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운영하던 친구의 이야기다.
의례 한국식당은 이런저런 반찬들이 딸려 나오는 게 특징이다.
물 한 잔도 돈을 받는 현지 식당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지만, 판매하는 음식의 단가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애초에 한국 교민이라는 한정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인지라, 박리다매는 성립하지 않는다.
손님층이 얇고 회전율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음식의 단가가 높지 않으면 돈을 벌기는 커녕 유지하기도 힘들다.
단가를 낮추면서 반찬 가짓수를 늘리려다 보니, 허접해서 손님이 젓가락 한 번도 대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반찬들도 많다.
그래서 친구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그만큼 더 맛있고 고급스러운 반찬을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기업 중 하나인 L사 직원들이 친구 식당을 단골 회식장소로 삼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반찬을 계속 추가로 더 달라고 하면서, 그만큼 음식을 덜 주문하는 것이다.
다른 손님들도 안그러는 건 아닌데, L사 직원들은 그 정도가 심했다.
더 큰 문제는 L사와 라이벌 관계인 대기업 S사가 오면서부터다.
차라리 L사는 술 진탕 마시는 회사 분위기라 술 매출이라도 높았는데, S사는 술도 별로 안마시면서 서비스 달라는 수작질은 더 극성이다.
게다가 S사가 출입하면서부터 L사는 발길을 끊었다는 것도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서비스 달라는 수작질은 보통 회식자리에서 가장 높은 직급인 사람이 식당 사장울 불러다, 지가 무슨 대단한 뭐라도 되는 양 자기 먹던 잔에 술을 따라 사장에게 권하며 치하를 하는 식이다. (돈은 안준다.)
그러면 식당 사장은 굽신굽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서비스로 뭘 좀 드려야 하나 물어 보고, 높은 직급 손님은 먹고 싶었던 게 있으면 그 얘길 슬쩍 흘리거나 아니면 아무거나 주시면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차라리 서비스 달라고 얘기하는 편이 낫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에 부르는 것도 민폐지만, 지가 먹던 더러운 잔에 소주 따라 억지로 먹이고, 안주도 안챙겨 준다.
손님 한 팀 당 두세잔만 먹여도 매일 소주 두어병은 기본이다. 그것도 빈속이다.
결국 친구의 식당은 망했다.
서비스 반찬 추가로 더 달라는 것 때문에 망한 건 아니다.
식당 망한 원인이 딱 한 가지일리가 있겠나. 뭐 궁극적으로는 손님이 줄어서 망하는 거지만.
자유의 몸(?)이 된 친구는 어느 날, 서비스 반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이런 말을 했다.
"대기업? 대기업 사람들이 더 쪼잔해. 회사가 크다고 회식비용도 많이 잡혀있는 건 아니거든? 오히려 중소기업보다 더 빡빡하지. 근데 어쨌든 대기업은 갑이거든. 자기 말 한 마디면 자기네 하청들은 다 여기 안온다~ 뭐 이런 가오가 있나봐. 사실은, 지들 자주 가는 식당은 하청 사람들이 불편해서 더 피하는데 말야. 거기다 어디 가나 귀한 손님이라고 대접 받는 게 당연하겠지. 어쨌든, 혹시라도 내가 다시 식당 하게 되면, 대기업 직원들이라고 더 굽신거리는 짓은 다시는 안한다. 차라리 안오는 게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