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Pangandaran] 04. 마무리, 그리고 이것 저것

명랑쾌활 2013. 9. 2. 08:49

해변 레스토랑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보니 본격적으로 자고 싶어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15만 루피아 짜리 내 숙소

 

20만 루피아 짜리 2층 방

무려 TV씩이나 있기 때문에 비싸다지만, 사실 인니에서는 2층이 통풍이 잘 되어 더 시원하다.

기본적으로 천정이 높기 때문에 지붕의 열도 내려오지 않는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숙소 앞마당

 

30만 루피아짜리 제일 좋은 방

침대 사이의 거리가 먼 것은 컨셉인가...?

 

제일 좋은 방 앞의 이 공간은 마음에 든다.

느긋하게 뒹굴뒹굴 하는거 좋아하는 나에겐 딱이다.

가격이 30만 루피아라는게 좀 그렇다.

 

낮잠 한숨 때리고 일어나니 벌써 저녁이다.

그린캐년 길이 비포장이라 은근히 힘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전날 장시간 이동의 피로가 아직 남아있나 보다.

쉬고 싶을 때 쉬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몸이 피곤해 쉬고 싶은데 억지로 뭐 하나라도 더 보려 나간다면 일과 다를게 뭘까.

못보면 다음에 와서 보면 된다.

정말 보고 싶은데 못본 거라면 어떻게든 다시 오게 되어있다.

별로 다시 와서까지는 보고 싶지 않다면 굳이 안봐도 삶에 지장 없다.

마음에 드는 아가씨마다 다 결혼할 수는 없지 않능가.

 

빵안다란 밤거리는 안전해서 좋다.

 

아고다에서 찾아보면 숙소가 10여개 정도 뜨지만, 당연히 그게 전부일리 없다.

못해도 100여 곳이 넘고, 시설이 후져서 아고다에 등록 안된게 아니다.

망고 게스트 하우스보다 괜찮은데 가격도 저렴한 곳도 많다.

좀 발품 팔 생각하면 도착해서 숙소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동부 해변 쪽이 더 번화하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캄캄하다. 

번화하다는 것은 현지인 기준이고, 아직 외국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 동부 해변이 먼저 개발되었기 때문인 모양이다.

뒤늦게 개발된 서부 해변이 외국인 대상 가게들이 많아, 밤에도 갈 만한 곳이 많다.

 

바닷가 관광지에 빠지지 않고 있는 어시장

 

해산물 요리를 파는 식당이 모여있다.

 

현지인 대상의 큰 식당은 이런 분위기다.

너무 밝아서 부담스럽다.

 

동부와 서부의 중심 골목

갖가지 물놀이 용품, 기념품, 옷가게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낮에 갔던 레스토랑에 다시 갔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먹어보는 사떼 Sate(꼬치구이)다.

중저음의 파도소리에 음악을 들으며, 반쯤 누워서 맥주를 홀짝홀짝, 가게 저편 당구대에서는 서양인들이 당구 치며 떠들썩, 다른 편에서는 연인인지 꼭 붙어서 거의 미동도 없이 소근거리고... 좋다.

이런거 또 즐기려면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건강한 각오가 또 다져진다.

 

회사 관리자 관점에서 봐도 여행에 이런 순기능이 있는데, 왜 한국 회사들은 직원들 어디 놀러간다고 하면 그리 탐탁치 않게 보는지, 놀러가서 쓸 체력 있으면 회사를 위해서 쓰라는 너무 수준 낮은 속셈은 아니길 바란다.

직원 사생활, 가족과의 시간 어쩌고 하면 노조 빨갱이 보듯이 질색을 하는 관리자들이 한국엔 아직도 널리고 널렸다.

가만 보면 70~90년대에 회사 생활한 사람 대부분이, 직원들이 회사 이외의 이유로 쓰는 모든 시간을 탐탁치 않아 하는거 같다.

그들이 기껏 펼치는 논리라고는 "나는 더 하다." 거나, "옛날에는 그거 보다 심했다." 정도다.

6.25때 굶기를 밥 먹듯 했으니 너도 굶어라도 아니고, 이 무슨 한심한 변명인가.

너 없어도 회사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는 얘기를 자르겠다는 협박에만 쓸게 아니라, 직원들 연차나 휴가에도 좀 썼으면 한다.

직원 하나 없다고 회사 돌아가는데 아무 문제 없다면서, 직원이 하루이틀 연차 쓰는거 갖고는 뭘 그리 지랄하나 모르겠다. ㅋㅋ

 

새벽부터 각종 물놀이 용품을 걸머지고 돌아다니는 행상이 보인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사람이 있든 없든, 그들에게 이 해변을 걷는 것은 일이다.

 

멀리서 보면 큰 오빠로 보이는 가운데 키 작은 사람은 사실, 양 옆 두 아이의 아빠다.

저 셋은 5분 정도 저렇게 서서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수영하는 곳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낚시를 하는 곳일 수도 있는 바다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바라보는 곳일 수도 있다.

