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Flores Indonesia] 2/18. Bukit Amelia, Bukit Cinta - Labuan Bajo

명랑쾌활 2019. 7. 31. 10:08

아멜리아 언덕 Bukit Amelia 이라는 곳에 가본다.

사진 중앙의 저 둥그런 언덕인 줄 알았는데, 오른편의 옹벽 너머에 있었다.


Amelia Sea View 라는 소박한 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 오른쪽의 높은 언덕이 아멜리아 언덕이다.


일단 왼쪽의 작은 언덕에 맛배기로 올라가본다.


와...


와 이런...


와 이런 시ㅂ...

멋진 풍경에 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사전에 구글맵으로 봤을 때 경치 끝내주겠다 싶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타이밍 좋게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다.


내가 타고온 비행기도 저 경로로 착륙했을 거다.

착륙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바로 내가 서있는 이 근처고.


나와 다른 여행자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가 공터에 서있다.
이 정도로 목 좋은 곳이면 하다못해 행상이라도 있을만 한데, 따로 돈 받는 사람조차도 없다.
자와나 발리 지역이라면 인근 마을 주민 중에서 누군가 나와 지키고 서서 최소한 주차비라도 뜯어 냈을텐데, 아직 때가 덜 탄 건지, 이 지방 문화가 그런 건지 모르겠다.


작은 언덕에서도 겁나 멋진 풍경이 펼쳐졌는데, 저 언덕이라고 올라가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라곤 하지만, 올라가기 전에 올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와 건강해지겠구나~ 이런 젠장~


절반쯤 올라가다 잠시 쉬면서 내려다 본 (한 3분 올라갔다 ㅋㅋ) 풍경

관광객 투어 차량으로 보이는 자동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

저런 관광객들은 거의 대부분 가까운 작은 언덕에만 올라가 볼 뿐, 이쪽으로는 올라오지 않을 거다.


아야나 리조트 방면


다시 힘을 내서 올라 간다.

길은 썩 좋지 않지만, 땅이 단단한 편이라 흙에 미끄러지는 것만 조심하면 그럭저럭 괜찮다.

비가 오면 많이 위험하겠다 싶지만, 비 맞으며 여길 올라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세상의 끝에서 실연을 외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뭍과 작은 섬 사이의 좁은 틈에서는 바다가 마치 강처럼 흐르지 않을까.


정상에 다 올라왔다 싶었는데...


이런 씨부엉, 뒤에 또 있었다.

저기까지 가려면 지금까지 올라온만큼 보다 더 올라가야 한다.

여기까지만.

뭘 하든 반드시 정상까지 정복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삶을 메마르게 한다.

정상까지 않가도 아무 문제 없다.

"에이, 꼭대기까지 안가봤으면 그 산 올라가 봤다고 하면 안되지."라는 사람이 있다면, "다 살아 본 거 아니면 인생에 대해 논하지 마시죠?"라고 되받아치자.


...인생이 어쩌고 저쩌고 되게 높은데 올라온 것처럼 말하지만, 그래봐야 밑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10분도 안걸렸다.


경치는 뭐 당연히 멋졌다.

올라온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


나보다 먼저 왔던 (내 오토바이 말고 다른 오토바이들을 타고온) 현지인 아가씨들이 저 멀리서 뭔가 말을 하는데, 짧은 한국어가 언뜻언뜻 들린다.

목청을 높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거리인데다, 말하는 중간 중간 안그런척 내 쪽을 흘끔 거리는 걸로 보아, 말이라도 붙여 줬으면 하며 내 관심을 끌려는 것 같다.

수줍어서 그런 모양인데, 그냥 모른척 했다.


한국의 위상이 정말 많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3년 전만 해도 어딜 가든 중국인이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나, (중국계) 싱가폴인이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신기하게 일본인이라는 오해는 거의 받아 본 적 없다.)

