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li - 친구와 여행] 01. 가볍게 몽키 포레스트 한 판

명랑쾌활 2018. 1. 8. 12:46

한국에서 친구가 저를 보기 위해 인니에 오기로 했습니다.

자카르타는 당최 볼 게 없으니 발리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이전 여행기에도 썼듯, 저 혼자 여행 다닌다면 굳이 발리는 다시 갈 일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인니 내 여행지를 권한다면, 단연 발리가 가장 낫습니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인니를 잘 모르는 한국인에게 스트레스 가장 적은 '무난한 관광지'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또 발리에 가게 됐습니다.


새벽 5시, 저 콩만한 비행기를 타고 발리로 간다.

자카르타에서 발리까지 1시간 반, 시차 1시간을 더하면 8시 쯤 도착이다.


발리 공항을 나서면 택시업자들이 달라붙는다.

블루버드 택시 로고 비스무리한 그림이 찍힌 명찰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면서 호객을 한다.

새빨간 뻥이다.

인니는 토박이 텃세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나라다.

발리 역시 사설택시업자의 생계 보호를 명분으로 회사택시의 공항 내 영업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에, 진짜 블루버드 택시기사 명찰이라면, 그거야 말로 문제가 된다. ㅋㅋ 

사설택시업자들이 가짜 명찰을 보여주는 이유는 여행객들을 꼬여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전날 이미 발리에 도착한 친구는 공항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 숙소에 묵고 있었다.


한국에서 심야에 공항 도착하는 사람은 공항 근처 숙소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정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심야에는 교통비도 비싼데다, 한국같지 않아서 거의 다 문 닫고 깜깜하다.

초행에 숙소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길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공항 근처 숙소들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8시간 대실 등의 옵션도 있어서 좋다.


친구와 만나서 공항 밖 일반도로에서 블루버드 택시를 잡아타고 바로 우붓으로 출발했다.

일반택시로 우붓까지 미터요금 238,000 루피아 나왔고, 고속도로 톨비 대략 1만 루피아에 팁 좀 합쳐서 26만 루피아 지불했다.


위에 썼다시피, 공항 내에서는 일반택시를 탈 수 없다.

사설택시는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데, 당연히 일반택시 미터기로 가는 것보다 쌀 리 없다.

제아무리 흥정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반택시 미터기 가격보다 저렴하기는 '불가능'하다.

사설택시를 타본지 꽤 되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미터요금으로 보건데 공항-우붓 가격은 아마 30~40만 루피아 정도 할 거다.

짐가방 들고 힘들게 공항구역 바깥까지 가서 택시 잡는 수고를 감안하면, 사설택시로 우붓까지 30만 루피아 정도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 1달 뒤 또 발리 갔을 때 확인했는데, 30만 루피아 맞다.

나처럼 시세 알고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30만 루피아 불렀다.

찔러나 보고 싶었는지 35만 루피아 부른 기사도 있었는데, 개수작 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30만 루피아에 갑시다." 라고 했더니, 군말없이 동의했다.

만만해 보이면 40만 루피아 부를수도 있겠다.

40만 루피아라고 제시 받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발리 현지인 눈에 호구로 보인다는 걸로 알면 되겠다.


빠 오가                                                                                           <출처 : 구글 검색 어딘가에서 줍줍>

발리는 자카르타와 다르게 빠 오가 Pak Ogah (차나 오토바이가 유턴을 할 수 있도록 반대편 차선을 막아주고 팁을 받는 사람) 가 없다.

그리고, 골목에서 큰 길로 진입하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는 그 전에 반드시 좌우를 살핀다.

그리고 다른 차가 운전 매너가 없으면 화도 낸다. ㅋㅋ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당연해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자와족과 순다족의 문화에서는 화를 내는 행위를 천하게 여기기 때문에, 화를 눌러 참는다.

