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2. 거봐, 다래끼 아니잖아

명랑쾌활 2023. 10. 27. 11:21

차도가 없다.

고름이 좀 줄긴 했지만 그거야 소염제 아무거나 먹어도 그 정도 효과는 있을 거다.

눈알 빨간 것과 눈꺼풀 안쪽 이물감은 나아지질 않았다.

결막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래끼가 아닌 건 확실하다.

눈알 빨갛게 되는 증상이 다래끼라니, 의사 진단이 틀렸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다. 인니 의료 수준이 낮은 거다. 

 

그 다음주 같은 요일에 병원에 다시 갔다.
저번주와 같은 8시 20분 도착, 의사 역시 저번주와 마찬가지로 아직 오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대기 1번이다.

저번주처럼 9시 20분에 온다면 1시간 정도 기다리겠다.

 

내 뒤로 온 환자가 간호사에게 의사 언제 오냐고 묻는다.

지금 오고 있는 길이랜다.

집이 멀어서 그렇냐고 다시 물으니, 안멀댄다.

가까운데 왜 늦나. 인니 의사는 반드시 늦어야 하는 규칙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예약 시스템이 없는 이유도, 의사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예약했는데 그 시간까지 의사가 안나왔으면 책임 소재가 되니까.

인니 관공서가 행정 처리 언제까지 되는지 기준을 밝히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다.

책임질 여지를 극도로 회피하려고 하는 건 인니 문화다.

 
저번에 9.20에 왔으니 이번에도 그럴거라 생각하다니, 너무 낙관적이었다.
의사는 9시 30분에 왔다
1시간 20분을 늦는 사람은 당연히 1시간 30분도 늦을 수 있는 법이다.

역시 인니를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내가 경험해봤는데 이정도였다… 라고 섣불리 판단하고 방심하면, 그보다 더한 뒤통수를 쳐서 겸손을 주입한다.

 

차도가 없는 상태를 보고도 의사는 뭐 그럴수도 있지.. 태연한 반응이다.

진단이 틀리는 경우가 흔해서 그런가 보다.

그 조또 쓸데없는 시력 검사를 하고, 후레쉬 비춰서 눈알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진단을 한다.

병명을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약을 좀 바꿔보겠다고만 한다. ㅋㅋ

 

619,000 루피아, 약 6만원 가까이 나왔다.

의사 진찰비, 빌어먹을 시력검사, 검안 장비 사용료는 저번과 동일하다.

습윤 및 항균 안약 36,247 루피아 (인공 눈물이나 다를 거 없다)

항균 항생제 안약 62,587 루피아 (결막염, 각막염 약이다)

항박테리아제 안약 157,787 루피아 (이것도 결막염 약. 약국에 물어봤더니 10만 루피아랜다.)

거봐 결막염 맞잖아, 돌팔이야. 

 

9시 40분, 돈 지불했는데 약 재고가 없어서 15-20분 기다려야 한댄다. 근처 약국에서 사올 모양이다.
아, 망했다. 15-20분은 그냥 아무 근거 없이 주워 섬기는 말이다. 재고가 있을 때도 30분이 걸리는데 15-20분 걸릴리가 있나.
최소 1시간은 걸린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한국은 선의가 중요한가, 그래도 거짓말은 옳지 않은가 토론의 여지라도 있지만, 인니는 선의의 거짓말이 예의이고 미덕인 나라다.
1시간 지체될 일에 15, 20분이라 밀하는 건 예의다. 본질적으로는 무책임한 상황 모면이고.

 

약 기다리고 있는데...

 

파리가 놀고 있네.

잘 먹고 잘 자라서 때깔 좋은 거 보니 병원에서 키우는 반려 파리인 모양이다.


10시 30분에 약 받았다.
1시간은 안넘겼으니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하나.

이번엔 진료 첫번째였는데, 여섯번째였던 저번과 30분 차이다.

그래도 두시간 반이면, 과장 조금도 안보태고 현지 병원에서 받았던 진료들 중 최단 기록이다.

 

이번 약은 차도가 있었다.

증상이 확실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우연히 코로나 관련 기사를 봤는데, 오미크론 하위변종인 XBB.1.16의 증상이 결막염, 안구 충혈, 눈 가려움증이랜다.
어쩐지 수영장이나 사람 많은 곳 간 적도 없는데 왠 결막염인가 했더니...

저번주에 의사가 자기 병원에도 비슷한 증상 환자 많이 온다더니, 코로나 유행하는 거였다.

난 코로나 신제품 나오는 족족 걸릴 팔자인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