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elitung III] 04. 평범한듯 특이한 곳

명랑쾌활 2017. 5. 8. 10:17

등대섬 투어 후 딴중 띵기 해변 Pantai Tanjung Tinggi 에 갔다.


뭔 일이 있었는지, 영화 <무지개 분대 Laskar Pelangi> 촬영지라는 안내 표지판이 아주 검소하게 바뀌었다.


표지판 떼다 팔아서 이거 만들었나 보다.


딴중 띵기 해변은 큰 바위들이 볼거리지만 딱히 감탄할만한 풍경이 있는 건 아니다.


영화 촬영지였다는 점과 물이 잔잔하고 깨끗해서 아이들도 수영하기 좋다는 점이 장점이다.


굳이 꼭 어려운데 싹을 틔우는 것들이 있다.

이왕 피운 거 바위 뽀갤 수 있을 정도로 자라길 바란다.


블리뚱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맛집인 띰뽀 둘룩 Timpo Duluk

Timpo는 Tempo, Duluk은 Dulu의 옛날 말로, 해석하면 '옛 시절' 정도 되겠다.

건물 자체가 블리뚱 관공서가 지정한 사적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골통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 전화기를 보면 '여보세요' 보다는 '모시모시'가 떠오른다.

블리뚱에서 나오는 준보석으로 만든 반지도 판다.
사땀 Satam (사회탐구 아님) 검은색 돌은 운석이라는데, 가격이 고작 15만 루피아라는 거 보면 믿음이 잘 안간다.


스뎅 잔에 나온 라임 스쿼시


그렇게까지 맛있진 않았다.

다만 사유르 아슴 Sayur Asem (sayur 채소, asem 시다) 이라는 저 국은 약간 신 맛이 돌긴 하지만 된장국과 비슷해서 신기했다.


숙소에 돌아가 쉬고 저녁이 되어 또 기어 나왔다.

원래는 손님 많았던 모퉁이 카페에 가보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다.

어딜 여행 가든 꼭 먹어보는 피자 파는 곳을 찾아 헤맸는데, 보이질 않는다.

블리뚱은 특이하게도 웨스턴 스타일의 술집이 없다.

거의 대부분 인니 음식들이 주 메뉴다.


어쩔 수 없이 숙소에 딸린 레스토랑에 갔다.


예상했던대로 정말 맛없었다...


등심 스테이크도 너무 질겨서 썰기도 힘들었다.

5성급 호텔이 아니면, 인니의 호텔 식당 거의 대부분이 요리가 별로라고 생각한다.


다음날, 자카르타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갔다.

삼성 갤럭시 노트 7이 이곳에서도 국위선양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청사 내에 여행사가 있던 구역은 무려 국제선 청사로 개조됐다.

하지만 공항 자체가 작아 큰 비행기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인근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작은 비행기 정도나 올 수 있을 거다.


청사 옆에 붙어 있던 식당도 없어졌다.

예전에는 여기 식당에 앉아, 비행기 착륙하고 승객들 나오는 것까지 다 보여서, 마중 나온 사람들이 편했었다.


식당은 청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전했다.


식당에서 바라 본 청사

그래도, 식당에 앉아 있다가 탑승 안내방송 하고 나서야 청사에 들어가도 되는 구조는 변함 없었다.


블리뚱식 라면 Mie Rebus belitung 2만4천 루피아

건새우로 맛을 냈는데, 국물이 걸쭉한 게 한국의 울면과 비슷했다.


볶음밥 Nasi Goreng 도 건새우 튀긴 걸 고명으로 올렸다.

둘 다 그럭저럭 괜찮았다.


요 콩만한 비행기를 타고 간다.


가루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취항했다.

인니 국적 항공사라 그런지 비행기가 좀 크다.


맨 끝 좌석 앉았는데, 맨 앞 좌석까지 거리가 사진에 보이는 정도다.


<사진 출처 : 구글 검색으로 아무데서>

옆좌석에 고도비만인 여성이 앉았다.

허벅지와 둔부가 팔걸이 밑으로 내 좌석까지 넘어와 내 허벅지와 둔부 옆면에 척 붙어서 뜨뜻하다. =_=

팔 역시 몸통에 붙지 않아 팔걸이 위를 넘어 팔꿈치가 가끔 내 갈비뼈를 찌른다. ㅠ_ㅠ

본의는 아니겠지만 나도 괴롭다.

비만을 딱히 비하나 차별하지는 않고, 본인에게도 고통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주변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건 별개 문제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각자 취향 (동성 결혼, 비혼 동거 등등) 에 대해 어지간하면 열려있다.

바꿔 말하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하다는 뜻도 된다.

'비만인 사람은 비행기 타고 여행도 하지 말라는 얘기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좀더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하늘에서 본 블리뚱

저 웅덩이들이 주석 광산의 흔적이다.


생각해보니 블리뚱에서 논을 본 게 드물었다.



블리뚱은 좋은 여행지입니다만, 인니 초보들에게는 권하기 좀 애매합니다.

깔끔하고, 인프라도 잘 정비되어 있고, 바가지 없고, 사람들도 친절한데, 이상하게도 내국인 관광객 위주라서요.

인니 현지 눈높이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그보다 좋기 때문에 만족할테지만, 그걸 잘 모르는 여행자에게는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열린 마음에 긍정적인 분들이라면 주저없이 권합니다.

발리나 또라자, 마나도 정도가 인니 내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가진 지역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텐데, 블리뚱도 일반적인 인니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문화가 민속적이지 않아서 겉보기에 티가 잘 나지 않을 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