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으로 병원에 갔었을 때 일입니다.
도착시간 10시 경, 접수하고 1시간 반을 기다렸습니다.
의사 진료 시간은 딱 3분, 내 앞의 10명은 도대체 뭘 하느라 그리 오래 걸렸던 걸까요?
어쨋든 5일분의 약을 다 먹고 다시 병원에 갈 때는 병원이 문을 여는 아침 8시에서 10분쯤 '늦게 맞춰' 갔습니다.
(인니에서는 뭐든 시간을 딱 맞추는 법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30분 정도 늦게 가는 게 맞춰 가는 겁니다. ㅎㅎ)
접수대는 업무를 시작했더군요.
하지만 해당 의사 진료 순번을 관리하는 간호사는 8시 40분 쯤에 나왔습니다.
제 대기 순번은 2번, 양호한 편입니다.
문제는 의사가 10시 20분 쯤에 도착했다는 것만 빼고는요. =_=
1시간 반 기다린 게 싫어서 일찍 왔다가 2시간여를 기다린 셈이 됐습니다.
나랑 비슷한 시간에 온 다른 환자들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게 일상인 나라니까 그렇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병원까지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병원에 오는 사람은 통상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병의 증상을 참아가면서 대기해야 하거든요.
몸 상태가 정상일 때와는 달리, 시간이 더디게 가고 있을 겁니다.
만약 아이가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예민할 겁니다.
병원이라면 늘상 벌어질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의사나 간호사가 늦는다는 건, 그만큼 환자들의 항의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이제 인니에 대해 꽤 이해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일을 겪으면 아마도 평생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어떤 경계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상황이니 진료 예약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겠지요.
의사가 제 시간에 출근할지 안할지도 모르는데다, 병원측도 환자가 제 시간에 맞춰 오는 걸 믿을 수가 없으니, 예약 따위가 성립할 수 없을 수 밖에요.
특성상 예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숙박업소가, 저녁까지 오지 않는 손님의 예약 객실을 다른 손님에게 넘기는 일이 드물지 않은 이유도 이런 인니의 상황과 연관이 있을테고요.
다시 3분의 의사 진료가 끝나고도 기다림은 끝이 아닙니다.
진료비를 내고 나서, 처방약 계산을 하기 위해 또 기다려야 합니다.
운 좋으면 즉시, 아니면 5~10분 정도 기다립니다.
처방약 계산을 하고 나면, 약을 받을 번호표를 줍니다. 처방약 조제하는 시간이 또 걸리니까요. ㅋㅋ
약 받는데까지 운 좋아도 10분, 보통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
8시 10분에 병원에 와서, 약 받아서 병원을 나선 시간이 11시 50분입니다.
3시간 40분이 걸렸네요.
일찍 와서 약 받아서 아침 먹고 약 먹으려고 아침 굶었던 건 덤입니다.
점심 먹고 먹어야겠네요.
그래도 제법 도시고, 집에서 병원이 가까워서 다행입니다.
시골에는 제대로 된 병원도 없어서 시내까지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하루 꼬박 날아갔을 겁니다.
반나절이면 아주 양호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