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발리를 갔습니다.
또 누군가 발리에 가고 싶어했기 때문이지요.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발리는, 그렇게나 가고 싶은 여행지인가 봅니다.
저로서는 참... 싫은 건 아닌데 맹숭맹숭 하네요.
자카르타 공항 2청사 국내선 구역엔 흡연실이 없다.
구역 전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커피 빈 한 켠에 마련된 흡연실이 유일하다.
물론 최소한 물 하나라도 사먹는 사람만 이용이 가능하다.
보통은 가장 저렴한 라이언 에어 Lion Air 를 이용하는데, 흉흉한 뉴스가 워낙 잦아서 이번엔 에어 아시아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최근 기장, 부기장, 승무원 셋이서 마약파티를 하다 걸렸다는 뉴스가 떴다.)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지, 에어 아시아는 티케팅도 남달랐다.
직원 창구 앞에 줄 서서 기다렸다가 티케팅하려고 했더니, 짐을 맡기지 않는 손님은 뒤편에 설치된 단말기에 가서 셀프로 티케팅 하랜다.
내 뒤에 줄 서있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해줄만도 한데 짤없다.
에어 아시아를 이용하는 손님을 반강제로 교육시키려는 목적의 단호한 규칙 적용이 아닐까 싶다.
에어 아시아 이용객들이 셀프 티케팅에 익숙해지면 질수록, 창구 직원을 덜 고용해도 된다.
티케팅 시 좌석을 지정하고 싶다면 그만큼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도 독특하다.
돈을 아끼고 싶다면, 좌석도 주는대로 받아서 앉아야 한다.
편리함까지도 재화 가치로 환산하여,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상술이 대단하다.
두 시간 연착이다.
에어 아시아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시설이 후졌거나, 불편한 건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연착은 승객의 계획을 망치는 중대한 피해다.
인니 항공사는 1시간 이상 연착하면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룰이 있다.
대신 대기실 창구에 가서 티켓을 보여주고 받아와야 하는데, 그 사실을 공지하지는 않는다.
룰을 모르면 못먹는 거다. ㅋㅋ
초코바와 빵을 지급했다.
빵은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를 밍밍한 맛이었다.
짐 보관하는 곳 문짝에도 광고를 달아 돈을 버는 영리함!
비행기 이륙전 전자기기 끄라는 방송이 나오고,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확인한다.
요즘 휴대폰은 비행기 모드가 있어서 그리 심하게 확인하지 않는 편인데, 에어아시아의 승무원들은 다소 고압적인 태도로 휴대폰을 끄도록 지시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도, Hot Seat 라 부르는 약간 넓은 좌석이 잔여 좌석이 남아 있었는데, 그걸 10~13만 루피아에 판다고 방송한다.
정말 이익을 위해서라면 체면이고 뭐고 없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웠다.
옮겨 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만약 몸집이 큰 사람이나 암내 풍풍 나는 사람이 옆자리에 앉은 상황이라면 고려할 수도 있겠다 싶다.
기내식도 티켓 구입할 때 미리 주문하면 3만 루피아 정도인데, 기내에서 판매할 때 구입하려면 5만 루피아다.
의외로 기내식 질이 좋은지,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음식 냄새에 끌려 기내식을 구입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에어아시아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뭔가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저가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비행기라면 신경써줘야 할 '기본적인 수준'에 대한 내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반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에어아시아가 성공한 비결이 바로 그 부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저가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그래도 비행기니까 응당 제공해야 할 서비스 수준이 있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지나쳤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에어아시아는 체면따위 고려하지 않고 '비행 외 모든 부분'의 비용을 과감하게 줄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발리 공항에서 나오는데 사설택시기사가 따라 붙는다.
시세도 확인할 겸, 가격을 물었다.
우붓까지 35만 루피아를 부른다.
다 안다는 표정으로 30만 루피아에 가자고 했더니, 택시기사는 내 표정을 가늠하고는 군말없이 수락한다.
정말 35만 루피아에서 안깎아줬다면, 그냥 공항 바깥으로 나가 블루버드 택시를 탈 작정이었다.
역시 흥정의 기본은 정확한 가격에 대한 안목과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안사겠다는 단호한 배짱인가 보다.
택시 타고 한 30분 달리고 있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 때는 그냥 '우기니까 그런가보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렇게 오기 시작한 비는 이틀 내내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다가, 여행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그쳤다. =_=
숙소인 에비텔에 짐을 풀고 피자를 먹으러 맘마미아 Mamma Mia에 갔다.
비가 주룩주룩
운치는 좋았다.
일행이 시킨 Bruschetta Peperoni Arrosto 28,000 루피아
뭐 이딴 걸 돈 주고 먹는지 모르겠는 맛
일행이 시킨 라자냐 Lasagna
느끼함 극강이었다.
여행기 쓰고 있는 지금도 사진을 보니 속이 미식거린다.
아, 맘마미아는 부가세를 받지 않는 착한 업소다.
이것저것 살겸 코코마트에 들렀다.
라면 진열 코너를 보니, 확실히 한국라면이 가장 인기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저것들 거의 대부분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들이라, 한국 서민 경제에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조기업과 중국이나 돈 좀 벌겠지.
발리 현지에서 자체 생산 유통하고 있는 김치도 있다.
숙소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뜨라시 Terasi (멸치) 라는 일식집 앞에 공사중인 수영장이 보인다.
예전에는 연꽃이 잔뜩 자란 진흙 연못 한복판에 분수대가 있었던 곳이었다.
분화할까 말까 스텝 밟고 있는 아궁 화산 Gunung Agung 방향
불 펑펑 터지는 광경이라도 보일까 싶었는데, 그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비만 죽죽 내린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발마사지라도 받자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가까운 마사지 업소 중 가장 평이 나은 Venezia Day Spa 를 갔다.
저녁 7시 40분쯤 갔는데, 이미 손님 다 찼고 9시에 영업 종료라 더 안받는댄다.
역시 유명한 곳은 틀린갑다.
할 수 없이 그 바로 옆의 3 Point 살롱이라는 곳을 갔다.
별 기대 안했는데, 건물 뒤편에 야외로 뚫린 공간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혼자도 좋고~ 둘이서도 좋고~
발마사지 30분 6만 루피아 (여기도 부가세를 따로 안받았다.)
마사지는 그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