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청하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생각해본다.
이대로로 잠들고, 다시는 깨지 않는다고.
내 책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통징 잔고도 생각해보고,
박스에 보관하지만 몇 년 간 거의 열어보지도 않은 물건들은 뭐였는지,
내 옷들은 어떻게 될지,
하던 일은 어떻게 될지.
처음엔 생각을 오래 이어가기 괴롭다.
시람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현실적으로 인지하는 걸 외면한다.
괜찮다. 정말 오늘일리는 없다. 내일이라면 혹시 몰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제법 오래 생각하다 문득 깨닫는다.
내가 소유했다고 생각한 것들,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들 거의 대부분이 별 거 아니, 그보다는 그냥 흔하디 흔한 내일의 평범한 일상이 경이롭다는 사실을.
내가 사회에서 맡았던 역할들 중 나 아니면 안되는 일 따위는 없고, 그보다는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친구로 그저 존재하고 있던 것이야 말로 대체가 안된다는 사실을.
...그래도 야구 동영상 1 테라는 죽고 나면 어찌될지 신경이 좀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