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아침,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는 조식을 먹으러 프론트 옆 야외 식탁에 갔다.
나시고렝 or 팬케잌, 둘 중 하나라면 당연히 나시고렝이다.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오잉?
넌 누구냐?
기니피그다.
남미에서는 식용으로 각광 받는 존재, 번식률이 높고 인체와 반응이 비슷하여 임상실험 용도로 각광 받는 훌륭한 동물이다.(칭찬인가?)
페이크 스너프 필름이란 신장르를 개척한 일본의 똘끼 충만한 영화 시리즈 <기니피그>로 유명하다.
일본영화 <기니피그> 시리즈가 궁금한 사람은 포털을 검색해 보면 되겠지만, 아직도 기니피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모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바나나를 먹는다.
껍데기부터 갉아 먹는다.
풀도 뜯어 먹는다.
생긴건 명박쥐스러운데 하는 짓은 토끼스럽다.
망고 게스트하우스 애완동물이랜다.
주인(=밥 주는 사람) 알아볼 정도의 지능은 있다고 한다.
아침으로 나온 나시고렝은... 개떡 같았다. ㅋㅋㅋ
지금껏 먹어본 나시고렝을 통털어 맛 없기로 독보적인 1위다.
양이 적어서 고마웠다.
비록 비누는 안주지만, 수건은 준다.
그것도 무려 구찌 수건을 준다. -ㅂ-
구찌 수건으로 발을 닦는 호사를 누리고는 그린 캐년 Green Canyon 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어차피 빵안다란은 그린 캐년이 유명하다는 것 밖에 모르고 왔다.
오토바이는 어제 관리인 아줌마와 얘기하다 바로 빌려 두었다.
하루 7만 루피아, 이틀은 10만 루피아란다.
난 좋은 사람이라 하루 5만 루피아에 해주겠단다. ㅋㅋ
길이 단순해서 헤맬 일은 없을거 같다.
길이 어째 좀 요상하다.
정문 큰 길이 아니라 뒷길이라 그럴 것이라 생각해 보지만...
쓰이지 않을 거 같은 뒷문을 지나 나가니...
오, 길이 좀 좁지만 괜찮네...
두둥!
신나는 비포장 도로가 펼쳐졌다.
망했다. ㅋㅋ
가끔 이렇게 상태 좋은 구간도 있었지만, 전체 여정의 30% 정도다.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많이 가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돈 받을거 같이 생긴 입구가 보인다.
모든 오토바이들이 오른쪽 입구로 슥슥 지나친다.
왼쪽 입구가 자동차로 오는 관광객들 돈 받는 곳인가 보다.
난 오토바이를 탔으므로 당연히 오른쪽 입구로 당당히 통과했다.
지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무 얘기 안한다.
입구를 지나 2~3분 정도 가니 뭔가 관광지스러운 느낌이 드는 곳이 나타났다.
오잉, 그린캐년 가는 길에 이런게 있다는 얘긴 못들었는데.
바뚜히우 Batu Hiu
심하게 바랜 안내판으로 보아, 방치되어 퇴락해 가는 곳 같다.
어쨋든 공짜니 안들어가 볼 이유가 없다.
아마도 방금 전 지나친 입구에서 받는 걸로 퉁치는 모양이다.
헛! 무려 텔레토비가 마스코트다.
그것도 합성이 아니라, 정말로 이곳에서 찍었다. ㅋㅋ
텔레토비가 한창 떴을 때, 여기가 제법 잘나갔던 모양이다.
아주 방치된 것은 아닌 모양인지, 그럭저럭 깨끗하다.
절벽에 서서 낚시 하는 사람이 보인다.
빈 곳이 있길레 한 번 가봤다.
갑자기 쉬야가 마렵다.
이런 곳에서 한 번 뿜어줘야 사나이의 호연지기가 빵빵 올라갈텐데...
쓰미마셍~ 외치며 저질러 볼까 하다가 바람이 제대로 역풍이라 관뒀다.
자칫 떨어지면 곱고 예쁜 시체로 남긴 어려울 것 같은데, 안전장치 따윈 없다.
인니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이런 곳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정력건강에 좋을거 같다.
뭔가... 멋진 경치에 비해 참 소박하다.
가장 멋진 포인트 같은데 사람이 없다.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쇠로 된 안전장치는 삭아 없어진 걸까, 누군가의 엿이 되었을까.
후자에 500원 건다.
빵안다란 방향 쪽으로 해변이 길게 펼쳐져있다.
수영에 호의적인 해변은 아니다.
호주가 그렇듯 아무 간섭 없이 대양에서 곧바로 들이치는 파도는 힘이 좋다.
동해만 해도 일본이 가로막고 있는데도 파도가 제법 세다.
이 사진을 찍으려고...
이 짓을 했다. ㅋㅋㅋ
호연지기가 끓어 오른다.
경치도 좋고 한적해서 한참을 바라 보았다.
커피 한 잔 있었으면 완벽할텐데...
빵안다란 지역은 고양이가 드물고 개가 많았는데, 모처럼 한 마리 만났다.
오토바이 주차비 3천루피아를 내며 그린캐년 가는 길을 물으니 활짝 웃으며 가르쳐준다.
외국인이 인니어 하는거 보니 신기한데, 그래서 더 친절하게 대하는 눈치다.
발리나 족자 같은 되바라진 구석이 없다.
거긴 영어가 대접 받고 인니어 쓰면 더 악착같이 뜯어 먹는다.
일본도 그런다고 하던데, 섬나라 성향이 그런건가 별 근거없는 일반화를 해본다.
이 여행기 쓰면서 구글어스를 찾아 보다 비로소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 가는 곳으로 쫓아 들어간 길은 사실 그린캐년 가는 큰길이 아니었다.
준비가 철저하면 철저한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제각각 즐거움이 있다.
길 잘못 들어 여행 망치는게 아니라, 이번 여행에서는 길을 잘못 들어간 에피소드가 있는 거다.
갱단 총격전이나, 테러범 은신처를 마주치면 좀 곤란하겠지만, 뭐 그건 그거대로 스릴 넘치는 여행이겠다.
돌아올 수만 있다면 말이다. ^^;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여행의 최고 목적은 돌아오는 것이다.)
파리 가서 에펠탑 안보고 왔다면 (실제로는 못본거라도), 그건 그거대로 남다른 여행 아니겠능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