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인니의 스팸 문자 공해

명랑쾌활 2023. 3. 3. 13:43

인니는 스팸 문자 공해가 넘치는 나라입니다.

하루 평균 20개 정도 받습니다

통신사가 광고 제휴를 받아 보내는 것은 물론 통신사 자체의 스팸문자도 지나치게 빈번합니다.

불특정 개인이 보내는 것들도 엄청난데, 그나마 '일일이' 수신 거부는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언혀 소용 없습니다. 쓰고 버리는 번호로 발신하거든요.)

하지만 통신사가 보내는 건 거부를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권하는 스팸 전화를 받아서 좀 듣다가 일이 바빠서 끊겠다는데, '아니, 이렇게 좋은 정보를 주는데 어떻게 이렇게 예의 없이 통화를 거절할 수 있냐'는 듣한 반응을 들은 적 있습니다.

이게 바로 광고나 홍보에 대한 인니인의 인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후로는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습니다.

 

어떤 교민은, 자기가 한국에서 일한 적 있는 사람인데 혹시 통역 필요하면 자기 소개시켜 달라는 카톡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자 불편하다, 한국에서 살았으면 한국인들 이런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않냐'라고 답장했더니, '여기는 인도네시아다!' 어쩌고 하는 무례한 문자를 받았던 걸 교민 사이트에 올렸더군요.

이런 경우는 '방해되는지 알지만, 이 바닥이 다 이런데 니가 어쩔래?' 정도가 되겠네요.

 

스팸 문자 받은 것들 훑어 보겠습니다.

 

5백만 ~ 5억 루피아를 빌릴 수 있는 2020년 6월 특별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WA 000-0000 번으로 접속.

* WA : What's App 인니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매신저 앱

** 개인이 보내는 스팸은 대출 관련이 가장 빈번합니다. (월등한 원탑은 통신사 자체 스팸... =_=) 전체 인니인들은 대체적으로 돈 빌리는 걸 한국인들에 비해 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월급 가불도 흔하고, 좀 안다고 돈 꿔달라는 소릴 쉽게 합니다.

 

난 말레이시아에 있고, 인니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옮기고 싶습니다. 나를 도울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WA 000-0000로 답장 주세요.

* 말레이 사람이 쓰는 표현을 간간히 섞었네요. ㅋㅋ

 

번호 팝니다. 2십5만 루피아. 후불. 좋다면! 이름과 정확한 주소를 000-0000로 보내주세요.

* 보이스 피싱 전에 사전 정보를 입수하려는 시도 같습니다.

 

존경하는 고객님. 축하합니다. 2등 상금 1억 루피아에 당첨되셨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링크를 클릭하세요.

* 클릭하면 흥미진진한 일이 생길 겁니다.

 

주술사. 의식을 통해 제공. 목표의 사진을 통해 원거리에서 저주나 현혹을 걸 수 있음. 리스크 없이 100% 성공.

* santet : 병에 걸리거나 죽게 만드는 저주 주술

** pelet : 사랑에 빠져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현혹 주술

*** 리스크란 저주가 걸리지 않아 거꾸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는듯

 

제물 없이 재물 주술 해드립니다. 리스크 없이 성공 보장. 저주와 현혹 주술도.

* pesugihan 재물이 늘어나게 한다는 주술

 

이게 계좌 번호야. BCA 은행 누구누구 00000000

* 마침 누군가에게 송금할 일이 있는 사람 있으면 걸려 들어라 하고 뿌리는 스팸

 

방수 전문가. 코팅액 분사 피막 솔루션으로 누수 방지

* 그나마 정상적인 내용의 스팸

 

온라인 도박 사이트 스팸. 이쪽 방면은 잘 몰라서 번역 패스.

 

서두르세요. 엑스레이 안경. 옷, 금속, 세라믹, 바위, 벽을 투명하게 통과해서 볼 수 있음. 영국제.

* ㅋㅋㅋㅋㅋ 멋지네요!!!

 

어디 은행으로 송금하실 거예요? 나한테 전화나 문자 먼저 하세요. 000-0000 

 

통신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전송하는 스팸이 가장 악랄합니다.

매일 최소 5개, 많을 땐 하루에 10개 온 적도 있어요.

 

내용도 별 거 없습니다. 가격 싼 패키지 있으니 구입하라는 겁니다.

고객 데이터 분석해서 타게팅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 뿌립니다.

 

잠금 화면을 가려 버리는 스팸도 서슴없이 보냅니다. 원래는 재난 문자 같은 용도죠.

 

이런 건 텔콤셀과 제휴한 프로모 광고 스팸입니다.

 

CFC라는 KFC 짝퉁 프렌차이즈와 계약하고 뿌리는 스팸입니다.

텔콤셀이 날리는 스팸이 전체 스팸의 절반 이상입니다.

 

가장 악랄한 스팸은 3636 입니다.

인터넷 선불 결제 기간이 끝나기 이틀 전부터 날라오는데, 종료 기준 시간인 자정이 넘어가자 마자 기간 끝났다며 스팸 날리고, 그 후로 심야에도 날립니다.

새벽 1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세 차례 보낸 적도 있습니다.

이거 프로그래밍 한 놈은 사회 생활 한 적 없는 미친 놈인 거 같습니다.

 

 

WA로 날라오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같잖은 수작을 부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까깍 kakak 은 형, 누나, 오빠, 언니를 통칭하는 호칭이지만, 여기서는 당연히 오빠라는 의미입니다. ㅋㅋ

 

안읽은 메시지가 31개입니다.

처음엔 삭제를 했더니, 또 보내더라고요. 지우면 또 보내고, 또 보내고...

그래서 그냥 그대로 냅뒀습니다.;;;

이 화면 캡처한다고 잘못 눌러서 4.6일에 받은 스팸 읽었더니, 1시간 쯤 후에 wa로 전화 오더군요.

약간 섬뜩했습니다... =_=

인니 거주 초반, 여행 다닐 적에 숙소 혼자 알아서 찾아가겠다는데 삐끼 비슷한 사람이 끝까지 따라 붙었을 때 느꼈던 불안한 감정을 왜 내 집에 있는데 느껴야 하는지...

인니에 살려면 감수해야 할 스팸 지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