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발리 누사 쁘니다 Nusa Penida Bali] 8/16. 마사지, 삼빨란 Sampalan 시내 구경

명랑쾌활 2019. 4. 10. 14:32

끌링낑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대부분 고갯길이라 상하좌후로 굽이쳐 재미있는데...


심각하게 안좋은 구간도 많다.


아주 심하게 안좋아서 특히 주의가 필요한 구간도 두어 곳 있었다.

사진으로 보기엔 그냥 슥 지나가면 될 거 같아 보이지만, 흙탕물이라 저 웅덩이가 얼마나 깊을지 보이지 않고, 혹시 웅덩이 안에 솟은 돌을 잘못 밟아 타이어가 옆으로 쭐떡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너덧 가구가 모여 사는 깡촌 산골 마을이 띄엄띄엄 나온다.


누사 쁘니다 북부 해안도로에 가까워지니 노면 상태가 좋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1시간 정도 걸렸다.


너덜너덜해진 엉덩이가 욕을 해댄다.

풀어주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파업이라도 할 기색이라 숙소에 가기 전 마시지 샾에 들렀다.


구글로 검색하면 쯤빠까 스파 Cempaka Spa 한 곳만 뜬다.

예전엔 이 곳 하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리뷰에 마사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평이 종종 보였다.

화살표 표시된 곳은 최근 새로 생긴 곳으로 아직 구글 검색에도 뜨지 않는다.
규모는 작지만 평이 좋았다.

콩만 한 곳이다.

사진 속 아주머니가 운영하고 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가게 앞에 앉아 부업으로 망고를 팔고 있었다.

(망고는 인니어로 망가 Mangga 라고 한다. '망가'라는 단어를 보자 마자 그 일본어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다채로운 문화 생활을 즐기는 훌륭한 사람!)


맛배기를 권하길레 한 조각 먹어 봤는데 맛있었다.

아삭한 식감이 있으면서도, 덜 익은 망고 특유의 신 맛이 없고,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단 맛이 좋았다.

망고 중에서도 망가 마날라기 Mangga Manalagi 라는 종류인데, 충분히 익어도 일반 망고보다는 육질이 단단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사과나 딸기처럼 망고도 여러 종류가 있다.)


마사지 끝나고 나오면서 한 봉다리 샀다.

한 봉다리에 2만 루피아라는데, 대략 5개 정도 들어간다.

흥정 안하고 선뜻 알았다고 하면서 맛있는 걸로 골라 달라고 했더니, 실한 놈으로 골라서 봉다리가 터지도록 7개를 꾹꾹 담아 준다. ㅋㅋ

아마 현지인 가격은 1만 루피아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마저도 현지인이라면 그냥 나무에 달린 거 따먹고 말지, 돈 주고 사먹진 않을 거 같다.


시설은 아주 소박하다.


엎드렸을 때 얼굴 넣는 구멍 밑에 꽃그릇을 놓아 둔 센스~


마사지는 시원하게 잘 했다.

손 힘이 야무지고, 관록이 느껴졌다.

덕분에 파업 직전이었던 엉덩이가 얌전해졌다.

대신 다리가 풀려 걷기가 좀 힘들었던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마사지 끝나고 주인 아주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길리 뜨라왕안 Gili Trawangan 의 마사지 샾에서 4년, 발리에서 6년 일하고, 이 곳에 가게를 오픈했다고 한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6시 다 되어 저녁 먹으러 나섰다.


삼빨란 Sampalan 지역이다.

누사 쁘니다에서 가장 번화한 읍내다. ㅋㅋ


야시장도 있다. (나이트 마켓이라지만 낮에도 영업하는듯)

밤이 되면 각종 현지음식을 판다.


대략 이런 분위기다.

인니 사는 내가 보기엔 집 근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라 패스~

사진으로 보면 좀 허름하고 침침해 보이지만 전혀 위험하지 않으니, 인니 현지 음식 먹어보고 싶은 한국인 여행자라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부분 튀기거나 굽는 조리법이라 배탈 위험은 '별로' 없다.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누사 쁘니다 지역 리뷰 점수 2위인 와룽 제이 뿌닥 Warung J. Pudak 이라는 곳에 가봤다.

(warung 음식점, 가게)


이 정도면 엄청 저렴한 가격대다. 그런데...


그에 걸맞게 양이 적고, 너무 바싹 튀겨졌다.

식재료도 질이 그리 좋진 않은 거 같았다.


주인 아저씨가 쾌활하고 친절했다.

작은 스테인레스 수통에 아락 Arak(인니 소주)을 가지고 다니면서, 손님에게 웰컴 드링크라며 한 잔 권한다.

"아락이네요, 아저씨. 저 이거 정말 좋아해요." 라고 반색을 했더니, 내가 홀짝 홀짝 다 마시고 나자 (도수가 30~40도 정도), 스윽 다시 와서 빈 잔에 한 잔 더 따라 주며 기분 좋게 씨익 웃는다.

이 곳이 평이 좋은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친절 때문이지 않나 싶다.

근데 맛이 별로라...


조개껍데기 재떨이도 운치있어 좋다.
혐연자에 자연 애호가라면 질색팔색을 하겠지만.


도착할 즈음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던 비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한다.

안전한 지붕 밑에서 음식과 술을 즐길 때 쏟아지는 비는 한결 운치를 더 해준다.

식사 끝날 때까지도 그치질 않아서 쫄딱 맞으며 오토바이 타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핫 샤워가 되는 숙소라 뭐 상관없다.


비 쫄딱 맞고 하는 핫 샤워는 그냥 하는 샤워보다 두 배로 행복하다.

다시 따듯해진 몸을 수건으로 뽀송뽀송 닦고, 숙소 처마 밑 의자에 앉아, 불쾌하지 않은 선선한 습기를 느끼며, 낮에 사온 망고를 까먹으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빗소리를 즐기며, 책을 읽는다.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