지금은 한국인인지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중국인과는 옷차림새나 스타일이 전혀 다른 (한국인이라면 대번에 아는) 한국인만의 차이점을 느낄 정도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냥 조용히 경치를 감상하고 싶었던 내게는 방해가 됐다.

원래는 한 10분 정도 느긋하게 있으려 했는데,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한국에 대해 호의를 느끼고 표현하는 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 맞춰 연예인질이라도 하는 건 웃기는 일이다.

나는 그냥 국적이 한국인 사람일 뿐이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모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야 있지만,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는 건 좀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현지인 아가씨들 쪽을 보면서 인상을 쓰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면 미친 놈이지.)

그쪽 방향으로 씨익 웃어주고 언덕을 내려갔다. (이건 이거대로 재수없네 그려. ㅋㅋ)


오토바이들 전부 번호판이 없다.


여기저기 다니며 본 현지 주민의 오토바이 중에도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가 더 많이 눈에 띄였다.

나중에 숙소 프론트 매니저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플로레스 관할 관청이 지정한 번호판 업체가 비리를 저지르다 적발되는 사건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관청에 등록한 후 지정 업체에서 번호판을 받아야 하는데, 업체에서 돈을 더 주면 번호판을 빨리 내주고, 안주면 차일피일 미루며 질질 끌었댄다.

민원 끝에 정부기간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지정 허가를 취소했는데, 이후 다른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등록하고도 번호판을 못받은 오토바이들이 그냥 운행하고 있고, 경찰도 딱히 번호판 문제로는 적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되는 걸 되게 하거나, 시간을 단축 시킬 수 있는 힘이 권력이다.

되는 걸 안되게 방해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쥐꼬리만 권한으로 부리는 협잡이다.

회사에도 되는 걸 안되게 방해하는 것으로 자기 권위를 지키려는 협잡꾼들이 많다.

고작 대리나 과차장 정도로는 안되는 걸 되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저 해줘도 되는 거 안된다고 하는 정도의 권한으로 부하직원을 찍어 누르는 것 뿐이다.

권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협잡은 당하는 쪽이 빡 돌아서 들이 받으면 쉽게 무너진다.

한국 회사가 워낙 상명하복의 군대식 조직 문화라 하극상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부하직원이 상사 들이 받는 일이 벌어지면 부하직원에 대한 징계가 더 무겁지만, 들이 받히는 쪽이 고작 대리나 과차장 정도라면 받는 타격이 적지는 않다.
그러니까, 상사 하는 꼴이 좆같아서 들이 받고 싶다면, 구체적 증거를 차곡차곡 모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복수는 하는 사람 자신에게도 손해인, 그리 현명하지 못한 행위지만, 복수 나름의 시원한 맛도 정신 건강에 아주 좋을 수 있다.
이성적이고 현명한 판단만 하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바보짓이라도 정 하고 싶으면 시원하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이 바보짓 하는 거라는 자각을 가지고 하면 금상첨화고.


원래는 아멜리아 언덕까지만 가보려 했는데, 누가 봐도 새로 생긴 따끈따끈한 길이 궁금하다.


구글에는 아직도 공사 흔적만 있고, 도로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길이다.

이 길이 개통되기 전엔 한참을 돌아서 가야 했다.


언덕 깎고 축대 세워 가며 만든 길이다.

왼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동글동글한 언덕 발치를 따라 달리는 길이 재미있다.


벌써 5시가 넘었다.

인니에서 인가 없고 가로등도 없는 초행길을 해 떨어지고 나서 달리는 건 아직 위험하다.

저 멀리 언덕 꼭대기의 컬러풀한 집까지만 가보기로 한다.


녹슨 함석 지붕이나 인테리어로 보아 리조트나 숙박업소 같은 시설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해산물을 가공하는 공장이 아닐까 싶다.


뭔 네팔 컨셉의 집인가... (네팔 근처도 못가봤음) 싶은 집이다.


건물 한 켠 벽에 지저스가 양팔을 벌리고 서있는 그림이 있지만, 종교 건물은 아니다.

