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갔던 마나도 Manado는...
저어기 오른쪽 상단의 노란 화살표 근처다. (왼쪽 하단 화살표가 자카르타)
자카르타에서 무려 3시간 반 걸리는 곳으로 필리핀 남쪽에 위치한다.
자세한 설명은 인터넷 검색해 보면 알테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가장 유명한 것은 스쿠버 다이빙 세계 3대 포인트라고 한다.
(나머지 두 군데가 어디인지도 모를 뿐더러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중 시야가 평균 20m, 좋을 때는 최대 40m이고, 열대의 형형색색 수중생물들이 아주 다채로운 곳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기의 썰렁한 제목을 보다시피, 마나도는 어감이 섬 같지만 섬이 아니라 도시 이름이다.
(므나도 Menado라고도 하는데, 마든 므든 상관 없다. 둘 중 하나는 사투리라고 한다.)
하지만 섬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위 구글 지도의 상단에 골반 모양(크! 표현 좋다!!)으로 생긴 섬이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로 둘러 쌓인 부나켄 Bunaken 섬이다.
난 물은 좋아하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소한 것, 익숙하지 않은 생물과 환경 패턴이 불편하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점도 불안하다.
요컨데 돌발상황에서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 당최 접근을 꺼리게 만든다.
...뭐, 주절주절 떠들었지만 솔직히 바닷속이 무섭다는 얘기다. (무서운 건 무섭다고 말하는 이 당당함! 사나이다움!! 크하하하하~~~)
그럼에도 스쿠버다이빙의 천국 마나도로 여행지를 정한 것은, 그렇게 물이 맑으니 스노클링으로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구명조끼 입고 둥실둥실 물의 흐름에 밀려 다니면서 바다밑 보는 거는 무지 좋아한다. 편하잖아! ㅋㅋ)
...그리고 그게 아주 제대로 오산이었다는 걸 in to the core 느꼈다.
회사 퇴근 후 숙소에 와 짐을 정리했다.
그러고서 출발 전 샤워를 하려는데, 어라 왠 걸? 물이 안나온다.
이번 여행이 뭔가 파란만장 할 것이라는 계시인가? (정말 정말 그 당시 그렇게 생각했다.)
먹는 물(생수까지는 아니고 그냥 식수. 인니는 수돗물이 너무 안좋아서 식수는 따로 구입함)로 씻는 호사를 누리며, ' 그래! 안되는 건 어떻게든 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이미 갔다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때의 나를 생각하니 웃음 밖에 안나온다.
이 이등병 놈아, 웃음이 나오는구나. 젠장... ㅋㅋㅋ
토요일 심야, 자카르타 공항 국내선 승객 대기구역 흡연실에서 본 바깥 풍경.
심야의 역 풍경은 어디든 비슷한 것 같다.
스산하고 적막한... 잠에 취한듯 깬듯 혼곤한 상태의 사람들의 두런두런 말소리에서도 낮의 활기는 찾아 볼 수 없다.
그 나직한 말소리가 낮의 큰 소리보다도 오히려 더 또렷하게 귀에 들리는 것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부러 그렇게 감정을 유도하지 않고도, 심야의 역 분위기는 사람을 뭔가 감상적이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어디로부터 떠난다는 감정, 이디론가 떠난다는 감정... 그런 것이 너무 선명하게 다가온다.
연인이 이런 분위기에 헤어진다면, 겉으로는 낮보다 덤덤하지만, 속으로는 더 애잔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도 비행편은 즐겨 이용하는 저가항공사 라이언 에어다.
토요일 01:30분 출발 - 06:00 마나도 도착 (마나도는 자카르타보다 1시간 빠르고,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시골 마을비행기(?) 답게 휴대가방 넣는 선반에 이런저런 잡다한 걸로 꽉 찼다.
저가비행기는 수화물 무게에 에누리가 없기 때문에 저렇게 바리바리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다.
의외인 것은, 저런 비닐 봉다리들은 돼도, 끈이나 테이프로 포장한 종이박스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스튜어디스 사귀면 물어 봐야겠다.
9번 중에 9번 전부!
이쯤되면 인도네시아 사람은 대부분 그렇다라고 일반화 시켜도 되겠다.
이번엔 다행히 애라던가 암내 나는 할아버지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하고 암내도 안나는 남자가 옆에 탔는데,
이 자식도 양쪽 팔걸이에 팔을 척하니 걸트리고 자빠져 잔다.
그것도 팔꿈치가 내 자리구역 상공(?)을 서습없이 침범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난 다리 쩍벌 공격으로 되받아치며 잠을 청했다. ㅋㅋㅋ
어차피 한국의 유별난 예의범절 따위는 이곳에서 훌륭한 처신이라고 존중 받지도 못한다.
