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인니 한인 신발 봉제 업계가 엿같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

명랑쾌활 2024. 8. 29. 07:33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그냥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이시길 권합니다.

 

 

1. 한국인 기술자
대부분 학력이 낮다. 초졸도 있다.

대졸이 거의 없는 건 기피해서가 아니라 대졸이 될 방법이 없어서다.

보통 생산직 시다로 시작해서 그 자리 올라가는 케이스인데, 대졸은 생산직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고졸이라고 속이고 들어갔다 걸리면 해고다. 대졸인데 들어와줘서 고맙다고 안한다.

 

70년대 공장, 개처럼 구르며 배우는 도제 시스템의 전통이 대를 이어 내려왔기 때문에 봉제판은 거칠고, 사납고, 무식하다.

그런 곳에서 밑바닥부터 버티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라 기본적으로 독하고 맺힌 게 많다.

아주 드물게 안그러는 부처같은 사람마저도 독심은 있다. 허허거린다고 만만하게 굴다가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다.

 

학력 컴플렉스, 피해의식이 심하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는 일반론적인 편견의 의미가 아니다.

한국 봉제업계는 생산 공장과 판매 상사가 합쳐진 구조다 보니, 관리직으로 채용되는 대졸들에 비해 기술직이 차별을 받는 구조다.

관리직은 더 쉽고 빠르게 승진해서 직급도 위고, 일도 편하면서 급여도 더 많이 받는데, 그 명분으로 악용된 것 중 하나가 학벌 차이였다.

게다가 관리직들이 기술직을 무식하다고 깔보는 풍조가 있다. (학문적 소양이 떨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거의 모든 기술자들은 학력과 배움에 대해 맺힌 게 많을 수 밖에 없다.

 

동남아 봉제 공장 생산직은 교육 수준 낮다.

인력 집약 산업인데 땅값 싼 시골에 공장을 지으니 고졸만 뽑아서는 모자란다. 심지어 고졸은 엘리트에 속해서 사무직에 들어가려고 한다. (지금은 고졸 학력이 많이 는 편임)

할 수 없이 초졸, 중졸도 뽑아야 하는데 별별 어중이 떠중이가 다 있다. 출근, 휴식 시간 준수 개념도 없고, 단체 생활의 질서조차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사람들을 붙잡고 기술 가르쳐야 하니 원래 배우기도 거칠게 배웠던 기술자들 성격이 더 비틀리고 사나워졌다.
현장에서 버럭버럭 욕하고 물건 집어던지는 게 그냥 미친놈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참다참다 터지는 거다.

그러다 잘못 건드리면 온 마을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와 행패를 부리거나 경찰을 불러 오면, 굴욕적으로 숙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순한 사람도 사나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2. 한국인 관리직
그 무식한 기술자들이 뭐만 삐끗하면 니가 현장을 아냐고 들이 받는다.

맞는 말 해도 잘난척 꼴값 떤다고 적대적으로 반응한다.

까딱 얕잡히면 호구된다. 학문적 지식은 약해도 인간 관계는 닳고 닳은 사람들이다.

끊임없이 간보고 부딪히며 힘싸움을 하는데, 문제는 존심 상하게도 관리직이 더 파리목숨이다. 기술자보다 관리직이 대체하기 쉽다.
그래서 원래 안그랬던 사람도 점점 성격이 성마르고 음습해진다.

괴물을 상대하며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3. 사내 정치질
거의 모든 봉제업체가 관리직 임원, 기술직 임원 상호견제하는 조직 구조다. 그 안에서 또 파벌이 갈린다.

그런 구도다 보니 정치질이 난무하는 판이 될 수 밖에 없다. 모함, 협잡, 이간질이 난무한다.
게다가 벳남, 인니 곳곳에 공장들 분산되어 있고 순환 배치를 하다보니, 어느 현장에서 뒷말이 한 번 돌면 진위 여부 상관 없이 일단 등신이 된다.
그래서 다들 기본적으로 경계심이 강하고 날이 서있다.

같이 밥 먹으며 하하호호 웃는 거 같아도 밑으로는 칼날 수십개가 왔다갔다 하고 있다.

점심 시간에 왠만하면 대화 안나누고, 예의상 대화 주고 받더라도 시시껍절 별 영양가 없는 화제로 대화하는 게 그래서다.

의미 있는 말, 진지한 대화를 하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이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꼬꼬마 신입이 일하다 일 끝나면 공장 기숙사 단체 생활을 해야 하다보니, 이제 갓 사회 생활 시작하는 푸릇푸릇한 청년이 봉재업계 1, 2년 구르고 이상하게 변하는 거다.
업무 스트레스 술로 푸는 상사 있으면 거의 매일같이 불려가서 술상대 해야 하는데, 그 정도는 별 거 아닌 괴로움이다.

 


4. 현지인 직원들

시골 공장에서 일 조금만 해보면, 저개발 국가 시골 사람들 순박하다는 편견이 단박에 박살난다.
사람들이 학력이나 문명에 취약할 뿐이지 인간 관계는 바보가 아니다. 폐쇄적인 씨족 마을 사회라 더 원초적이고 음습하다.

은근 무시, 모르는척 뒤통수 치기, 얕잡히면 교묘하게 등신 취급하는 등등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현장 관리직 했던 한국인들이 현지인들 게으르다, 거짓말 잘한다, 뻔뻔하다, 무식한데 존심은 세다 등등 거의 인종차별적으로 이를 가는 이유가 다 있다.
하지만, 애초에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이 있으니 다른 어려움에 비해 낫다. 시간 지나서 적응하면 다 극복하게 된다.
봉제 신발에만 국한된 어려움도 아니다.

 


딱히 봉제 신발을 편견으로 비하하는 게 아니다. 구조가 원래 그럴 수 밖에 없는 판이다.
국가 산업 발전 단계인 경공업 - 중공업 - 전자정밀 - 정보 순서가 한국인 직원 근무 환경, 처우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전자쪽 사람들이 좋다는 건 아니다.

대놓고 무식하고 거칠게 조지지는 않고 세련되고 야비한 방법으로 괴롭히니까, 문명 사회에서 곱게 자란 마음이 좀 덜 다칠 뿐이다.

<사진 출처 :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