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는 한국에 비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낸 것에 대해 너그러운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출근 지각, 약속시간 늦음 등에 정체 때문에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편이다.
워낙 얘기치 못한 상황도 잦고 (트럭이 길 복판에 퍼진다던가) 해결도 느리다보니 소요시간 편차가 심하긴 하다.
하지만 교통량이 한적해서 정체가 있을 리 없는 지역도 비슷하다.
한국은 지각은 지각이다.
그건 니 사정이고, 정체로 늦었으면 안늦게 더 일찍 와야 한다는 게 한국식 생각이다.
인니는 어떤 사유로 인해 못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었다는 쪽에 더 치중한다.
(자기 방어를 위한 핑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리까지는 파고 들어가는 건 다른 얘기니 넘어가자)
그냥 더 너그럽다는 쪽에 포커스를 맞춘다.
해야 할 업무를 해내지 못했을 적에도 못했다는 수치심이나 자책의 모습보다는, 핑계를 엄청 갖다 붙이며 어쩔 수 없었다는 태도를 보인다.
느긋함과 체념의 정서가 근간인 것으로 추측한다.
혹독한 겨울이 없는 열대 지방 특유의 느슥함.
몇 백년 간의 식민 수탈에서 군부 독재 장기 집권으로 이어지면서 형성된 체념.
한국인은 책임감 있고, 인니인은 무책임하다는 식의 흑백논리는 지양한다.
어디까지나 '한국에 비해' 그런 경향이 강해 보인다고 느낀 것 뿐이다.
한국에도 무책임하고 비열한 사람이 있듯, 인니에도 책임감 있고 정직한 사람이 있다.
인니인들도 업무 해내지 못했을 때 잘못했다는 거 안다. 자책이 강도가 매우 약할 뿐이다.
한국은 변명하지 않고 자기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걸 미덕으로 받아들이고 다른탓으로 돌리는 걸 핑계로 배척하는 정서가 강하고, 인니는 어쩔 수 없음을 관용하는 정서가 강할 뿐이다.
이래도 내 잘못 아니고, 저래도 내 잘못 아닌 사람들이라면 사회 집단이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다 같은 사람사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