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42

이곳 저곳

어지간한 건물엔 이처럼 회랑(인니어로는 Koridor 코리도르)이 있다. 강한 볕에 건물 벽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기 위해서 일듯. 너비가 그나지 넓지 않은 이유는 해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 오전의 도로. 막히는 쪽이 자카르타 방면이다. 이런 건 서울 주변 도시나 여기나 비슷하다. 당연히 요건 오후의 도로 모습. 막히는 쪽은 자카르타 반대 방면, 즉 보고르 방면. 보고르 역시 상당히 발전된 도시인데, 자카르타와 보고르 사이의 도로 중 가장 괜찮은 도로가 이 마르곤다 거리다. 차선 따위는 그다지 상관없다. 사진 정가운데에 보면 떡하니 서있는 저 검은 바지 형광 윗두리의 사람이 경찰인데, 그딴건 적발하지 않는다. 그저 안전띠 안맨 만만한 차 잡아서 용돈 벌이나 한다고나 할까... 아파트 길 건너편에서 자..

UI 대학 고양이들, 개, 그리고 찌짝

인니 사람들은 길거리 동물에게 관대합니다. 음... 관대하다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겠군요. 그냥 못살게 굴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일단은 더 정확하겠습니다. 그들이 왜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지 속내를 모르니까요. 적어도 많은 한국인들처럼 가만히 있는 동물 쫓아가 겁주고 돌 던지면서 낄낄 거리는 정신이상자 같은 인간들은 없는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태국의 길거리 개들도 참 느긋한 모습이었죠. 아마도 먹을 것이 풍족하니까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은 척박했던 나라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괴롭히면서 낄낄거리는 행태 만은 이해가 안됩니다. 쫓기만 하면 될 일이지... 미친 놈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인니의 고양이, 개들은 그닥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양이들이 그렇습니다. 개는 이슬람에서 부정한 짐승이..

이런 일 저런 것

한국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생소한 것들 몇 가지. 인터넷 공사 왔을 때 일이다. 벽에 구멍을 뚫기 위해 드릴을 가져왔는데, 보다시피 코드가 없다. 콘센트에 저렇게 그냥 전선을 꼽아서 쓰더라. 물론 범용성 측면에서는 저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독특한 것만은 사실이다. 학교 가는 길의 좁은 골목에 매달린 전등. 가로등이라기 보다는 출입문 앞에 달린 전등일 뿐이다. 문제는 저 허술함이다. 가뜩이나 비도 많이 오고, 바람이 몰아 칠 때도 있는데, 그냥 처마 비스무리한 것 하나 만들고 그 밑에 떨렁 달아놨다. 잘 보일까 모르겠는데, 전등을 매단 전선에 그 흔한 검정 테이프 마감 처리도 안해서 구리선이 다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짓고 있는 아파트. 안전시설 따위는 없다. 작년에 있었던 지진..

2010 상반기 BIPA 졸업식

두 번째로 맞는 졸업식이다. (정확하게는 초급과 중급은 수료식, 상급이 졸업식이겠다.) 초급 때와 별 다를 건 없었다. 조금 더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과, 발표되는 말들을 좀 더 많이 알아듣게 됐다는 것 정도? 상급 졸업, 즉, BIPA의 전 과정을 수료했다는 것은 꽤 의미있는 일이다. 난이도는 물론이고, 수료자에게는 인도네시아의 서울대라 할 수 있는 UI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아, 물론 전 과목 C 이상에 교수 추천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몇몇 수상자 뿐만이 아니라, 전부 단상에 올라가 졸업 메달을 수여받는 순서가 있다. 초급반 성적우수자 시상식 1, 3 등은 일본인, 2 등은 한국인이 수상하게 되어 그나마 체면을 살렸다. 초급반 한국인 비율이 80% 정도 되는 데다..

하숙집 kos 풍경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들어선지는 고작 3년이 안됐다고 한다. 그 전에 여기서 살며 공부하던 외국인들은 예외없이 다들 꼬스에 살았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현지인 대학생들은 이 곳에서 살고, 나름 목적이 있는 외국인 학생들도 이 곳에 살고 있다. 대부분 목적은, 현지인과의 친목과 문화체험이지만, 가끔 경제적 문제라는 신선한 이유를 대는 학생들도 있다. (일본 친구들 중에 많다.) 한 달에 대략 5~10만원 정도 차이 나는데 그렇다. 아, 물론 저 돈이 작은 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저 정도 돈의 차이로 감수해야 하는 생활의 불편 정도가 그리 작지 않기 때문이다. 차 한 대가 지나가면 나머지는 우루루 옆으로 붙어야 하는 너비의 골목, 이 양쪽에 있는 집들이 다 꼬스 아니면 하숙생 상대의 가게나 음식..

