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elitung] 02. 발리, 롬복, 사모시르와는 또다른 의미로 좋았던 블리뚱 롸이딩

명랑쾌활 2012. 5. 31. 21:49

평상시 늦잠을 즐기지만, 여행 때는 낮잠을 즐긴다.

의무적으로 일어날 필요 없고, 일어나면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장기간의 여행 때 느꼈다.

어떤 곳이 마음에 들어 오래 머물면, 어느 날부터인가 늦잠을 자기 시작한다.

이미 그곳에 익숙해진 거다.

내겐 베트남의 달랏과 발리의 우붓이 그런 곳이다. :)

 

새벽녘의 딴중 쁜담 해변

왠 아자씨가 벤치에 누워 아주 달게 자고 있다.

숙소 못 구해도 아주 방법이 없진 않다는 얘기다. ㅋㅋ

 

물이 쪼옥 빠졌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라기 보다는 수심이 낮은 해변에 길게 펼쳐져서 그렇다.

조수간만은 역시 서해가 짱이다.

 

그나저나 새벽녘의, 그것도 음식점이 늘어선 해변이 이리도 깨끗할 수 있단 말인가!? +_+

한국보다도 낫다.

이유가 있다.

어제밤 하띠까 코너에 있을 때, 펜스 너머 해변에 어떤 꼬마애가 다 먹은 과자 봉지를 휴지통까지 걸어와서 버리고 가는걸 봤다.

인니 3년 남짓 살면서 처음 봤다.

그러고 보니 꽁초도 별로 없다.

애들은 커녕 다 큰 어른들도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땅에 버리는게 보통이다.

블리뚱에 대한 호감도가 계속 상승한다.

 

상어보다는 표정이 좀 양호한 괴물거북이 미끄럼틀

하긴 입으로 낳는건 아니니...

 

아주 깨끗한 거리를 몇몇 아줌마들이 아침 산책운동 나왔다.

앞뒤로 박수도 안치고 기둥에 등치기도 안하다니, 진정한 아침 산책운동이 아니다.

 

하를리카 자야 호텔 건너편의 건물의 중국풍 대문

 

적당히 밥 먹을 곳을 찾다 해변 식당가에 문을 연 곳이 있어 들어갔다.

따로 선택지가 없었다.

숙소에 있어서 조식 제공은 꽤 중요한 옵션이다.

인니에서는 특히 그렇다.

배탈이 걱정된다면 불에 완전히 익히는 볶음밥이 제일 낫다.

 

자리에 앉아 바라본 바다 방향

 

맛은... 그냥 보통이었다.

양은 좀 적은 편이었지만, 값이 무지 쌌다.

볶음밥 두 개, 물 하나, 떼 보똘 Teh Botol (유리병에 담은 인니 차음료) 하나 해서 2만5천 루피아.

블리뚱의 매력에 자꾸자꾸 빠져든다.

 

믿을 수 없이 깨끗한 새벽 바닷가

 

물이 빠진 모래 사장에 개 한 마리가 돌아 다닌다. (사진 중간 조금 위)

 

콩알만 한 새끼게들이 우글우글 바다 방향으로 몰려간다.

 

인니 여행은 스쿠터 한 대면 끝이다.

당연히 롸이딩에 나섰다.

 

오늘의 롸이딩 코스

12시 이전에 돌아와 숙소를 옮겨야 하기에 가볍게 잡았다.

 

롸이딩은 고독을 즐기며 혼자 타는게 제맛이지만, 동승자가 있으면 그때 그때 사진을 팍팍 찍을 수 있어서 좋다.

카메라 (판매)의 달인 H양이 든든하다.

 

오빠한테 반하지 마라, 꼬맹아.

 

쿠부 다리 Jembatan Kubu

 

철교에서 바라본 상류 방향

강 하구라 그런지, 강변을 맹그로브 나무들이 점령했다.

 

바다 방향

 

덤으로 인육복대 빅싸이즈를 차고 있는 나

이제 헬멧도 제법 어울린다.

 

강변 한 켠에서는 배를 만들고 있었다.

 

롸이딩을 하자면 이런 풍경을 즐기게 된다.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지 못하는게 좀 아쉬웠지만,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좋았다.

 

소박한 정원에 소박한 나무의자

 

쌩쌩~

구닥다리 옛날 집과 새로 지은 깔끔한 집이 이웃한다.

인니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부자만의 동네를 만들기 위해 자기보다 못 사는 사람을 쫓아내거나 하지 않는다.

한국과는 다르게...

 

헌집과...

새집

 

저 꼬마애는 그늘도 없는 땡볕길을 어디서부터 걸어서 어디까지 걸어가는 것일까.

언제부터 저렇게 걸어 다녔을까.

 

그래도 그늘이라고, 손바닥만 한 그늘에 도로공사 인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유쾌한 한담을 즐기며 쉬고 있다.

인니 다른 곳과는 달리 마주치는 눈빛이 선량하다.

팔자 좋은 여행객이 고된 삶과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불편함이 덜하다.

무심코 웃으며 손을 흔드니, 씨익 웃으며 마주 흔들어 준다.

 

길이 지나치게 잘 깔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니는 차가 드물고 한적하다.

 

몸을 틀며 쳐다볼 정도로 외국인이 신기한 걸까?

스쿠터 타고 돌아다니는 외국인이 신기할게다.

대부분은 차량 렌트해서 휑하니 관광 포인트만 찍고 다닌다.

 

간혹 보이는 아기자기 예쁜 집

 

빨간선이 원래 갈 길.

노란선이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한 길.

결과적으로 관광 포인트 하나 주웠다.

 

요런 작은 길을 달리니...

생선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딴중 빙아 Tnjung Binga라는 조그마한 어촌이 나왔다.

건물 사이로 조그맣게 보이는 곳처럼, 생선을 말리는 곳이 바닷가를 따라 주욱 늘어서 있었다.

신기하긴 한데... 비린내가 너무 심하다.

아마 집안에도 비린내가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태어나서부터 숨쉬는 일상적인 공기일 것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나오니 원래의 큰 길이 나왔다.

 

학교가 막 끝나서 초딩들이 우글우글 쏟아져 나온다.

 

오늘의 목적지인 딴중 끌라양 해변 Pantai Tanjung Kelayang에 거의 다다라 뜬금없이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참고로 2011년 11월 2일에 촬영했다는 구글 사진에는 저 큰 건물자리가 그냥 숲이다.

6개월만에 저만큼 지었다는 소리다.

블리뚱도 꽤 빨리 개발되고 있다는 건데, 좋으면서도... 좋지 않다.

 

드디어 딴중 끌라양 해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