이상한 취급이나 받으면 받았지...
* 좌석 팔걸이는 따로 주인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오른쪽 팔걸이에 우선권을 준다.
마나도 상공
저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항구인데, 이 사진 찍을 당시만 해도 저 곳에서 그런 눈탱이를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ㅋㅋ
지금껏 저가항공기 타면서 이거 2시간 이상은 힘들겠다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맞았다.
3시간 반 타고 오는데, 두 시간쯤 지나자 무릅과 허리가 환장하게 쑤셨다.
어쨌든 옆자리눔이랑 쩍벌 공격과 팔꿈치 공격 공방을 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창밖에 마나도 상공이 보인다.
저 멀리 부나켄 섬도 보인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이때만 해도 난 저 곳에서 무슨 일을 겪게 될지 모르는 해맑은 아이였다... ;;
이륙 직후와 착륙 직전에 육지를 내려다 보는걸 좋아한다.
깨알만한 사람들, 자동차, 오토바이들이 장난감 같은 집들 사이를 꼬물꼬물 다니는 걸 보고 있으면,
아옹다옹 별 것도 아닌 일에 일희일노하는 인생사가 참 하잘 것 없게 느껴지는 것이 좋다.
개미의 그 부지런한 움직임도 사람 눈으로 보기엔 별 의미 없이 하찮지 않던가.
비행기 내리자 마자 한 컷
생각 없이 찍었는데 잘 건진, 이번 여행의 베스트 샷이다.
공항청사로 걸어가는 건 뭐 똑같지만, 그래도 마나도 공항은 무려 2층이다! +_+b
그 유명한 발리 공항도 1층짜리인데 참 발칙하기도 하다.
하긴, 마나도도 출입국 관리소가 있는 국제선이 있는 공항이긴 하다.
한국에서 올 경우 보통 말레이시아에서 갈아타고 들어온다고 한다.
공항을 나서서 한 컷
저기 입구에 기다리는 사람들 중 누구 마중 나온 사람들은 50%나 될까?
나머지는 다 택시 운전사나 여행사 삐끼다.
이번 여행에 소소한 목표가 하나 있었다.
배낭여행에 맞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
마나도 여행 준비하면서 정보를 찾아 봤는데, 다녀와서 정보를 올린 사람들이 대부분 배낭여행이 아니라 스쿠버 다이빙을 목적으로 하는 테마여행이라, 배낭여행에 맞는 정보가 매우 드물었다.
(스쿠버 다이빙이 부자만 가질 수 있는 취미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돈이 드는 취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만큼 마나도로 스쿠버 다이빙을 오는 여행객이라면 완전 헝그리하게 다니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의사소통 되면서도 어지간하면 돈으로 편하게 때웠는데, 요번 만큼은 제대로 헝그리해 볼까 했었다.
그러나...
공항청사를 나서서 보이는 길을 왼쪽 방향으로 가면 공항 출구다.
사진 왼편 부근에 여행안내소가 있다.
...그러나 여행안내소 안에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곘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비행기 시간 어차피 뻔하고, 사람 뜸한 곳이니...)
비록 자카르타에서 멀리 떨어진 술라웨시 북쪽 구석이지만 여기도 인도네시아가 맞다.
차도는 있어도 보도블럭, 아니 차도 한 구석에 인도 표시도 없다.
그래도 옆을 지나치는 차량들이 빵빵거리지는 않는게 다행이다.
주차요금소로 다 막힌 출구를 통과하여 공항을 나서니, 저 멀리 뭔가 또 입구 같은 구조물이 보인다.
가만 보면 인니인들 저런 구조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디 마을 들어갈라치면 마을 어귀에 허름하게나마 저런 구조물 세우고 거기에 자기 마을 이름 걸어 놓는 거 많이 봤다.
사진의 오른편 부근에 경찰서가 있다.
경찰서 건물
인니에서 사는데 있어서 경찰은 절대로 친해져서도 밉보여서도 안되는 존재이지만,
난 여기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뚜벅뚜벅 들어가서 항구 가는 교통편을 물어봤다.
" 경찰 아자씨, 항구 가려면 뭐 타야해?"
" 택시 타지 왜?"
" 그건 다음에. 이번에는 여행정보 수집(?)하러 온거라서 그래."
" 저 앞에 지나다니는 앙꼿 타고 가." (앙꼿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자카르타에서 근무했었나 보다.)
" 저게 한 번에 가는겨?"
" 아니. 뜨르미날 빨두아 Terminal Padua 까지 가서 내려서, 빠사르 음팟리마 Pasar 45 가는거 타면 돼."
