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일본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을 쓰려는 건 아니라는 걸 미리 밝힙니다.
이미 인니에 완전히 현지화가 된 '닛뽄 페인트 인도네시아'에 관한 얘깁니다.
인니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다보니, 유튜브 광고도 인니 광고가 주로 나온다.
그러던 중 딱 내 취향인 광고가 나를 사로잡았다.
Nippon Paint의 15초 짜리 광고다.
Hijau bolu pandan siapa yang punya (Bisa!)
빤단 케잌 녹색은 누가 갖고 있지? (있습니다!)
Hijau bolu pandan siapa yang punya (Bisa!)
빤단 케잌 녹색은 누가 갖고 있지? (있습니다!)
Hijau bolu pandan siapa yang punya (Bisa!)
빤단 케잌 녹색은 누가 갖고 있지? (있습니다!)
Yang punya cat Nippon Paint
닛뽄 페인트의 페인트지~
뜬금 없이 녹색 스폰지 같은 걸 던지고 받는 영상도 뭔가 병맛인데 재미있고, 노래도 착착 감긴다.
우선 원곡을 찾아 봤는데, 예상했던대로 동요였다.
인니 말루꾸 지역에 전래하는 동요고, 영상은 리메이크된 노래다.
Nona manis siapa yang punya
이 귀여운 아이는 누구집 아이지?
Nona manis siapa yang punya
이 귀여운 아이는 누구집 아이지?
Nona manis siapa yang punya
이 귀여운 아이는 누구집 아이지?
Rasa sayang sayange
사랑스러워
인니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워낙 단순한 가사라 '이 울보 아이는...'이라고 놀리거나, '이 파란 옷 입은 아이는...', '이 먹보 아이는...', '이 미친노...' 등등 상황에 따라 노랫말을 바꿔 즐겨 불리우는 노래다.
닛뽄 페인트는 이 노래를 광고 음악으로 개사한 거다.
오케이, 노래는 알았고, 이제 뜬금없이 녹색 스폰지 같은 걸 던지는 영상은 무슨 뜻인지 찾아봤다.
2019년에 나온 4분 분량의 꽁트 드라마가 있었다.
줄거리는...
주인공이 르바란에 처갓집에 귀향하는데 무슨 선물을 사갈까 고민하다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장인장모가 흡족해하고 둘째 사위는 질투하는데, 주인공의 염소가 무대를 들이받아 엉망이 된다.
둘째 사위는 고소해하며 장인장모에게 빤단 케이크를 선물했고, 장인장모가 흡족해한다.
주인공은 어떤 선물로 만회를 하나 고민하다가, 빤단 케이크의 녹색 페인트로 처갓집을 새로 칠해주고 장인장모는 매우 흡족해한다.
짧은 콩트지만, 명절에 처갓집으로 귀향하기도 한다는 점, 명절 선물로 고민하기도 한다는 점, 누가 더 좋은 선물을 했는지 은근 평가하고 눈치를 준다는 점, 명절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니 집에 새로 페인트를 칠해서 단장을 한다는 점 등등 인니 르바란 문화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동네 페인트 가게 사장도 잘팔려서 돈 많이 번다는 장면이 들어간 걸로 보아, 페인트 유통 시스템도 한국과 다르다는 점도 알 있고.
어쨌든, 애초 15초 짜리 광고에 나온 녹색 스폰지 같은 것이 빤단 케이크였다는 걸 알게 됐다. ㅋㅋ
빤단은 말루꾸 지역 원산으로 동남아 지역에 퍼진 식물로, 잎에서 특유의 향을 가진 달달한 녹색의 액체를 착즙하여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
참고로, 내가 여행 갔었던 블리뚱 Belitung 지역의 딴중 빤단 Tanjung Pandan 이라는 곳이 있다. (https://choon666.tistory.com/461)
아마 빤단이 많이 있던 지역이라 그런 지명이 붙었을 거다.
광고에 나온 볼루 빤단 Bolu Pandan 은 인니 특유의 녹색 쉬폰 케이크다.
르바란에 다른 집을 방문할 때 주고 받는다.
닛뽄페인트 광고를 조사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됐다.
볼루 빤단 녹색 Hijau Bolu Pandan 제품 이전에는 뜰루르 아신 녹색 Hijau Telur Asin 이라는 제품을 밀고 있었고, 다시 그 전에는 끄뚜빳 녹색 Hijau Ketupat 이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소금물에 절인 오리알로, 한국어로는 함압단이라고 한다.
밝은 청록색이다.
찐 쌀을 코코넛 잎을 엮어 만든 주머니에 담은 음식.
르바란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니뽄 페인트는 르바란 명정 때면 집을 새단장하는 풍습이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잡아 새로운 녹색을 출시하고, 끄뚜팟이나 뜰루르 아신, 볼루 빤단 등 르바란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는듯 하다.
마치 세계 패션계에서 매년 유행할 색을 발표하는 것처럼, 닛뽄 페인트는 인니의 집을 단장하는 녹색 트랜드를 주도하는 셈이다.
한국인의 눈에는 좀 촌스러워 보이지만, 인니인은 녹색이 편안한 생명의 색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주로 녹색으로 집 벽을 칠한다. (경험상, 시골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