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08

오해의 긍정적 측면

세상에 절대악이란 없다. 어떠한 부정적인 것에도 순기능은 존재한다. 오해도 그렇다. 오해가 없다는 것은 상대방의 의도(진심)를 안다는 것인데, 그건 그거대로 위험한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 혹은 사랑하는 사이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이나 의도를 속속들이 알아버린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가끔가다 튀어나오는 본능적인 이기심, 서운함을 어쩔것인가.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적당히 몰라야 한다. 모르는 부분은 관계에 따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기 착각대로 넘겨짚어 채워 넣는 편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기더라도, 그 오해로 인해 관계가 끝나더라도... 진실은 투명하고 날카롭고 감정이 없다. 때로는 진실이 오해보다 더 무서울 때가 있는 법이다.

단상 2013.02.14

다혈질은 기본적으로 이기주의자다.

언젠가 끄적거린 글인데, 다듬어서 올려봅니다. 다혈질에 대해 얘기하자면 일단 화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화는 보통, 자신의 의도나 예상대로 일이 되지 않았거나, 자신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에 처했을 경우에 난다. 비슷한 예로 짜증이 있는데, 그에 관한 일 하나가 생각난다. 내 지인 중 하나가 자기가 잘못해서 생긴 일로 내내 인상 북북 써서 분위기를 조져놓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 야임마, 니가 미안해 해야 할 일에 왜 짜증 내고 있냐?" " 짜증이 아니라, 나 자신한테 화가 난겨." 이때 난 짜증의 뜻을 깨달았다. 짜증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을 남에게 티를 내는 행위인 것이다. 어쨋든 화란, 지맘대로 안되면 나는 거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화가 나..

단상 2012.11.02

제 1 외국어? 혹은 제 2 모국어?

인도네시아어 읽기 교재 5학년용 노란색 글씨는 " 손이 지금 뭐하는 거지?" 그 결과... 사실상 이슬람국가이다보니 남녀의 신체접촉에 엄격하다. 예전 BIPA 다닐 때 썼던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 인니국문학과 대학생들이 아닌 다른 학과 대학생들은 BIPA 중급 수준의 질문도 제대로 대답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니국문학과 대학생도 곧바로 대답 못하고 나중에 알아 봐서 대답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인니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 수준이 낮은 모양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진행자가 서투른 영어로 외국인 게스트에게 말하는 것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관객들이 나오는 어떤 TV 토크쇼 프로를 보고, 인니는 한국과 달리 모국어에 대한 보호 정책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

단상 2011.11.10

고양이의 죽음과 현지인들의 웃음소리

어느 날 밤, 여느 때처럼 술을 한 잔 걸치고 술집을 나섰습니다. 가게 앞 계단에 걸터 앉아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던 친구의 차 밑과 근처를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어정거리고 있더군요. " 야, 너 가기 전에 저 녀석들 확실히 쫓아 버려야겠다." 인니의 고양이나 개들은 주변 상황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지 않습니다. 인니인들은 한국인들처럼 괜히 애꿎게 놀래켜서 내쫓고는 낄낄 거리는 요상한 습관이 없거든요. 사람이 바로 옆에 지나다녀도 행길 한 복판에 팔자 좋게 늘어져 꿈쩍도 않는 것이 이 나라 고양이 팔자입니다. 친구는 웃으면서, " 에이 설마. 그래도 시동 걸면 도망가겠지." 하며 차에 타더군요. 과연 시동을 거니, 두 마리 고양이는 차 밑에서 나와..

단상 2011.04.11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없어서 다행이야.

전 이상하게 베트남이 좋습니다. 막연히 가장 자주 갔던 나라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태국도 가봤고, 지금은 이렇게 인도네시아에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베트남을 많이 마음에 들어한다는 확신만 굳혀 주더군요. 베트남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진저리 치는 그들의 탐욕스러움 마저 마음에 듭니다. 어차피 남 밟고 올라가야 남보다 더 잘 사는 세상, 세련되고 은근하다 뿐이지 한국이라고 안그렇습니까? 대놓고 하는 수작질이 외려 음습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기왕 외국에서 뜻을 펼치기로 했으면 좋아하는 나라에서 펼치는 것이 좋을 법도 합니다만, 그게 그렇게 맘처럼 되질 않네요. 꼭 이것 만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제법 많은 좋아하는 것들이 그렇게 제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좋아하는..

