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좀 안좋은 대신 빠른' 길로 갔다.
이 마을이 가난한 거던가, 여기 촌장이 능력이 없던가 일거다.
어딘지 까먹었다.
뜽아난 Tenganan 이던가... 확실하진 않다.(아는 분 제보 좀!!)
관광지로는 별로 유명하진 않고, 발리 힌두교에 있어서 중요한 사원이다.
힌두교도가 아니면 들어와서 깝치지 말라고 쓰여 있는 친절한 안내판
그리고 저수지 비스무레한 성소
힌두교의 원조, 인도에서 온 아자씨, 아줌마.
그들의 눈에 비친 발리 힌두교는 어떨까?
두둥! 발리 한 번 가봤다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곳, 따나 롯 Tanah Lot이 다음 행선지다.
의외로 별거 없다고도 하고, 오토바이 면허증 검사가 심하다고도 해서 이제야 와봤다.
한국인 꽤 볼 줄 알았는데 별로 없었고, 거의 80% 이상이 중국판이었다.
해변이었다면 서핑의 명소가 될 곳이다.
어이, 거기 좌측 반바지 아가씨 보는 당신!
얼굴 나온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내 친절에 감사하라구.
산타가 없다는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난 그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진실은 일반적으로 좋은 뜻으로 쓰이지만, 진실이 꼭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조중동 이외의 것은 눈에 담으려고 조차 하지 않으려는 인간들을 아주 아주 조금은 측은하게 본다.
매트릭스의 세계가 허상임을 알면서도 돌아가려는 인간을 누가 욕할 수 있으리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따나 롯 한편에 동굴이 있고, 사람들이 거기 모여있다.
약간의 기부금을 내면 물을 툭툭 뿌려주고,
마빡에 밥풀을 붙여준다.
저 밥풀을 손을 대지 않고 혀로 핥아 먹을 수 있으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될 수 있는 행운이.
저 아줌마와 요 옆에 옆통수 크게 나온 것들은 어글리 짱께 가족이다.
(욕 먹어 마땅한 외국인은 서슴없이 비하하는 편임)
다들 줄 서 있는데, 정말 뻔뻔하게 슬금슬금 비집고 들어왔다.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경멸적인 눈빛을 무표정에 담아 빤히 쳐다 봤더니, 지들끼리 수근수근 하면서 다른데로 가버렸다.
따나 롯에 올라가는 길은 요렇게 막혀있다.
마빡에 밥풀을 붙여야 올라갈 수 있다길레 거금 5천루피아를 들여 나도 붙였다.
위 사진을 찍은 지점에서 뒤를 돌아 찍으면 이런 풍경이다.
그리고 저 모퉁이를 돌면...
축하드립니다, 호갱님. 낚이셨어요~
남들 안보이게 신실한 마음과 정성을 다해 중지를 지긋이 들어주고 내려왔다.
일단 발리에 왔으면 이걸 보되, 이걸 보려고 발리에 오진 마라는게 내 생각.
아니, 발리에 왔다고 이걸 꼭 볼 필요까지는 없다는게 좀더 정확한 표현.
렌즈 초점만 잘맞췄어도 참 멋졌을 몽키 운동장 야경
(이때만 해도 내 카메라가 그냥 똑딱이인줄 알았다.)
밤길을 걷다가도 어라?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 볼 정도로 달이 밝고 높았다.
다음 날은 오전에 레프팅을 하기로 했다.
뜰라가와자 강 Sungai Telagawaja 레프팅은 해봤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더 안전하고 좋을 것 같아, 아융강 Sungai Ayung 에서 하기로 했다.
우리 똘똘한 운전기사에게 부탁했더니 알아서 가격도 네고해서 컨택해왔다.
사람을 한 번 믿으면 어지간히 별 다른 일 없으면 계속 믿고 맡기는게 좋다.
물론 수고에 대한 댓가는 잊지 말자.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에게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따른다고 부정직한 사람이 정직해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그 정직함과 부지런함이라는 좋은 품성을 오랫동안 기꺼운 마음으로 유지할 수 있는 보상이 될거다.
우리 레프팅을 핸드링 해줄 주관사
우붓 중심지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데 아담하고 깔끔했다.
요런데가 알짜다.