건물을 꾸민 사람의 종교가 기독교 쪽일 수도 있고, 기독교를 드러내는 건물이 서양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기 더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고.


'360 Bar'라는 레스토랑이다.


그 앞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다.


360 Bar 위치.

숙박업소를 같이 운영하는 곳인 모양이다.

숙박비 1인당 10만 루피아 정도로, 사방이 유리창으로 된 큰 방에서 바닥에 매트리스 깔고 다 같이 묵는 시스템인듯 하다.

외국인 암내 쩔겠네...


출입문 너머로 바다와 하늘이 빼꼼 보인다.
여기도 숙박업소일듯.


도로 만든지 얼마 안되어 아직은 휑하다.


조금 더 가서 찍은 사진


반대 방향으로 찍은 사진

시간 좀 지나면 롬복의 승기기 해안도로 같은 새로운 명소가 될 게 확실한 포인트다.


롬복 승기기 해안도로의 말라카 언덕 <https://choon666.tistory.com/629>


이미 5시 반 가까이 되어, 시간 상 더 가는 건 좀 부담이 된다.

라부안 바조 시내로 돌아간다.


공항 북쪽 길

드문드문 인가가 있는 외진 곳이다.

착륙하는 비행기를 바로 밑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뭐 그거 넉 놓고 기다릴 생각은 없지만.


구글맵에 부낏 찐따 Bukit Cinta (사랑의 언덕)이라고 표시된 곳으로 가는 길... 아닌 길

공터를 지나는 비포장 길인데, 오토바이나 차량이 꽤 자주 지나 다닌다.

원래는 바로 시내로 가려 했는데, 5시 반인데 아직 충분히 날이 밝아서 들러 보기로 한다.


부낏 찐따
언덕 꼭대기에 나무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풍경이 뭔가 감성을 자극하긴 한다.


걸어서 2분이면 올라갈 작게 솟은 둔덕이다.


반대편으로 꽤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아멜리아 언덕과 새로 뚫린 길이 보인다.


부낏 찐따는 인니 전역에 그런 지명을 가진 곳을 다 합치면 천 개가 훌쩍 넘을 정도로 흔한 지명이다.

그 지명이 붙은 곳은 대개, 그 인근에서 전망 좋고 호젓해서 연인들 꽁냥꽁냥 만지작만지작 하기도 괜찮은 곳이다.

여기도 그래서 부낏 찐따라고 이름이 붙었나 했는데...


반대편 공터에 하트 모양이...


하트 모양이 있다. ㅋㅋㅋ

저것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건지, 아니면 이름 먼저 붙고 나중에 저런 걸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돈은 없지만 사랑은 충만한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 이벤트 하겠다고 만들었을 수도 있고.


부낏 찐따 옆에 반즘 파먹힌 언덕이 하나 더 있다.
저 언덕에 오르면 공항 전경이 내려다 보이겠다. (사진 왼편에 활주로가 살짝 보인다.)

한 번 가볼만도 한데, 바글바글 모여 식사를 하고 계시는 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포기했다.

저얼대 무서워서가 아니다.

저깟 소 따위야 마빡을 정권으로 빡 치면 꽥 하고 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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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안 바조 북부 롸이딩 코스 정말 좋습니다.

제가 지금껏 가본 인니 여행지들 중에, 또바 호수의 뚝뚝 - 뗄레 전망대 코스, 롬복 승기기 해안도로 코스, 롬복 남부 꾸따 서부 고갯길 코스, 그리고 발리 누사 쁘니다 동부 코스를 최고로 꼽았는데, 여기도 추가합니다.

흠이 있다면 코스가 좀 짧다는 정도.


1. 또바 호수 뚝뚝 - 뗄레 전망대 코스 (https://choon666.tistory.com/892)

2. 롬복 승기기 해안도로 (http://choon666.tistory.com/291)

3. 롬복 꾸따 서부 고갯길 (http://choon666.tistory.com/545)

4. 발리 누사 쁘니다 동부 (https://choon666.tistory.com/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