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커플이 돈이 꽤 되니까 그쪽으로 파는 청년들이 많다.
썸네일은 어디 교과서라도 있는지 비슷비슷하다. 선정성 은근히 깔고 들어간다.
처음엔 건전한 여행기 올렸다가 조횟수가 영 안오르니 국제 커플로 선회한 채널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그쪽으로 컨셉 잡은 채널도 있다.
스스로도 떳떳하진 않지만 이 악물고 철판 깐 게 보이는 청년도 있고, 소시오패스 같아 보이는 청년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 중, 이 친구는 아주 작심을 했구나 싶은, 참 열심히 하는 청년의 유튜브가 눈에 띄어서 처음부터 따라가면서 업적을 정리해봤다.
1. 인니어 거의 못함.
2. 호주 워홀 했다는데 영어가 영 별로.
3. 코로나 이전에 인니 여행 와서 단순히 한국인이라고 하면 다들 신기해하며 반겨주는 분위기에 뻑감. 통역 도와준 케이파퍼 꼬심사귐.
4. 코로나 터져서 한국 돌아감.
5. 코로나 중 브로커 통해 방문 비자 받아 모친에게 돈 빌려서 들어옴. 결혼을 약속한 여친이 그리웠다나 뭐라나.
6. 인니어를 거의 못하는데, 인사는 '아쌀라무알라이쿰'이라며 돌아다님.
무슬림 인삿말이라 인니어 잘 하는 외국인일 수록 오히려 안씀. 아마 지는 그게 더 그럴듯 해보인다고 생각했겠지.
7. 우리 동네 대형 마트에 왔는데, 동영상 촬영하며 돌아다님.
경비가 제지하니까, 난 인니어 모른다, 왜 저지하는지 모르겠다 이러면서, 끝끝내 숨기는 척 하면서 끝까지 촬영함.
자기가 불이익 당했다고 생각함. 원래 마트 안에서 촬영 못하는 게 규정임.
8. 여친 동네에 갔는데 분위기 싸함.
여친이나 여친 모친 반응 보면 이미 끝난 거 같은데, 여친 집에 들어가고 모친에게 말 붙임. 얘 왜 이러나 하는 모친의 난감한 표정 보는데, 내가 쪽팔려서 미치겠더라.
9. 여친 사는 지역은 이슬람 강성이고 여성 측에 결혼 허락 받는 게 간단치 않기로 유명한 곳.
10. 여친 사는 동네에 계속 비비면서, 1인 사업 구상하고 있다며 주절주절. 떡볶이 팔면 잘되겠다고 함.
11. 뜬금없이, 현지 음료 마셔 보니 생강 맛이 난다면서 그에 착안해서 한국 음료를 팔겠다고 함.
그 한국 음료라는 게 생강과 꿀과 레몬을 섞어 끓인 차인데, 마셔본 적도 없음. 그냥 인터넷 검색해 보고, 한국에서 요즘 그런 음료가 유행이라며 결정. 한국식이니까 분명히 좋아할 거라나.
12.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팔아야 한다며, 중고 자전거를 알아보고 다님.
영어 한 마디도 안통하는 현지인 가게에서 영어 쓰며 막무가내로 나는 불쌍한 학생이다~ 이러면서 흥정함. 상대가 '이 병신 새끼는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끄떡 없음.
13. 이번엔 과일 쥬스가 괜찮을 거 같다고 함. 생강 음료는 팔아 본 적도 없음.
인니에서 두 가지 과일을 섞은 쥬스를 못봤다며, 한국에서 자기가 먹었던 바나나와 키위를 섞은 쥬스를 팔겠다고 함.
여친 집 부엌 빌려서 하는데 칼로 키위 껍질 깔 줄도 모름. 믹서기도 다루는 거 보니 생전 써본 적도 없음.
이 때 깨달았음. 아, 이 친구는 지금 그냥 컨텐츠 업로드 때문에 되는대로 하고 아무거나 막 찍고 있구나.
14. 드디러 한국 음료 팔겠다고 나섰음. 바나나 키위 주스 작은 물병으로 한 개. 자전거는 빌렸음.
반나절쯤 돌아다니다 포기함. 그냥 자기가 마시고, 나머지는 지나가는 아줌마 불러다 공짜로 주고 털어 버림.
저녁에 카페 가서 먹고 마시고 놀면서, "인생 뭐 있냐 이런 게 행복이지." 이게 결론.