한국 드라마의 인니어 자막 작업을 시작하다.

이왕 이곳에서 진지하게 시작해보기 한 거, 여러가지로 생각하던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 드라마를 인니어로 자막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었다. 물론 위성방송을 통해 많은 한국드라마가 이곳에 보급되어 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는 와 다.) 게다가 마치 옛날의 한국처럼 불법유통이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위성방송을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는 어김없이 불법유통 시장에 뿌려진다. 다만 자막이 영 이상하다. 위성방송의 한국 드라마 자막은 영어인데, 한국어를 바로 인니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인니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내가 한국 드라마의 인니어 자막 제작을 하는 것이 그렇게 획기적인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

몰래 술값 혼자 계산하는게 꼭 좋은 일일까?

골프에서 처음 필드에 나가는 것을 '머리 올린다'라고 한다. 기생스러운 용어지만 골프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아듣는 것으로 보아, 이미 속어로서 정착된 모양이다. 처음 골프장에 데려가 준 사람, 그러니까 '머리 올려준 사람'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며, 라운딩이 끝나면 술 한 잔 대접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아직은 잘 치지 못해서 모르겠는데, 잘 치는 사람이 골프 생초보와 라운딩을 한다는 것은 그리 기꺼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당구 300이 30이랑 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H군은 골프에 있어서 첫 스승과 같은 존재다. 싱글의 실력에 교과서적인 폼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가 연습장에서 스윙을 할 때면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고는 했다. 스스로도 골프를 매우 좋아하여, 본업은 따로 있음에도 ..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사람들

고작 반 년 남짓 살고 느낀, 섣부르다해도 할 말 없는 생각들이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사실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 사적인 시각이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니까, 그 점 고려해서 보길 바란다. 이곳에 와서 가장 처음 사귄 친구, 데디. 아파트 내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가장 우두머리 격이다. 제법 살벌하게 생겼지만, 그래도 그 인상처럼 총명해 보인다. 벌써 결혼해서 애가 둘인데, 모두 시골에 산다.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고마운 친구. 열쇠 복사 사건만 아니었으면 정말 좋은 사이가 될 수도 있었는데... 어쨌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순박하게 생긴 데덴. 청소파트다. 얌전하며 말이 별로 없는 편. 에벤. 청소 파트 에..

2010 상반기 Pasar BIPA

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Pasar BIPA 행사가 열렸다. (전 학기 행사를 보려면 Pasar BIPA 2009 하반기 클릭!) 전년도에 비해 더욱 넓고 중심지에서 행사가 개최되어, 나날이 더해가는 BIPA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 수도 늘어나는데, 왜 반 수는 그대로냐!) 작년도 그런 감이 없지는 않지만 올해야 말로 이건 뭐, Pasar BIPA가 아니라 Pasar Korea가 되어 버렸다. 급증하는 한국 학생들에, 드디어 초급반 한국 학생의 비율이 80%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일본음식 하는 곳 3곳 정도, 터키 음식 하는 곳이 4곳 정도는 되었는데, 올해는 일본 음식 2곳, 터키음식 1곳, 중국 음식 1곳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한국의 판이 된 것이다. 그래서 좋느냐? 그 전에 ..

내 방

보통 인니에서는 외국인이 다들 잘 산다고 생각합니다. 흠... 하지만 그 말은 반만 맞다고 볼 수 있죠. 환율의 차이 때문에 허용 금액 단위가 틀리기 때문에 부유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용처 때문에 그리 이점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알바만 해도 80만원돈 정도는 벌 수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잘나가는 회사 초봉이 우리 나라 돈으로 70만원 정도 합니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할 수 있는 직업의 경우는 (천하다는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으니까요. ^^;) 월급 10만원 정도입니다. 그 돈 가지고 밥도 먹고 오토바이도 몰고 집에 보태기도 하면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것이 인니 수준이지요. 하지만, 한국인은 그렇게 살 수 없습니다. 그런 현지인들의 끼니로는 견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