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쁨반뚜 Pembantu - 인니의 가정부에 대한 이해

명랑쾌활 2023. 8. 11. 10:52

pem :  ~하는 사람, ~하는 도구

bantu : 돕다

pembantu : 가정부, 가사도우미

 

인니 처음 온 한국인들 대부분은 가정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색하다.

한국의 가정부처럼 대해야 하나 싶지만, 한국에서 가정부를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책으로 배운 연애에 개망신을 당하고, 군 경험 없는 놈이 군기 잡겠다고 하다 생사람 잡기 쉽다.

개념 잘 잘 모르는데 어떻게든 하려 하다보니, 가정부를 개념없게 대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식모'가 드물지 않았다가 88년 경부터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사라졌다.

그 급격한 인건비 상승 때문에 한국의 신발과 봉제업이 대거 인니로 진출했다.

외국에서 사는 사람은 사고 방식과 상식 기준이 모국을 떠난 시점에 멈춰있다.

그래서 초기 교민들이나 그들에게 인니 물정을 배운 90년대 초반 교민들은 쁨반뚜를 아직도 식모라고 한다.

집에서 재워주고 먹여주며 일을 부리던 식모는 출퇴근하는 파출부나 가정부로 변했고, 현재는 가사 도우미라고 불린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의 '가사 도우미'는 그저 언어만 순화시켰을 뿐, 여전히 파출부나 가정부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인은 자기 돈 주는 고용인을 직업인으로 보지 않고 인간적으로 내려다 보는 경향이 있다.

 

쁨반뚜는 하인이 아니다.

업무적으로는 상하관계가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동등하다. 한국인은 이걸 구분을 잘 못한다. 부장 부인이 과장 부인 상전 노릇을 하는 게 통용되는 나라라서 그렇다.

인니는 아직도 형편이 괜찮은 사람이 주변의 형편 어려운 사람을 쁨반뚜로 고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 집 가사일을 '돕고', 그 대가를 받는 것 뿐이다.

하인 부리듯 하지 않는다. 시키는 일을 해야 하지만, 마을의 일원으로서는 동등하다.

 

쁨반뚜는 말 그대로 '돕는 사람'이다.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사람은 주부다.

정말로 가정일에 아무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돕는 사람이 아니라 대리인을 고용해야 한다.

쁨반뚜에게 아무거나 다 시키면 안된다.

한국인은 쁨반뚜가 못하면 화를 내지만, 인니인 중산층은 보조자로서의 선을 넘으면 위엄을 부린다.

그들은 그저 돕는 사람이다. 한국식 주인의식이나 정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인니의 쁨반뚜 문화가 보편적이기 때문에, 밤에 좀 놀았던 현지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이 자기 부인이 쁨반뚜를 잘 부릴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보편적이라고 해서, 모든 인니인이 쁨반뚜를 부려봤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에 비해' 인건비가 매우 저렴한 편이라, '한국에 비해' 가정부를 고용하는 경제 계층의 폭이 넓을 뿐이다.

한국 중산층은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기 버겁지만, 인니 중산층에게는 큰 부담이 안되는 정도의 차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도 가정부를 부리는 '경험'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있듯, 인니에도 부려본 경험이 없는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라오케 여성이라면 집안 형편이 안좋을 형편일 확률이 매우 높다.)

어렸을적부터 가정부를 대해왔던 '좀 사는 집' 아이들은 20대 초반에 결혼하고서 가정부를 부릴 때도 익숙하다.

소위 말하는 뼈대있는 가문, 교양 있는 집의 주부는 가정부를 부드럽게 존중하면서 휘어잡는다.

어렸을적부터 자기 부모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누렸으니까.

하지만, 중산층 이하 여성이라면 부려본 경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선무당 사람 잡는다. 해본 적이 없으니 자꾸 트러블이 터진다.

그럴 경우, 한국인 남편은 현지인이 자기 부인이 어련히 알아서 잘했을까 하며, 쁨반뚜가 나쁜 거라고 재단하기 쉽다.

 

그럼 쁨반뚜를 모시고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떠받들라는 뜻이 아니다.

업무적인 상하 관계와 인간적인 동등 관계를 구분하란 뜻이다.

한국의 그 대단한 '정' 문화는 완전무결한 정서도 아니고 인니에는 그딴 거 존재하지도 않으니, 정으로 대했는데 배신 당했다고 마음에 상처 받을 필요 없다.

그냥 일로 대하고 인간적으로 존중하면 된다. 한국식 정으로 가족처럼 존중하지 말고.

 

<출처 : lotte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