15. 갑자기 비자 연장 때문에 발리에 감. 발리 브로커 통해서 사회문화 비자 받은듯.
사회문화 비자는 2개월 짜리 나오고, 그 후로는 1개월 씩 4회 연장 가능함. 그럼 이제 여친 동네에서 발리 한 달에 한 번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해야 할텐데?
1년을 그리워 했다는 그 애틋한 여친은 이제 안나옴. 차인 건지 뭔지 설명도 없고, 그냥 흐지부지 사라짐.
16. 발리는 힌두교 지역인데, 거기서도 이슬람식 인사 하고 돌아다님.
발리인들 썩은 표정 지으며 '하이~'라고 대꾸함. 이 친구 영상엔 이런 표정 자주 나옴.
17. 남의 가정집 창문 너머 보이는 아기가 귀엽다며, 주인도 없는데 창문 툭툭 두드리고 지 혼자 좋다고 웃음.
18. 발리 비자 업체 직원들이랑 식구 같은 절친이 됐다며, 저녁 사준다고 비싼 한국 횟집에 데려감.
걔네들이 상대하는 한국 고객 많음
19. 갑자기 새삼 알게됐다는듯, 발리 밤문화 놀랍다며 며칠이 될지 몇달이 될지 모르지만 밤문화 탐방을 하겠다고 함.
아 몰라. 앞뒤 따지면 혼란하기만 함. 그냥 뭐든 찍어서 올리는 게 목적임.
20. 중고 텐트를 사서 발리 북부에 감.
거기가 외국인이 좀 없지. 남부는 외국인 천지라 그냥 흔하디 흔한 동양인이거든.
밤문화 탐방하는데 대접이 영 시원찮았겠지. 외국인들은 들이대면 엄청 차갑게 반응했을테고. 돈도 들고.
촬영 안된다는데 고집 부리다 봉변은 안당했나 모르겠네.
21. 텐트는 쓰지 않고, 현지인 동네 처들어가서 노는 방 싼 값에 빌림.
흔한 동양인 취급 받다가 현지인 동네에서 한국인이라고 특별하게 봐주니 되게 좋은듯.
22. 썸네일들이 선정적으로 바뀜. 생각보다 조횟수가 안올라서 똥줄이 탄 건지, 아니면 누구 코치라도 받았는지.
<인니 여고생과 함께한 하룻밤>
<인니 소녀들에게 나만큼 사랑받는 사람?>
<인니 여고딩과의 힘든 데이트>
<늦은 밤 이불 들고 내 방에 온 인니 소녀 - 오빠랑 같이...>
<이렇게 예쁜 인니 소녀를 본 적이 있나요? - 각오해 오빠, 오늘 나랑 20번 해야되>
<인니 소녀들 데리고 한국 갈게요>
<이렇게나 예쁜 인도네시아 소녀에게 성추행 당했는데요...>
썸네일에 현지 여자애들 얼굴 최대한 잘보이게 노출시킴.
23. 알림창에 후원계좌라며 자기 개인 계좌 번호 올림
인니 소녀들에게 선물 보내고 싶은 구독자들이 많은데, 현물은 받기 곤란하다나 어쨌다나.
돈 보내고 원래 보내고 싶었던 선물 목록 알려주면 그거 구해다 줄건가?
24. 컨텐츠에 고민의 흔적이 없음. 그냥 찍어서 그냥 올림. 그래서 한참 안봤더니...
25. 채널명이 바뀜. 여친도 바뀜. 발리에 눌러 앉았음. 옛 여친 동네 안돌아감.
결혼할 거다, 동거한다 난리났음.
=========================================
2년 전에 써놓고 공개하지 않은 글인데, 최근 이 청년의 가스라이팅과 아동 폭력 전력이 이슈가 되고 있더군요.
예전부터 의문을 재기하는 부정적인 댓글들은 있었는데, 그 당시 옹호하던 구독자들이 한 순간에 돌아서서 이 청년을 비난하고 아주 난리가 아닙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하는 소위 '구독자'라는 군상들에게 있어서는, 돌변해서 자신이 응원하던 채널을 비난하는 것마저도 일종의 재미인 거 같습니다.
그런 구독자 군상이 있으니 이런 장르의 생계형 유튜버들이 자꾸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참 외롭고 각박한 세상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결핍과 화로 가득찬 상태로 살아가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