" 거기가 항구야?"
" 엉, 조금만 걸어가면 돼."
" 얼마야?"
" 빨두아까지는 2,500 루피아, 음팟리마 가는 건 1,500 루피아."
" 상당히 고마워."
" 엉, 여행 잘 해."
저기 사진 중앙에 보이는 파란색 죤만한 승합차가 앙꼿 Angkot 이다.
(참고로 그 오른편에 보이는 붉은 기와집이 경찰서)
아까 공항 나서면서 보였던 입구같은 구조물 밑에서 경찰서 쪽을 보면서 기다리니 앙꼿이 온다.
자카르타 지역의 앙꼿처럼 서로 마주보는 구조가 아니라, 모두 앞을 보는 구조다.
여기저기 터져서 지저분해 보여도 그럭저럭 깨끗한 편이다.
언어 안된다고 걱정 말자.
운전사한테 빨두아? 빨두아? 빨두아! 노래를 하면 시끄럽다고 알아서 빨두아에 내다 버려준다.
빨두아에 도착했다고 운전사가 가르쳐준다.
친절하게도, 어떤 앙꼿으로 갈아 타라고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
그 갸륵한 마음에 감동을 주체 못하여 차비로 무려 4천 루피아를 줬다.
(현지인 시세대로 2천5백 루피아 준다고 뭐라고 안한다. 다만 큰 돈 주면 잔돈 없다고 버틸 확률이 높다. 포기하자. ㅋㅋ)
터미널이라고 해서 뭔가 복잡할거라 각오했는데, 그냥 넓직한 도로에 이런저런 앙꼿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러니 언어가 안되도 걱정 말자.
여기서 아무 운전사나 붙잡고 빠사르 음팟리마 노래를 부르거나, 아니면 부나켄을 울부짖으면, 이거 타라고 하던지 저거 타고 꺼지라고 하던지 손짓할 것이다.
타고나서 알았는데, 조수석 앞쪽 유리창에 저런 죤만한 귀여운 행선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사진은 빠사르 음팟리마에 거의 도착했기 때문에 운전사가 팻말을 돌린 것이다.
이런게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던, 메모리스틱을 끼워서 작동하는 엠피삼 카스테레오 장치를 발견했다.
(원래 있었던거 나만 몰랐던 건가?)
자카르타 지역에서도 아주 가끔 가다 음악 틀고 다니는 앙꼿이 있긴 했는데, 마나도 지역은 너도 나도 다 틀고 다녔다.
평범한 가요나 당둣(인니 트로트)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 심장 울릴 정도로 힙합 중저음을 팡팡 때리며 다니는 앙꼿도 있었다.
마나도 시내는 대체적으로 자카르타보다 깨끗했다.
2,3층 짜리 건물도 흔했고, 10층 정도 돼보이는 건물도 제법 있었다.
그래도 여기도 인니라고 여기저기 동상들이 많았다.
채색을 한 것이 좀 독특했다.
언어 안통한다고 걱정 말자.
운전사가 내리라는 곳에서 내려서, 진행방향으로 주욱 걸어가면 된다.
불안하면 부나켄을 또 울부짖던가...
작은 사거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 중 직진길은 약간 좁은 길이라 꺼려진다.
그러나 쫄지 말고 전진하자.
뭔가 대단한 곳으로 가는 길은 넓고, 범상한 곳으로 가는 길은 좁을 거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길이 오른쪽으로 꺾어지면서 이렇게 항구가 펼쳐진다.
위의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던 그곳이다.
배편 알아보면서 듣자하니, 저 다리 시공하는 것이 한국 건설업체라고 한다.
아니면 한국 건설업체가 관여하고 있거나...
딱 여기까지는 좋았다.
마나도 정보 찾아보면서 읽었던, 악명 높은 마나도 택시기사의 바가지나 꼼수 따위 안겪고도 깔끔하게 올 수 있었다.
(미터기 안쓰고 요금 흥정하는데, 미터기 키자고 우기면 뱅뱅 돌아가는 꼼수를 쓴다고 한다.)
아니면 아예 담합해서 다들 요금 흥정해서 가자고 버티기도 하고...
요즘 요금 시세는 7만 5천 정도인데, 미터기로는 대략 5만 루피아 조금 넘으니 좀 과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금액 상으로는 그리 과하지 않지만, 그래도 원래 요금의 50%정도 가산이니...)
여기까지 6천 루피아로 왔으니 택시비의 10분의 1 가격으로 성공적으로 도착한 셈이다.
그러나...
마나도의 악마들은 택시기사 뿐 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택시에서 내리면, 그 다음엔 당연히 배를 타야한다.
배편에 대한 대책이 있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