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뭘 자꾸 끄적이는 이유

명랑쾌활 2024. 9. 12. 07:12

 

내 안에 있을 적엔 분리할 수 없었던 것이 글로 쓰면 분리가 됩니다.
내 안의 것을 보다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다보면 생각도 정리됩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글 속의 나는 절반 쯤은 나고, 나머지는 남입니다.
글 속의 인간 군상,기쁨, 슬픔, 분노, 실망은 내게는 특별하지만, 세상 널리고 널린 흔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지우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도 눈에 뜨입니다. 스스로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스스로 대견한 부분입니다.
지워도 좋고, 강조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나는 들여다봤고, 그렇다는 걸 압니다.


글을 마치면 한결 낫습니다.

상황은 해결된 것 없지만, 있지도 않은데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은 정리가 됐습니다.
마침내 남들도 볼 수 있게 공개하면, 글 속의 나는 좀더 남처럼 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다시 그 글 속의 그 친구를 보면 아주 많이 남처럼 됐습니다.
그때 온통 내 마음을 차지했던 것들이 이제, 그랬던 적도 있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온통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걸 글로 씁니다.
예전 글 속 그 친구와 상황은 다르지만, 생각하는 꼴은 딱히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딱히 뭘 바꿔보자고 쓰는 것도 아닌데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