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3. 오미크론 하위변종 XBB.1.16 체험기

명랑쾌활 2023. 11. 3. 11:17

결막염인 줄 알았는데 변종 코로나였다.

우연히 코로나 관련 기사를 보고 알았다.

오미크론 하위변종인 XBB.1.16의 특이 증상이 결막염, 안구 충혈, 눈 가려움증이랜다.

어쩐지 수영장이나 사람 많은 곳 간 적도 없는데 왠 결막염인가 했다.

 

코로나 (https://choon666.tistory.com/1591)

코로나 델타 (https://choon666.tistory.com/1654)

오미크론 (https://choon666.tistory.com/1692)

이번에 드디어 오미크론 하위변종 XBB.1.16까지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내 몸이 코로나에게 이렇게 인기있을 줄이야. ㅋㅋㅋㅋ

 

 

이번 코로나 변종은 기존 코로나들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

 

초기엔 우선 결막염 증상.

수영장에서 걸리는 바로 그 결막염과 거의 비슷하다.

안구가 새빨갛게 충혈되고, 눈꺼풀 안쪽에 모래가 굴러다니는 거 같은 이물감이 느껴진다.

눈물과 고름같은 노란 액체가 계속 나온다. 자고 일어나면 눈꺼풀이 붙어서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그리고, 어어어엄청 눈이 가렵다. 증상이 심할 때는 눈을 비빌수는 없으니 이마를 짝짝 때릴 정도로 가렵다.

눈꺼풀에 손을 대보면 뜨듯하게 열도 올라있다.

콧물과 코막힘 증상도 있다.

코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꽉 차서 풀어내면, 맑은 콧물이 줄줄 나온다.

그리고 종종 재채기가 나는데, 한번 시작하면 기본 대여섯번은 계속 하게 된다.

이번 변종 바이러스는 눈과 코 부위에 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추측한다.

 

결막염 증상은 결막염 처방으로 증상을 낮출 수 있었다.

결막염 치료 안약을 투약하면서부터 그럭저럭 괜찮아지기까지 2주 걸렸다.

충혈, 고름, 눈곱, 가려움 증상이 거의 없어졌지만, 깔끔하게 나았다는 느낌은 아니고 찜찜한 느낌은 계속 있다.

병원 또 가기 싫어서 투약을 멈췄지만 더 나빠지진 않았다.

콧물, 코막힘은 아주 죽을 정도 심한 증상은 아니라서 그냥 몸으로 때웠다.

심할 때만 타이레놀계 감기약 먹었다.

 

2주 정도 지나니 결막염 증상은 어느 정도 해결됐고, 콧물, 코막힘도 점차 나아졌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초기에 확 오르는 증상이었을 뿐이다.

그 후로 후속 증상들이 따랐다.

 

후속 증상은 간단히 말해, 이전 코로나 시리즈 증상들이 강도만 약해진 채로 총출동하는 종합선물세트다.

원조 코로나의 열, 진땀, 근육통, 무기력증, 두통, 호흡 답답함 등등, 델타의 어지럼증, 오미크론의 몸살...

전부 다 있다.

아주 다행이게도 모든 증상이 원조 4분의 1 수준으로 약하다.

어지럼증도 델타 때처럼 빠르게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이 아니고, 그냥 몸이 쑤우우욱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인데 두 번만 느꼈었다.

원래 아프면 끙끙 몸으로 때워 버릇하는 내 기준으로는 버티는데 어렵지 않았다.

이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일상 생활 꾹 참아가며 가능은 했다. 다만 피곤함이 빨리 오고 무거웠다.

 

근데 증상이 가늘고 긴 게 컨셉인지 징그럽게 안낫는다.

이제 '대충' 끝난 거 같다는 느낌이 오기까지 2개월 정도 걸렸다. (찜찜한 느낌은 계속 있다.)

 

아, 미각과 후각도 약간 더 잃은 거 같다.

코로나 회복하고 나서 30% 정도 영영 돌아오지 않았었는데, 다시 10% 정도 더 잃은 거 같다.

몇 % 하는 건 물론 짐작이다.

고양이 오줌 냄새 예전에 맡았던 거리보다 한 발짝 더 가까이 가야 맡아진다던가, 부엌에서 나는 탄내에 더 둔감해졌다던가 하는 걸 근거로 막연히 추정한 거다.

 

맛있는 음식이라던가 향기 같은 거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고 그냥 대충 맛있으면 되는 성격이라 다행이다.

라면 끓일 적에 스프를 먼저 넣든 면을 먼저 넣든 아예 물 끓기 전에 다 넣어 버리든 별 상관없다.

면이 엄청 불었거나 물이 엄청 많거나 하지만 않으면 된다. 분식집 잘 끓인 라면맛 알지만, 계량한 물양에 타이머로 정확한 시간 동안 끓이고 면 먼저 75% 익히면 걷어내고 어쩌고 하는 수고 할 생각 전혀 없다.

카레, 청국장, 김치찌개 냄새 잘 맡아진다. 멀리 떨어지면 잘 맡아지지만 멀리서 빨대로 빨아 먹을 것도 아니다.

 

상실했으니 아깝기는 한데, 딱 그정도다. 딱히 엄청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잘 넘기고 살아 남았으면 된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