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에게 말했다
네가 20년 후에는 마흔살이 될 거라는 건 진리다.
오래 산 만큼 더 보다 경험이 많고 네가 모르는 걸 안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난 내가 스무살 때 어땠는지 알지만, 넌 네가 마흔살 때 어떨지는 20년 후에나 알게 될 거라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현명하고 네가 무지하다는 뜻이 아니다
나이 먹는 게 뭐 대단하다고.
별 일 없으면 네가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것들이다.
그냥 먼저 겪어서 아는 것 뿐이다.
90세 노인이 100미터를 10초에 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너도 동의할 거다.
89세까지는 가능했다가 90세가 되면서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게 아니란 것도 너는 안다.
성장의 시기가 끝나면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간다.
열정이나 근성 따위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다.
육체의 문제, 물질적인 문제다.
스무살의 너는 따로 운동하지 않았어도 급하면 500m 정도는 뛰어 갈 수 있을 거다. 고민도 하지 않고.
마흔 살의 나는 아무리 급해도 뛰어간다는 선택지는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의욕 어쩌고 하는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너무 당연하고 쉽고 간단한 해결책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니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넌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을 나는 고민하니까 우리는 그렇게 다른 것이다.
어쩌면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난 네 때를 겪어 본 적 있으니,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넌 겪어 본적이 없으니,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다.
난 널 이해할 수도 있지만, 넌 날 이해하긴 아주 어려울 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현명하고 네가 무지하는 뜻이 아니다.
노력 안해도 때 되면 알 게 되는 건데 뭐 현명할 게 있겠나.
너도 언젠가 겪게 될 거 먼저 겪은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