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인니가 한국보다 살기 나은 점 딱 세 가지

명랑쾌활 2024. 5. 29. 07:24

저렴하게만 먹겠다고 하면 한국보다는 훨씬 싸다.

한국에서는 고급 축에 속하는 외국 음식은 여기서도 당연히 비싸지만 한국보다는 싼 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평범하게 먹던 한식 위주로 여기서 먹는다면 한국보다 비싸다.

한국에서는 평범하지만 여기서는 고급이니까.

 

생필품, 공산품 질도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싼 건 무지 싼데 한국이라면 아무리 싸게 팔아도 이딴 걸 파냐고 욕먹을 정도로 저질이다.

좀 괜찮은 제품도 한국 평균 보다 떨어지는데 한국보다 비싸다.

한국 수준 품질의 제품은 찾기 어렵고 무지 비싸다.

 

교통 최악이다.

대중 교통도 최악이고, 자가용도 정체는 일상이다.

질서 의식 최악, 보행자 도로는 취약하거나 아예 없는 구간이 비일비재다.

치안도 좋지 않아서 맘편히 걸어다닐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의료 수준도 아주 떨어진다.

비싼 거야 회사에서 지원해준다는 전제로 논외로 친다 해도,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일반 클리닉은 돌팔이가 많아서 위험하다. 맹장 수술하는데 배를 20cm를 짼다.

감염 합병증으로 죽는 사고가 아주 드문 일이 아니다.

(급성 맹장염은 즉시 응급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한다. 여기 산다는 건 늘 그 리스크를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인들은 그나마 겉보기 건물은 괜찮아 보이는 종합 병원을 가는데, 한국 1차 의료기관 보다 기자재나 의사 수준이 떨어진다.

게다가 진찰 받으려면 대기 시간만 '최소' 1시간 이상이다. 거기에 수납하려고 대기하고 약 받으려고 또 대기해야 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기본 두 시간이다.

 

행정 수준도 후진국이다.

경제는 한국도 발전하고 인니도 발전하니 10년 차이라면, 행정은 인니의 공무원 집단 카르텔이 공고해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 90년대 수준도 안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는 더 벌어질 거 같다.

 

외국인으로서의 불리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건 굳이 인니 만의 단점이 아니니 넘어간다.

 

 

이렇게 거의 모든 부분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인니가 한국보다 나은 장점은 딱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1. 부동산 가격이 '한국에 비해' 싸고, 국토가 넓어서 단독 주택 비중이 높다.

2. 경쟁이 심하지 않다.

3.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이 적다. (눈치라는 표현이 없는 나라)

 

그렇게 부족한 거 투성이에 고작 세 가지 나은 건데, 그 세 가지 때문에 한국보다 삶의 질이 높은 면이 있다.

공간 널널한 단독 주택에서 사는 게 그렇게 사람 편하고 여유있게 만드는 줄 몰랐다.

경쟁이 심하지 않으니 사람 피마르는 일이 적다. 파리 목숨인 건 여전하지만, 늘 살얼음판에서 쉴틈 없이 미친듯이 뛰듯 살진 않는다.

남 눈치를 안보다 보니, 어딜 가든 편하다.

위 세 이점의 공통점은 여유다.

그리고 그 여유가 삶의 질을 높여준다.

 

물론 여기 평균 임금에 비하면 고소득자이니 금전적 여유를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 그리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앞서 전제했듯 그 많은 단점을 감수하고서 비교하는 거다.

한국은 집 넓이가 넓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비용이 뛰다 보니 자기 형편에 최대한 작은 집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경쟁은 고소득이든 저소득이든 필연이다.

남 눈치 스트레스인데, 고소득자가 된다고 자유로워질 수 없는 문제다.

어지간히 부자가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여유란 얘기다.

 

한국이 그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됐는데도 살기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는 건 바로 위 세 가지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무린한 비약일까?

경쟁과 눈치는 문화의 영역이라 바꿀 수 없지만, 최소한 부동산의 기형적 구조 만이라도 바꾸면 삶의 팍팍함이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이 반지하 주거비면 인니에서 20평 단독주택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