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중 끌라양 해변의 상징인 거북바위
실제 바위 이름은 거북인지 뭔지 모르겠다.
거북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
꽃을 꽃이 아닌 다름 이름으로 부른다고 향기가 사라질 것 아니고, 개를 돼지라고 부른다고 왈왈거리다 꿀꿀거릴 것도 아닌데.
내가 거북바위라고 부르고 남이 알아 들으면 그걸로 된 거다.
뭔 대단한 걸 짓고 있는지 원형 무대까지 만들었다.
딴중 끌라양 해변은 딱히 수영을 하자면 못할 것도 아니지만 그닥 적합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그냥 경치 즐기고 해변가를 걷기에 좋다.
무엇보다도 딴중 끌라양 해변이 유명한 것은, 배 타고 나가서 근처 작음 섬들 주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투어 프로그램의 출발지라는 것이다.
차량으로 이곳에 실어다 나르면 대기하고 있던 스노클링 투어 배를 타고 섬으로 나간다.
사진을 미쳐 못찍었는데, 해변가에 맥주를 파는 식당이 딸린 방갈로 숙소가 있었다.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방갈로 식당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들고 해변가 벤치에 앉아 쉰다.
음료수 사지 않아도 못앉게 하지 않을 것 같이 친절하다.
롸이딩의 재미는 달리는데만 있지 않다.
달리다 좋은데가 있으면 한가롭게 쉬는게 또 재미다.
딴중 빤단으로부터 약 27km 거리를 설렁설렁 달려 1시간 반 걸렸다.
27km를 달렸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1시간 반 동안 달렸다는게 중요한 거다.
한국에서 온 출장자들은 어디 장소를 말하면 몇 km냐고 묻는다.
얼마나 떨어졌다는게 뭐 그리 중요할까.
교통이 발달되지 않아 우회로가 드문 인니에서는 10km 거리도 상습정체 구간이 있으면 30분도 걸릴 수 있다.
늘 길이 막혀 30분 걸린다는 거 뻔히 알아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냥 밀려서 가야한다.
인니의 삶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은 그래서, 어떤 장소를 얘기할 때 거리를 시간으로 설명한다.
'60km 거리니까 시속 60km로 달려서 대충 한 시간 걸리고 빨리 달리면 30분도 가능하겠네' 라는 계산이 안통하는 곳이 인니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고 거기에 맞춰 계획을 조정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안되면 되게 하는게 미덕인 한국 정서로는 체념적인거 같지만, 어느 나라던 그 나라 만의 문화라는게 있는 법이고, 그 문화가 미련해 보여도 그 나라 환경 하에서 다 나름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안되는 것을 되게 한다고 꼭 행복하란 법은 없다.
되는 것은 감사히 성취하고, 안되는 것은 집착하지 않는 것이 곧 행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하루 종일 꼬박 걸어서 10일 거리의 서울-부산을 4시간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옛날 사람들에 비해 60배 행복해진 것도 아니지 않나.
오히려 명절에 가족 만나러 꾸역꾸역 귀경길에 오르던 그 행복한 고생마저도 사라져 가고 있다.
언제든 금세 갈 수 있다는건, 언제든 금세 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갈 필요가 없다는 거니까.
나무 그늘에서 한갓지게 쉬고 있는데 뭔 부시래기가 슬슬 내려왔다 살짝 올라갔다하며 내려온다.
10여 분 걸려 거의 다 내려왔다.
머리를 쏘옥~
오랜 고치 생활을 마치고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화려한 삶에 첫 발을, 아니 첫 머리를 내민 벌레.
원래 벌레가 고치 생활하다 날라 다녀야 하는거 아닌가? -_-;
딴중 끌라양 해변의 모래가... 끝내주게 하얗고, 끝내주게 곱다.
슬리퍼 사이로 들어간 모래가 전혀 배기지 않는다.
과장 아주 조금 보태서 밀가루 같았다.
사다코 포즈로 깨알 웃음을 선사하는 H양.
문제는 설정이 아니라는 거... -ㅂ-
언제나 주장하듯, 산은 꼭 올라야 맛이 아니고, 바다는 꼭 수영해줘야 맛이 아니다.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꼭 추근거려 줘야 매너라는 건 이태리와 터키 빠다남들이나 하는 짓인 거다.
적당히 바다 풍경도 누렸겠다, 체크아웃 시간도 거의 다 되었겠다, 딴중 빤단으로 출발했다.
이런 저런 집들
허술하든 튼튼하던 어쨌든 울타리가 쳐져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울타리나 담 둘러친 집들이야 인니 어디든 있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거의 모든 집이 있는건 특이하다.
땅을 무지 사랑하는 중국인의 문화에서 유래했을까?
공동묘지도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
지금껏 다녀봤던 다른 곳 중에서 발리를 제외하고는, 보통 공동묘지는 딱히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것도 중국 문화 영향이려나?
호기심 많은 가장과 무관심한 처자식
아주 모던한 느낌을 주는 마을 경계석인데 내용은...
<딴중 빙아 Tanjung Binga 어촌에 어서 옵쇼~>
비린내가 진동하던 그 어촌 마을이다.
고놈 참 마구 당겨주고 싶은 귀를 달았군.
너무 직진이면 주행자들 무료할까봐, 아주 제대로 90도로 꺾인 길
넉 놓고 아무 생각없이 속도 안줄였다가, 남의 집에 너무 격하게 방문하는 유니크한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
블리뚱도 개가 많았다.
발리도 그랬고, 롬복도 그런 편이었다.
이슬람 종교색이 강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종교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무슬림이라고 딱히 개는 패고, 고양이는 이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라는 동물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개채수에 충분히 영향을 줄 것이다.
기름집 아줌마의 우아한 뒷태.
나라는 달라도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복장은 하나, 위아더월드다!
참고로 블리뚱 기름값은 딴중 빤단에 가까운 지역은 리터당 5천 루피아, 먼 지역은 6천 루피아다.
콜라보다 싸다.
시골엔 이렇게 별거 다파는 점빵이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하교길에 나란히 사이좋게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는 학생들.
한국에서 저따위로 타고 다니면 천하의 개상놈 소릴 듣겠지만, 인니는 알아서 피해간다.
물론 도로가 붐비면 알아서 일렬로 다닌다.
돌이켜보니 지금껏 2륜차로 누군가와 나란히 달려본 기억이 없다.
무조건 일렬로 조심조심 길가에 붙어서 달렸다.
안그러면 나쁜 넘이니까.
한국... 참 삭막하고 사나운 나라다.
점점 발전하는 블리뚱을 알리듯, 호텔스러운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체구에 비해 부담스러운 지붕을 이고 있는 집
딱 내 취향이긴 한데 나무로 만든 집은 벌레가 들끌어서... -_-;
숙소에 도착하니 12시 좀 넘었다.
굳이 쏘지 않아도 설렁설렁 30분 정도 걸렸다.
깔끔하게 체크아웃하고 새로운 숙소로 옮긴다.
H양이 어른 몸통보다 약간 더 큰 돌돌이 가방을 가져온 관계로... 현지인 체험을 해야 했다.
마주치는 현지인들이 모두 신기하다는듯 쳐다 본다.
뭔가 위태위태한데 웃음이 실실 비져 나왔다.
오토바이로 가구, 쌀가마니, 온가족, 개, 닭, 염소, 양, 옆집 셋째딸(응?) 뭐든 다 옮기는 현지인들이 대단하다.
별 사고 없이 무사히 새로운 숙소로 옭겨 짐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