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 부로 3,500 VA 이상 가정집 전기 요금이 17.63% 인상됐다.
(전기 요금 체계는 링크 참조)
https://choon666.tistory.com/1386
내가 사는 집은 4,400 VA다.
한 달 평균 전기 요금이 약 12만원이었는데, 2만원이 오른 거다.
한 방에 18%, 그것도 여론 수렴도 없이 급작스럽게 일방정으로 올리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인니는 국토 불균형 발전과 그에 따른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하다.
국민 대다수가 빈곤층에 속한다.
여러 섬으로 구성된 군도 국가라 중앙 행정력이 지방에 끼치는 영향력이 약하다.
반란과 자치 독립을 시도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인니는 지역마다 군부대가 있다.)
그렇다 보니 정부 수립 초기부터 빈곤층에 대한 각종 보조금 정책을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휘발유가 있다. 옥탄가가 낮은 휘발유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고, 그 손실을 보조금으로 보전해준다.
저소득층 서민 대상이지만, 중산층도 거의 대부분 모두 이 휘발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늘 물량이 모자라다.
수도권 통근 전철은 거의 모두 3,000 루피아 (처음 25km 구간) 에 타고 있다. 차액은 보조금으로 메운다.
일반 가격이 15,000 루피아로 이용하는 사람은 외국인이나 아주 가끔 이용하는 사람 정도다.
서민 주택은 면적, 가격, 전력 등에 제한이 있지만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전기 역시 보조금을 지원받는 공공재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부담이 심해져 정권마다 보조금 규모를 줄이고자 시도했으나, 국민 여론 악화로 실패했다.
보조금이 감안된 가격 경제 구조가 이미 정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대도 타당하다.
어쩌다 보니 빈곤층이 아니라, '서민=보조금' 정서가 자리잡게 된 거다.
이슬람 문화의 영향도 있다.
인니는 세속국가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국교가 이슬람인 말레이시아보다 더 이슬람 색체가 짙은 나라다.
자캇 Zakat 이라는 이슬람의 기부 문화가 있는데. 부자의 사회 공헌, 노블리스 오블리제 비슷한 개념이다.
문제는 인니의 자캇 문화는 부자의 사회 공헌이 자발적이 아니라, 강제로 부여된다는 거다.
보건부 장관이 "재정을 위해 부자들은 공공의료보험 이용을 자재해야 한다"는 공개발언을 할 정도로, 부자는 손해보는 게 당연하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법적 의무 가입인 공공의료보험에 돈은 돈대로 내고, 니들 돈 많으니 민간보험 이용하라는 소리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관광지 입장료를 차별하는 것도 '외국인은 돈 많으니까'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
감이 안잡히겠지만, 사실 4,400 VA 래봤자 그리 부자도 아니다.
4,400 VA 아랫 단계는 2,200이다. 응당 있을 거 같은 3,300 단계는 없다.
2,200 VA으로는 냉장고 1대, 에어컨 1대까지 버티고, 에어컨 2대가 되면 차단기 떨어진다. 헤어 드라이어 쓰려면 에어컨 2대 다 꺼야 한다.
되게 부잣집이 아니라, 그냥 한국의 하위 30~50% 수준 평범한 가정집 생활 환경 정도를 유지하는데 최소한 4.400 VA가 필요한 거다.
평범한 가정집 전기료가 갑자기 18%가 오른다면 타격 만만치 않을 거다. 인니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한국의 평범한 가정집 생활 수준을 인니 정부는 중산층이 아니라 부유층으로 분류한다는 거다.
정치 참 편하게 하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