살짝 내린 싸락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여름 즈음이면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펜스 한국에 가면 거의 매일 저녁 출근하다시피 하는 철산 상업지구 80년대엔 배추밭이었던 곳이다.지각할 것 같으면 밭을 가로질러 뛰어 갔던 기억이 난다. 주공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여행기?/한국 2020.01.27

[한국 방문 2019] 1/3. 음식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글들은 거의 대부분 몇 달, 간혹 1년 넘게 묵혔다가 올립니다. 일필휘지로 글을 완성시키는 재주가 없어서 그렇습니다.아래 글도 2019년 초에 방문했었을 때 사진들입니다.한국에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별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인니에 살면서는 접하기 힘든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인니는 세계 최대의 섬나라인데, 인니 한식당의 활어회 메뉴는 비싸다.회를 먹지 않는 식문화, 그에 따라 활어회용 어류 양식을 하지 않는 점, 그리고 유통 인프라 후진성, 이 3박자가 겹쳐 어쩔 수 없는 일이다.활어회용 어류 양식을 하지 않으니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 받을 수 없..

여행기?/한국 2020.01.20

한국 방문

올해 한국에 갔을 때는 마침 의원 선거가 한창이었습니다. 광명사거리가 난리도 아니네요.저도 기분 좋게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습니다.자한당 개박살에 일조를 한 거 같아 흐믓합니다. 경찰서 삼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찍었습니다.이정미 전헌법재판관 이후로 머리에 헤어롤 달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됐나 봅니다. 이제 와서 사진을 보니, 만약에 신고 당했다면 꼼짝없이 성범죄 혐의로 잡혀갈 뻔 했네요.제가 그럴 의도가 있든 없든, 상대방이 기분 나쁘면 무조건 잡아 넣는 게 요즘 한국 분위기니까요. 30년이 넘은 철산 상업지구의 터줏대감, 꼬마도깨비 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딱히 독특한 메뉴랄 게 없는, 그야말로 그냥 호프집이라는 게 이 곳의 특출난 점입니다.그래서 손님 대부분이 연배가 좀 있습니다.그에 비하..

근황 2019.01.30

행복한 베짱이의 나라

간혹 저축 따윈 모르고 살다가 필요한 상황에 처하면 돈 꾸러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심한 경우, 갖고 싶은 것 사려고 돈 빌리는 사람도 있지요.한국에서는 그런 사람에 대해 대책 없는 사람,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합니다. 같은 우화를 통해 어렸을 적부터 교육합니다.하지만, 인니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까요?대다수의 인니 사람들이 - 특히 서민들 - 돈 빌리는 일을 심상하게 생각합니다. 꼭 나쁘다고 볼 일 만은 아니겠지요.가령, 한국인은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그렇다고 그 미래가 오면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벌어질지도 모르는 재난이란 건 무수히 많고, 그 대부분은 오지 않은 채로 여전히 존재하거든요.‘이제 모든 ..

단상 2018.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