 

새벽에 해변을 거니는 연인은 과연 무슨 얘기를 할까.

아니, 연인일까, 부부일까, 불륜일까, 재혼일까...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인니인들이라 새벽 바다는 반드시 한적하지만은 않다.

 

Jacko Bar는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을 하는데, 특이하게도 인니 대중가요를 부른다.

전통 공연이면 모를까, 대중가요 공연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팝송이 돈이 되니까.

 

Malabar Hotel

위치, 가격, 시설,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가장 무난한 호텔이라 생각한다.

40~90달러 정도

 

동부 해변 길가에 여행정보 센터가 있다.

 

Bamboo Beach Bar와 그 근처에 Bamboo Cafe가 있는데, 헛갈리지 말자.

두 군데 다 가봤는데, Cafe가 가격이 좀 싸고 분위기, 음식 맛도 더 나았다.

내가 뒹굴뒹굴 했던 곳도 Bamboo Cafe였다.

참고로 Bamboo Cafe도 매주 토요일 밤에 공연을 하는데, 여긴 팝송을 부른다.

 

짐 대충 꾸리고 침대에 엎어져 이것저것 끄적이는데, 열어둔 문 밖으로 보이는 마당에 기니피그들이 풀을 뜯고 다닌다.

뒹굴거리다 배고프면 한 마리 잡아다 구워먹고... 한가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출발하기 전에 동부 해변을 가봤다.

...해변이 아니었다.

어째서 여기가 더 번화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동쪽에서 오는 파도가 더 센 모양이라는건 알겠다.

 

길도 한적하고 분위기 좋은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동부 해변 도로 끝자락에는 건물이 소박해 보이는 경찰서가 있다.

 

아주 일반적인 인니 관광지 식당 풍경이다.

동부 해변해안은 방파제를 따라 이런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나마 여느 인니 관광지 식당과 다른 점은, 무려 맥주를 판다는 거다.

 

국립공원 입구까지만 가봤다.

빵안다란에 왔다고 꼭 빵안다란 국립공원에 가봐야 하는건 아니다.

 

장도의 귀경길에 오르기 전, 해변 레스토랑에 가서 든든히 배를 채웠다.

해변만 보면 벗어 재끼고 일광욕으로 환장을 하는 서양인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참 신기한 것이, 그다지 적대적이지도, 그렇다고 신기하게도 보지 않는 현지인들의 반응이다.

이런 분위기는 발리나 롬복 정도 유명한 곳이 그런데, 빵안다란이 이렇다는게 신기하다.

외국인들에게 알려졌다고는 해도 발리나 롬복 정도는 아닐거다.

아무래도 이 지역 주민들 성격이 넉넉하고 개방적인듯 하다.

 

밥 먹다 보니 개가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고기 몇 점 줬더니 발 밑에 아예 진을 치고 앉아, 먹을 것 좀 줘 광선을 마구 쏴댄다.

 

인니 이곳저곳 여행하다 느낀건데, 인니는 보통 고양이가 많고, 개가 많은 지역은 공교롭게도 이슬람 종교색이 약하다.

그리고 딱히 종교에 편견은 없지만, 개가 많은 지역이 여행자들에게 좀더 개방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인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이슬람이란 종교가 일상생활과 따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귀경길에 올랐다.

 

산간지방인 반둥 근교

관광지로 개발만 안됐을 뿐, 다랭이논은 인니 산간지방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굳이 인니뿐 만 아니라 벼농사를 짓는 곳은 어디든 그럴 것이다.

'다랭이논'이라는 표현이 있듯, 한국에도 있다. (어휘는 문화의 산물이다.)

미개한 밀 농사 짓는 서양인 눈에나 신기해 보일 뿐이다.

 

반둥 근교에 새로 뚫린 도로

터널은 아니고, 산 사이를 깎아 길을 내고 위에 콘크리트로 창살처럼 덮었다.

인니 수준에 터널은 아직 무리인가 보다.

 

 

가는데 9시간, 오는데 8시간.

빵안다란은 자카르타에서 2박3일로 다녀오기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오래 머물며 있기엔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그리 많은 곳도 아니다.

인니 관광지 중에는 10번째 안에 들 정도로 좋은 곳이긴 한데, 뭔가 좀 애매하다.

좀더 숨을 길게 잡고 족자 가는 길에 들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들렀다 가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족자에서도 다섯 시간은 족히 걸린다. ㅎㅎ)

조만간에 다시 갈 일이 있을거 같긴 한데, 일부러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다시 가면, 그린 밸리 Green Valley라고 그린 캐년 따라 이름 붙인 찌뚜망 Citumang 지역에 가볼까 한다.

사실 이번에 가볼 예정이었는데, 바뚜 히우 쪽으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못찾아 갔다.

계곡 사이로 구명조끼 입고 둥실둥실 인간 레프팅을 즐기는데, 그린 캐년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