단상 2010.02.11

친목 모임에서 그러지 좀 말자.

Case 1. 평소에는 동등하고 싶다, 호칭 존칭 쓰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다. 나쁘지 않다. 나이 많으면 말 까는 경향이 있는 대신, 연장자 노릇이라는 책임도 따르는 것이 한국 문화 아닌가. 동등하다는 것은 그런 책임에서도 자유로와 지는 것인데 마다할 필요 없지. 그냥 서로 존대하며 지낸다. 이런 저런 얘기할 때도 한 마디도 안진다. 한 번은 농담 따먹기 하다가 " 댁도 만만치 않거든요." 라는 소리도 들었다. 열 살도 더 어린 사람한테 ' 댁'이라는 소리 들어서 고마워 해야 하는 건지... ㅋㅋ 그런데 말이다. 그러면 회식 모임에서도 회비 같은 거 동등하게 좀 내자. 갑자기 거기서 후배 카드를 꺼내 들면 어쩌자는 얘기냐. 사석이라도 아니꼬울 판에, 가뜩이나 회식이다. 게다가 더 어린 사람이 ..

단상 2009.12.02

통일에 대한 고찰

1. 자주국방 (주한미군의 점진적 철수) 2. 북한 원조 (생활 격차 감소. 주변 국가에 대한 통일 명분 축적. 특히 중국이 조선족을 내세워 흡수할 우려가 있다) -> 부작용 원조 비용이 군비로 흘러 간다. (그렇기 때문에 종국에는 주한미군이 결국 철수하고 자주 국방해야 한다. 원조비용으로 북한이 군비를 증강하는데, 미국에 국방 원조를 늘려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 3. 따라서 우리 나라도 국방 예산을 늘려 국방력을 증강해야 한다. 즉, 생활 격차는 감소 시키고, 국방력 격차는 늘린다. 예상컨데 이것이 햇볕 정책의 전체 그림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방력 격차 부분은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원조 부분만 부각되어 알려진 것이다. 전 정권 10년의 국방 예산 증가와 자체 개발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단상 2009.10.02

인니 독립기념일에

TV는 어디라 할 것 없이 독립을 경축하는 메시지와 국기, 국가가 나오고 있다. 그 적극적인 모습이 우리 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심심찮게 들리는 Satu untuk Semua 라는 말, 모두를 위한 하나 라는 뜻이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이 그렇고, 미국이 그렇듯이. 이들 국가에게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정신은 국가 존립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서로 다른 민족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 위한 명분이자, 가치요, 정의이다. 그래서 하나의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야 말로 국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우리 나라는 특별히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는다. 정부는 물론 아니겠지만, 그 마저도 그리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딱히 강조하지 않아도, ..

단상 2009.08.17

▶◀ [謹弔] 대한민국

불신이 어른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 부인이 돈을 받은걸 몰랐다는게 말이 되냔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역시 정치인은 다 똑같단다. 치졸하단다. 어른은 변호사셨다. 정치의 정점인 대통령을 하셨던 분이시다. 자신은 몰랐다고 하면 세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 분이 몰라서 그리 뻔뻔하고 옹색한 변명을 하셨을까? 묻고 싶다. 정말 모를 리가 없는 일이냐고. 묻고 싶다. 부인이 남편 몰래 카드 긁었는데 카드 터질 때까지 남편이 모르는 경우가, 정말 세상에 없는 일이냐고. 묻고 싶다. 내 남편이 그럴 리 없다, 내 부인이 그럴 리 없다, 그러다 일 터지고 알게 되는 경우가, 정말 있을 수 없는 경우냐고. 행적이 그 사람을 말해 준다. 그 분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던 분이시다. 세상이 다 그 분이라 손가락질..

단상 2009.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