아융강은 우붓에서 멀지 않은 서쪽 편에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강이다.
사무실에서 계산하고나니, 바로 차에 우리를 때려싣고 20분 정도 달려서...
요런 허름한 건물 같지도 않은, 건물 벽에 빌붙은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아주 마음에 든다.
어차피 구명조끼나 노 같은거 보관하는 곳인데, 보관만 잘하면 그만이다.
이런데 삐까뻔쩍 해봐야 다 손님이 그만큼 가격 부담해야 한다.
우리 보관소 저편에 보이는 저 멀쩡한 건물에 정자까지 있는 보관소 처럼 말이다.
장담하건데, 저기나 여기나 출발하는 곳 똑같고, 강도 똑같고 (당연하겠지만!), 금칠하고 항균 아로마 처리라도 하지 않은 이상 구명조끼도 똑같은데, 가격이 다를 것이다.
지붕 머리에 이고 레프팅 할 것도 아닌데, 보관소 건물이 좋아서 뭐할건가.
구명조끼 및 노 받아들고 논두렁을 가로질러...
구불구불 오솔길 따라 골짜기를 내려가...
드디어 아융강이 보인다.
뜰라가와자 강과 달리 골짜기가 그리 깊지 않았다.
선객인 중국인 부부와 그의 딸은 먼저 떠나고, 우리도 뒤따랐다.
모 호텔에서 자기 호텔 바로 밑 강기슭 바위들에 조각을 했다.
휴게소에서 맥주를 마셔준다.
이번에 걸린 가이드는 지분지분 깝작거리질 않아서 좋았다.
일행이 있어서 그런건가?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법.
레프팅이 끝나고 지옥의 오르막이 시작됐다.
자기 몸 만한 나뭇짐을 지고 올라가는 아줌마... -_-;
저번 뜰라가와자 강 레프팅처럼 거의 죽을 만큼 올라가지는 않고, 반쯤 죽을 만큼 올라가니, 맨처음 돈내고 차탔던 레프팅 주관사 사무실 바로 옆 골목으로 튀어 나왔다.
그래서 처음에 차 타기 전에, 맡길 물건 있으면 사물함에 보관해도 된다고 한 것 같다.
멋진, 실용적인 위치와 시스템이다.
하지만 사물함이 허술해서 별로 물건 맡기고 싶은 생각은 안들었다. ㅋ
주관사 건물 위층이 바로 식당이다.
저렴하게 한거라 밥은 기대도 안했는데 꼬박꼬박 중식 제공이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전경
밥은 만만한 볶음밥을 시켰다.
호박죽이 디저트로 나오고, 뒤를 이어 볶음밥이 나왔다.
물도 시원한 아쿠아 컵물이다.
맛도 그럭저럭 만만했는데 같이 나온 사떼 바비 Sate Babi (돼지고기 꼬치구이)가 맛있었다.
호박죽 6점, 볶음밥 5점, 돼지꼬치 8점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뜰라가와자에 비해 전체적으로 거의 모든 부분이 나았다.
다만 뜰라가와자는 원시림 같은 분위기가 신비로운 느낌이었는데, 아융은 골짜기 전망 좋은 곳마다 자리 잡고 있는 리조트 건물들이 보여, 그런 느낌은 좀 떨어졌다.
취향에 따라서는 그런게 안전하게 느껴져 오히려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난이도도 뜰라가와자가 약간 높은 정도이지만, 별 차이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중간에 아주 높이서 떨어지는 폭포를 직접 맞는 곳도 있었고 (헬멧 안썼으면 정수리 꽤나 따가웠을듯), 아기자기한 재미도 아융에 점수를 더 주겠다.
여행이나 액티비티는 주관사가 어디냐에 따라 호불호에 영향을 심하게 끼친다는 것을 느꼈다.
뜰라가와자 때는 그렇게 싸지도 않으면서 각종 추가비용 등을 뜯어 먹으려는 인상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아융 때 주관한 여행사는 헛수작 안부리고 '정직하게' 해줄 거 해줘서 마음 편했고, 그래서 더 즐거웠다.
저 주관사 위치는 우붓 시내에서 네까 뮤지엄 지나 좌로 굽은 길 주욱 따라가 삼거리 나오면 우측으로 조금 올라간 곳이다.
