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주택단지 정문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최근 2년 전부터 방치된 집이 늘고 있다.
정확히 세본 건 아니지만, 대략 네 집 중 한 집이 방치된 집이다.
한 군데 몰려 있는 게 아니라 멀쩡히 사람 사는 집 사이에 한 두채씩 있어서 슬럼화 문제는 아직 없다.
부동산 기업이 타운으로 조성했으니, 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지어진 집 비율이 높았을 거다.
조선한지 20년이 넘었으니 초기에 지은 집들은 이제 대대적인 개축을 하거나 싹 밀고 새로 지어야 할 상태가 됐을테고.
그동안 부동산 시세는 최소 열 배 이상 오를만큼 올랐고, 감가상각 따져 보면 굳이 돈 들여야 하나 망설이는 게 당연하다.
괜히 생돈 들여 리스크 부담하느니, 철거비 깎아주면서 토지 건물 통째로 매각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
매도그린 뒷편, 가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
나무가 시원시원 높게 뻣어 올라갔다.
여긴 늘 길고양이들이 모여서 뒹굴거리고 있다.
사료와 물그릇 있는 거 보면 저 집 사는 사람이 잘 챙겨주나 보다.
이 정도면 저택이라 할 만한데, 방치 상태다.
덩어리가 하도 커서 팔리기 어렵겠다.
저거 살만한 재력이면 굳이 낡은 집 살 필요가 없을테고, 어지간히 싸게 팔아도 개축이나 철거 비용 때문에 메리트가 없고.
여긴 뭔 관공서 같이 생겼다.
집앞 갓길에 주차하지 말라는 팻말을 떡하니 놓은 거 보면 끝발 깨나 날리는 사람인가 보다.
이런 데 살려면 가정부 3명, 정원 및 잡일 1명, 최소 4명 이상의 고용인이 필요할 거다.
방 두 개 짜리 단층 주택과 이런 저택이 한 주택단지 안에 공존하는 게 인니다.
깨끗하게 개축한 집 옆에 다 쓰러져가는 방치된 집.
임대가 아니라 매각 현수막이 걸려있다.
돈만 있으면 매입해다가 싹 밀고 새집 올리면 참 좋을텐데. 앞쪽에 집, 뒷편엔 정원 넓게 깔고.
여긴 소형 트럭까지 방치되어 폐차 수준이다.
집은 몰라도 차량은 매각하기 쉬울텐데, 아마도 뭔가 안좋은 일이 급작스럽게 터졌던 게 아닐까 추측한다.
'아줌마 개'가 나를 반긴다.
원래 '몰리'라는 예쁜 이름이 따로 있는데, 아내가 '아줌마 개'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집 근처 일대를 근거지로 삼고 사는 유기견으로 따로 주인은 없다.
다행히 여기 근처 주민들 대부분이 중국계나 인도 쪽이라 해꼬지 당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먹이는 주로 챙겨주는 집이 한 군데 있고, 1~3일에 한 번 일대를 돌며 길고양이나 유기견에게 밥을 나눠주는 아주머니가 있다.
가끔 나도 간식 겸 챙겨줬더니, 어쩌다 아다리가 안맞아서 먹이 못받았으면 우리집에 오기도 한다.
아쉬우면 찾는 곳인 셈인데 만족스러운 포지션이다. ㅎ
이 사진을 찍은지 5개월 쯤 후 세상을 떠났다.
비만이 좀 심했는데 아마도 지병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상당히 노령이었으니 횡사가 아니라 자연사에 속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느 주민이 잘 묻어주었다고 한다.
무슬림들은 대체적으로 개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고 (때리거나 괴롭히진 않고 피한다), 엄청 무서워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배달 음식 시켰는데 배달원이 '지금 집 근처 도착했는데, 집앞에 개가 있어서 못가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가 보면, '아줌마 개'가 우리집 앞에 꼬리를 살랑거리며 환영하고 있다.
짖거나 위협하지 아닌데, 평소 개를 접해본 적이 없으니 개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개가 무서운 거다.
하긴, 나도 순해서 사람 물지 않는다는 애완용 하이에나가 내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면, 그게 별미를 기대하는 기쁨의 표현인지 구애의 댄스인지 알게 뭐냐. 일단 뒷걸음질로 멀리 떨어져서 몽둥이나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