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너무 좋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게 마련

명랑쾌활 2021. 9. 23. 09:33

한인 마트에서 저녁거리 장 보던 중, 줄줄이 비엔나가 눈에 띄었다.

한국 가면 실컷 먹고 몇 봉지 싸갖고 올 정도로 좋아하는데, 벌써 3년 가까이 귀국을 미뤄서 먹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 마트에서는 당최 볼 수가 없는 제품 중 하나다.

1만원 정도로 한국의 두 배 가격이지만,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바로 세 봉지 샀다. (통상 한국 가격의 150%를 넘는 제품은 드뭄)

 

파프리카와 케찹으로 소세지 아채 볶음을 만들어 먹었는데... 아 ㅅㅂ 내가 아는 그 줄줄이 비엔나 맛이 아니다.

포장지를 확인해보니 어육이라고 제법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혹시 한글 모를까봐 영어로 피시 케잌, 프랑스어로 뽀아종이라고까지 명기되어 있다.

 

너무 당연해서 딱히 생각할 필요 없는 게 상식이다.

해외 생활이란 게, 한국 기준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잦은 편이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행동했다간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믿을 건 자기 판단력 뿐이니 늘 냉정하려고 노력하는데, 조금만 방심해도 이런 일이 터진다.

너무 반가운 마음이 문제였다.

너무 좋으니 뵈는 게 없고, 판단력이 흐려진거다.

 

돈육도 아니고, 340g 한 봉지에 무려 1만원이나 하는 고오급 어육 소세지가 아직 두 봉지 남았다.

계속 눈에 뜨여봤자 속만 쓰릴 뿐이다.

웅담을 씹듯 어서 빨리 먹어 버리고, 이 원한을 뼈에 교훈으로 새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