화를 내지 않는 문화에 익숙해진 내가 오히려 발리 사람들 화내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랐다. ㅋㅋㅋ


<출처 : 구글 스트리트뷰 캡쳐>

예약한 숙소, 뇨만 까르사 붕알로우 Nyoman Karsa Bungalow 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반 경이었다.

짐 맡기고 밥부터 먹기로 한다.


<출처 : 구글맵 캡쳐>

숙소로부터 걸어서 3분 거리인 멕시칸 음식점 타코 카사 Taco Casa에 갔다.


가격은 본메뉴가 5만~8만 루피아, 사이드 메뉴는 1만 루피아 대도 있을 만큼 그럭저럭 저렴하다.


친구가 시킨 Crispy Taco Beef 69,000 루피아

타코가 바사삭 다 부서져서 먹기 더럽게 불편했다.

맛은 그냥 멕시코 음식맛


그럴 줄 알고 내가 시킨 Quesadilla Beef 67,000 루피아

부드러운 피를 펼쳐 과카몰리랑 크림치즈, 토마토 등등을 끼워 넣어 먹으면... 그냥 멕시코 음식맛이다.

그래도 피가 부스러지지는 않으니 먹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뭐라 설명하기 애매해서 그냥 멕시코 음식맛이라 그런 거고, 사실은 맛있다.

예전에 자카르타의 비싼 쇼핑몰에서 먹었던 멕시코 음식보다 훨씬 맜있었다.


소스가 후하다는 것도 장점인데, 그 중 왼쪽에서 두번째의 타코 까사 수제 소스가 가장 맛있었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내 인니어가 꽤 유창해서 그런지,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웃는다.

예전에 발리 처음 왔을 때, 인니어 쓰는 내게는 푸대접하고, 영어 쓰는 서양인한테만 친절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http://choon666.tistory.com/296?category=289511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인니어냐 영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던 게 아닐까 싶다.

뭔가 이상하고 서툴어서 이해하기 힘든 인니어에 어색하게 굳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

그래서 사람들의 반응도 그닥 좋지 않았던 게 아닐까.


몽키 포레스트 사원의 입구가 완전히 바뀌었다.


2010년도만 해도 이렇게 논이었던 곳을 다 밀어 버리고 현대식 주차장과 입구를 만든 거다.

http://choon666.tistory.com/282?category=289511


매표소도 이렇게 바뀌었다.
무려 5만 루피아로 올랐다.
7년 전 1만 루피아였던 것에 비해 무려 5배나 오른 셈이다.

여기도 다 논이었는데...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뭔가 요란뻑적한데... 정이 안간다.


사진 왼쪽 건물이 예전 매표소.

그 앞이 입구였다.


그래도 사원 옆 샛길은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 위 다리를 건너 사원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외국인도 어색한 차렷 자세로 사진 찍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외국인은 다 모델 포즈 능숙한 줄 알았다.


굳이 이 녀석을 자세히 찍은 이유는...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것도 음란물 처벌 대상이 되는지 궁금하다. -ㅂ-


중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말썽을 일으켰길레 '뭐뭐 하지 말라'는 중국어 게시판이 있을까. ㅋㅋ


훌륭한 파이어 에그를 자랑하는 원숭이


손을 내미니 자기 손을 내어주는 아기 원숭이

두어 번 더 그러니까, 캬악~ 하며 화내더라.

저 사람 질겁을 하며 황급히 다른 데로 갔다. ㅋㅋ


육아에 지친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원숭이


깔끔하게 정비된 통행로가 오히려 정이 안간다.


완전히 뻗어버린 아기, 전혀 관심 없는 가족들


이상하게 정이 안간다.


사원 후문을 나서면 정면에 보이는 모퉁이 건물에도 떡하니 중국 관광객 대상 여행사가 들어섰다.


홀로 외롭게 뭔가 바닥에 비벼가며 연신 입에 넣는 원숭이

알고 보니 원숭이가 먹는 나뭇잎이라고 한다.


노숙자 원숭이들도 나뭇잎을 비벼 뜯어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