그런데 굳이 저기 가서 예약하지 않아도, 삐끼한테 Sari Profit Rafting 이냐고 확인하면 되겠다.
가격은 세 명에 120만 루피아였고, 공식가격은 더 높은 걸로 기억한다.
떠나기 전날 밤, 다시 재즈카페를 찾았다.
맘 편히 찾을 곳은 이제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모던해지고, 깔끔해지고, 세련되어지고, 비싸진 것 같은데, 예전같은 호젓함이나 투박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던 그런 느낌은 받을 수가 없다.
로투스 피자도 그렇고, 우붓이 점점 멀어진다.
나와 블리뚱 여행을 하고 발리로 날아갔던 후배 말로는 몽키 운동장 근처에 살사 전문 까페가 생겼다는데, 거기를 기대해 본다.
거기도 별로라면, 이제 슬슬 우붓 말고 다른 곳으로 본거지를 옮겨야 할까 싶다.
어제 밝았던 달은 오늘도 어지간하면 밝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는데, 그걸 사진에 제대로 못담은게 아쉽다.
덴파사르 공항 대기실 2층 (실제로는 3층)에 흡연실이 생겼다.
어렴풋이 바다도 보이는 전망을 보며 담배에 쩔어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놀랍게도 콘센트 구멍도 있었다.
비행기 바퀴가 저렇게 작은가 깜짝 놀랐다.
저 큰 덩치에 바퀴는 승용차 바퀴 크기 정도?
한줄로 잘 서서 들어가고 있는데, 어떤 짱께 가족 일당이 스르륵 줄 옆으로 거슬러 올라 서는 바람에 두줄이 되고 다시 세줄이 되는 이런 참상이 벌어졌다.
질서란 얼마나 수준 높은 이타적 행위이며, 또 그 이타성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시민의식 수준이 낮은 나라가 섣불리 세계 강국이 된다는건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 우려스러운 징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한데, 멀리 떨어진 힘센 나라한테 붙어서 가까운 힘센 나라에게 주먹질 할 생각이나 하다니...
적도 아군도 없는 국제관계에서 '혈맹'이라는 병신같은 어리석은 단어를 버젓이 지껄이는 멍청이들의 존재가 무겁다.
이륙 중
덴파사르 공항이 바다 바로 옆에 있다는걸 세삼 깨닫는다.
누사두아 전경
저긴 비싸서 가보지도 않았다.
구름 위엔 하늘이, 구름 밑엔 발리가
붉은 색깔로 보아 저 조그만 섬에 집이 다글다글 있는 것 같다.
인프라가 뒤떨어져서 문제지, 인니엔 참 가 볼 곳이 많다.
홍수 피해로 다 잠긴 논
집도 홀랑 다 잠겼다.
자카르타 공항을 나서는데 보인 무려 치마 없이 호피무늬 레깅스만 입은 아가씨
언젠가 블로그에 적었다시피, 인니에서는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어 맨살을 노출하는 것을 부도덕하다고 보지만, 치마 안두르고 레깅스만 입은 것은 맨살 노출이 아니기 때문에 그닥그닥이다.
바로 그 증거가 보여, 어렵사리 사진을 찍었다.
그저 내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제법 변태인건 맞지만, 이쪽 분야는 아니다. ㅋ
다음에 발리에 가면 아융강 주변에 위치한 전망 좋은 리조트에 묵어볼까 한다.
레프팅 하면서 올려다본 경치가 그리 좋았는데, 거기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얼마나 좋을까.
여행에 저렴함은 목적이 아니라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는 효율일 뿐이다.
사실 여행이라는것 자체가 안갔으면 안쓸 돈 쓰는 행위 아니던가.
일급호텔에 묵으면서 길거리 음식 먹으러 다닐 수도 있는 것이고, 삼류호텔에 묵으면서 근사한 만찬을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뭐, 돈이 아주아주 많으면 보다 선택이 자유롭게 되긴 하겠지만, 그건 다른 얘기니 논외로 치자.
요컨데 돈에 가려 목적을 잊지 말자는 얘기다.
아, 물론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도 하나의 훌륭한 컨셉이다.
그런게 가능하다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