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방수포를 쓸 일이 있어서 동네 인근의 대여업자에게 빌린 일이 있었다.
m2 당 하루에 10,000루피아로 계산한다.
보통 천막 하나 넓이가 40m2 정도 되니까, 천막 하나당 하루에 400,000 루피아 정도 되는 셈이다.
인니 물가로도 아주 비싼 가격이다.
웃기는 건 천막 하나 새 것 가격이 500,000 루피아다.
이 말도 안되는 가격은 사실, 대여업자가 결혼식장 설치 업자라 그렇다.
시골 결혼식 풍경 (사진 출처 : 구글에서 아무데나)
결혼식이 아니고, 회사 자재에 비 안맞게 덮으려고 빌리는 건데, 우직하게 저 가격을 고집한다.
아쉬운 건 우리 회사고, 업자 입장에서는 외국인 회사 봉 잡은 셈이다.
외국인은 현지인에게 아쉬운 상황이 되면 봉이 된다.
평소에 인근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쌓아도 똑같다.
관계가 나빴다면 협조해주지 않을 사항들을 협조해주는 정도의 이점만 다를 뿐, 협조의 댓가를 지불하는 건 똑같다.
결혼식 바가지는 어느 나라나 비슷한듯 하다.
천막만 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인테리어 등 전체를 설치하는 가격이라는 걸 감안해도 인니 물가에 비해 과하다.
천막만 따로 사면 되겠지 싶겠지만, 결혼식장 설치 하는 업자가 그렇게는 안해줄 것이다.
패키지 전체를 계약하든지, 아니면 말든지.
'일정 수준'의 행사를 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배척을 받게 되기 때문에 형편이 안좋으면 빚이라도 내서 행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형성된 가격이 아닐까 싶다.
형편을 넘어서는 행사를 하는 문화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결혼식장을 크게 잡고 혼수에 무리를 한다.
그걸 허례허식이라고 비판했지만, 자기 과시욕이라기 보다는 남눈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공동체 문화가 희박해져 가는 요즘은 형편껏 결혼식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게 보면, 결혼식의 허례허식은 공동체 문화에서 비롯된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공동체 문화에서 가장 가혹한 처벌 중 하나가 바로 구설수니까.
하지만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구설수가 가하는 부정적 영향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중압감이 덜하다.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기엔 타인에 대해 관심도부터가 낮다.
공동체 문화의 해체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화두인 시대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것 중에 완벽한 것은 없듯, 공동체 문화 역시 단점이 있다.
그 단점을 나쁘다 하여 무조건 없애려 하지만, 그럼에도 없어지지 않는 풍습들은 사실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